경기불황에 통신장비도 `중고 시장` 형성…전문 유통업체 속속 등장

경기불황으로 한국에서도 중고 통신장비 유통 전문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동안 서버·스토리지 등 컴퓨팅 장비에서는 중고시장이 일부 형성됐으나 통신 분야에서 중고 제품이 거래되는 사례는 거의 없었다.

장기 불황으로 주로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형성된 중고 통신장비 시장이 한국에서도 뿌리를 내릴지 주목된다.

25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에 지사를 운영하는 NHR(NETWORK HARDWARE RESALR)이 한국에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NHR은 이달 들어 홍보대행사와 계약을 맺는 등 본격적인 국내 마케팅을 위한 사전작업을 시작했다. 이 회사는 2010년을 전후해 우리나라에 진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동안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1986년 미국에서 설립된 NHR는 시스코, 주니퍼, 브로케이드, 익스트림, 델, IBM 등의 중고 네트워크 장비, 서버를 유통하는 회사다. 단종 제품부터 최신 제품까지 신제품 기준 50~90% 할인된 가격으로 솔루션을 공급한다. 3000억원에 상당하는 중고, 신상품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스코 등 공식 벤더 인증을 받은 △전문인력의 유지보수 지원 △모든 판매장비에 대해 1년 성능보증 △장애 시 익일 교체 등 공식 벤더보다 강화된 보증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점을 내세웠다.

NHR 외에도 3개 안팎의 회사가 통신장비 중고·리퍼 유통 사업에 뛰어들었다.

글로벌 통신장비업체 한 사장은 “한달 전 A사로부터 우리 중고장비를 유통할 수 있겠느냐는 문의를 받았다”며 “한국은 신제품 선호가 강해 중고시장이 열리지 않았지만 최근 경기불황으로 관련 비즈니스가 생기는 모양”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글로벌 엔지니어 역시 “올해 들어 중고 네트워크 장비를 사용해 IT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내용의 이메일 마케팅이 실제 해당 장비공급사까지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중고 네트워크·통신장비 시장은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이나 저개발 국가를 중심으로 활발히 형성돼 왔다.

공식벤더가 지원하지 않는 일종의 `그레이 마켓`으로 실제 유통 규모는 짐작하기 어렵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신품·중고 마켓이 공식벤더를 통한 유통량의 최소 20% 이상을 차지 할 것 으로 추정한다.

ETRI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세계 유·무선 통신시장은 200조원대다. 네트워크월드에 따르면 주로 유선 장비에서 발생하는 중고 통신장비 유통 시장은 연간 2조원 대로 추산된다.

국내에서 사업을 진행 중인 시스코, 주니퍼, 익스트림, 브로케이드 등은 일단 중고 유통을 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시스코를 제외한 나머지 회사들은 리퍼블리싱(중고장비를 튜닝해 파는 것) 비즈니스를 하지 않는다.

시스코코리아 관계자는 “한국은 공식벤더 제품도 할인 폭이 워낙 커 중고제품이 가격경쟁력을 갖기 어렵다”며 “공식벤더 기술지원이 불가능한 만큼 일정 규모 이상 시장을 가지긴 힘들 것”이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중국 등에서는 2000년대 초반 그레이마켓 난립으로 공식벤더 피해가 막대해 공급사들이 공동대응에 나서는 등 문제가 있었다”며 “기업이 부적합한 장비 사용으로 피해를 입는 경우가 없어야 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