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인]`크라우드펀딩 선구자` 고용기 오픈트레이드 대표

창업 생태계를 만들자는 목소리가 커졌다. 경기 불황으로 기업 투자에 찬바람이 불면서 고용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기존 기업에서 일자리를 찾기보다는 아예 창업으로 물꼬를 터 새로운 고용 문화를 만들어 보자는 취지다.

[미래인]`크라우드펀딩 선구자` 고용기 오픈트레이드 대표

그러나 정작 현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생태계를 위한 인프라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다. 고용기 오픈트레이드 대표는 “창업 젖줄은 결국 자금”이라며 “투자 자금의 마중물을 만들지 않으면 실리콘밸리와 같은 선순환 생태계는 그림의 떡”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고 대표가 제안하는 해법이 크라우드 펀딩 활성화다.

“크라우드 펀딩은 쉽게 말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자금을 공개적으로 모집하는 방식입니다. 비즈니스 모델이나 상품이 맘에 들면 누구나 투자자로 나설 수 있습니다. 아직은 법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지만 창업을 위한 가장 중요한 첫 단추입니다. 사회 분위기와 맞물려 새로운 창업 흐름을 만들 것으로 확신하고 있습니다.”

크라우드 펀딩은 자금이 부족한 벤처기업이나 1인 기업, 개인이 자신의 사업을 인터넷에 공개하고 익명의 다수로부터 투자나 후원을 받는 프로젝트성 모금 방식이다. 모금자는 프로젝트를 공개해 홍보·마케팅 효과도 얻고 후원자격인 투자자는 소액이지만 기업에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

고 대표는 국내 크라우드 펀딩 관련해 선구자 같은 인물이다. 크라우드 펀딩은 지난해 4월 미국 오바마 정부가 일명 `잡스(JOBS)법`으로 불리는 신생벤처 육성지원법을 통과시키면서 관심이 높아졌다. 국내에서도 활성화를 위해 정치권에서 법제화에 나선 상황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전하진 의원이 크라우드 펀딩 제도 도입을 포함한 `중소기업 창업지원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으며 정무위원회 소속 신동우 의원도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

이에 앞서 고 대표는 2000년대 초반부터 크라우드 펀딩 사업을 준비하고 확산을 위해 두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 3월에는 `한국크라우드펀딩기업협의회(KCFPS)` 출범을 주도했다.

“크라우드 펀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후원형과 지분 참여형입니다. 후원 방식은 영화나 연극, 공연과 같은 문화 이벤트에서 주로 활용돼 왔습니다. 상대적으로 널리 알려진 방식입니다. 전체 조달 금액 중 95%가 후원형입니다. 지분 참여형은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인데 아직은 생소합니다. 그러나 창업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모금 방식입니다.” 고 대표는 “지분 투자는 보통주나 상환전환 우선주를 사들여 꾸준히 기업 성장을 지켜볼 수 있다”며 “일시적으로 이뤄지는 기존 방식과 달리 생태계를 키울 수 있는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고 대표는 오픈트레이드라는 지분투자형 사이트를 열고 예비 창업자와 투자자의 징검다리 역할을 맡고 있다. 오픈트레이드는 설립 2년째지만 7월 현재 예비창업자 872명, 스타트업 349팀, 개인투자자 1176명, 기관투자자 77개 기업이 활동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지분 투자 형태로 스타트업 온오프믹스 투자를 성공적으로 유치했다. 온오프믹스 사례는 엔젤과 벤처캐피털을 통한 출자 방식에서 크라우드 펀딩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고 대표는 “페이스북·구글·애플 등을 탄생시킨 미국 실리콘밸리의 저력은 결국 끊임없이 혁신에 도전하는 초기 기업에서 나왔다”며 “예비 창업자와 창업자 모두에게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새로운 자금 통로를 열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법제화 추진 사례에 비춰 볼 때 규제와 투자자 보호도 중요하겠지만 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