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강국 기술대국]<기고> 기초과학에 숨어있는 중소기업의 힘

김지헌 모비스 대표(jhkim@mobiis.com)

독일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이 펴낸 책 제목에서 비롯된 `히든 챔피언`은 `작지만 강한 기업`을 지칭한다. 비록 규모는 작아도 틈새 시장을 정확히 공략해 세계 최강자 자리에 오른 회사를 말한다. 박근혜 정부의 성장 전략인 창조경제의 실현을 위해 중소기업 역량 강화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히든 챔피언 같은 숨어 있는 중소기업의 힘은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다.

[과학강국 기술대국]<기고> 기초과학에 숨어있는 중소기업의 힘

히든챔피언은 새로운 관점으로 시장을 볼 수 있는 안목, 과감한 도전 정신, 선택과 집중을 통해 미래 기회를 선점하고자하는 퍼스트 무버의 노력이 어우러져 탄생한다. 기초 과학 연구를 지원하는 미래산업은 이를 양산할 수 있는 좋은 토양이다. 끝없이 뉴-테크놀로지를 요구하는 기초과학 연구는 다양한 사업 아이템을 파생시키며 새로운 사업을 잉태한다. 특히 한국의 우수한 IT와 기초과학의 융합은 우월한 경쟁력을 갖는 아이템으로 무장한 히든챔피언을 길러낼 가능성을 더욱 증가시킨다.

대표 사례를 핵융합에너지 개발 연구에서 찾을 수 있다. 인류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해 줄 핵융합발전로 개발은 다양한 첨단 기술이 필요하다. 대규모 장치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연구의 특성상 정밀 제어, 통신, 데이터 처리 기술 등은 매우 필수며, 핵심 기술은 한국의 우수한 IT와 근원이 맞닿아 있다. 따라서 핵융합에너지 연구 분야에서 사용되는 핵심 기술 위에 IT를 접목하는 것은 매우 효과적인 시도다.

내가 속한 모비스는 모 대기업의 IT분야 도급업체였다.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 했지만 과다 경쟁과 도급 업체로서의 성장 한계성으로 인해 사업 존립이 위협받고 있었다. 위기 극복을 위해 경영진은 기존의 IT 사업 종료를 선언하고 그간 축적된 기술을 기반으로 기초 과학 제어분야로 업종 전환을 결정하였다.

3년간 전사적 투자와 핵융합연구를 이끄는 국가핵융합연구소와의 지속적인 협력 결과 2013년 국제 공동으로 수행되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의 중앙제어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 사업을 수주하는 첫 결실을 맺게 되었다. 20인 남짓의 작은 기업이 국내 최초로 기초과학 분야 소프트웨어 수출에 성공한 기업이 된 것이다. 이는 기초과학 연구를 이끄는 출연 연구기관과 뛰어난 기술을 가진 국내 중소기업이 힘을 합해 새로운 시장을 창조한 의미있는 사업 모델이기도 하다.

핵융합과 같이 미래를 준비하는 기초 과학 연구 분야는 히든챔피언의 꿈을 꿀 수 있는 기회의 마당이다. 국내 중소기업이 보다 빨리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고, 선도 기술을 확보할 수 있도록 첨단 과학을 연구하는 연구기관들과 밀접히 협력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것이 범국가적으로 진행되는 미래 창조 경제의 실현에 하나의 힌트가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