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LED 플리커 인증제 도입 서둘러야

[기자수첩]LED 플리커 인증제 도입 서둘러야

간질성 발작에 동반되는 신경계 질환이나 두통, 피곤함, 몽롱함, 눈의 피로, 시각 활동 감소, 산만함....

특별한 질병이나 세균, 바이러스에 관한 내용이 아니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퍼시픽노스웨스트국립연구소(PNNL)가 지난해 발표한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의 깜빡거림(플리커) 현상이 인체에 일으킬 수 있는 효과를 나열한 것이다.

빛의 주파수가 낮거나 불규칙하면 플리커 현상이 생기는데, 이때 사람이 겪을 소지가 있는 증상이란 얘기다.

플리커 현상은 불량 안정기나 노후한 조명에서는 관찰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사람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60Hz 이상 주파수의 빛은 가시거리 밖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 보인다고 그런 현상이 없는 건 아니다. 가시거리가 눈보다 넓은 카메라 렌즈를 갖다 대면 조명 위에 까만 줄이 여러 개 생긴다. 플리커 현상이다.

지난해 일본은 전기용품안전인증(PSE)에 플리커 관련 규제를 포함시켰다. 미국도 `에너지스타` LED 조명 인증 기준에 플리커 항목을 담았다. 내년 9월부터 이 기준을 충족한 조명만 미국에서 판매할 수 있다. 인체에 유해하다는 우려가 있으면 규제해 진입 장벽을 치겠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플리커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는 있지만 KC인증이나 고효율 인증 제도에 관련 기준은 없다. 경제 논리가 안전성보다 우선되기 때문이다. 표준을 정하는 관련 부처 공무원이나 기관 관계자들은 “아직까지 인체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확실하게 밝혀진 게 없다”, “특정한 질환을 앓고 있는 소수의 사례일 뿐이다”며 회피할 뿐이다. 그나마 “LED 조명 시장 활성화를 위해 우선은 인증 기준에서 제외하고 향후 시장이 커지면 인증 기준에 넣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게 진전된 답변이다.

우리나라 LED 조명 시장 규모는 지난해 2000억원 수준이다. 전세계 13조원대 시장의 6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해외 시장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아예 처음부터 인증 기준을 까다롭게 가는 게 유리할 수 있다. 질 좋은 조명을 개발해 브랜드 이미지까지 조기에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