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그로스 2.0 이젠 에너지 안보다]<29>누리텔레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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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은 전력수급에 있어 수요관리와 절전 역할이 유독 절실했다. 범국민적인 절전행동과 사전에 준비한 수요관리가 없었다면 2년 전 9·15 정전사태의 악몽이 재현될 수 있었다.

누리텔레콤의 현지 직원이 나 프람프람와 아킴 오다시 지역의 주택에 원격검침인프라(AMI)를 설치하고 있다.
누리텔레콤의 현지 직원이 나 프람프람와 아킴 오다시 지역의 주택에 원격검침인프라(AMI)를 설치하고 있다.

공급능력을 늘려 수요를 맞추던 전력수급은 점차 구시대적 유물이 되고 있다. 전원설비 증설에 한계를 드러내고 동·하계피크 때마다 전력난은 거듭되면서 최근에는 똑똑한 전력사용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전력업계와 정치권에서는 전력사용량에 따른 요금제를 차등화하고 수요관리를 시장에 편입시키려는 구체적인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스마트그리드 시장이 눈앞으로 다가온 셈이다.

누리텔레콤은 스마트그리드라는 개념이 정립되던 때부터 관련 분야 역량을 키워온 강소 기업이다. 국내 스마트그리드 사업 핵심을 담당하며 선도업체로의 이미지를 각인시켰고 다수의 해외시장에도 진출해, 한국형 스마트그리드의 기술력을 전파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프리카 시장으로 그 영역을 확대하며 본격적인 실적 성장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스마트그리드 시대의 준비된 사수

누리텔레콤은 스마트그리드 역사와 궤를 함께한 기업이다. 1992년에 설립돼 2000년에 코스닥에 상장했고 스마트그리드 필수 솔루션인 양방향 원격검침인프라(AMI) 시스템을 주력으로 사업을 영위해 왔다. 지금은 스마트그리드 분야 업력 20년이 넘는 터줏대감으로 자타가 공인한다.

누리텔레콤이 스마트그리드 기업으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2000년도부터다. 이동통신망을 이용한 AMI 시스템을 개발해 고압고객 18만호를 대상으로 국내 첫 상용화를 성공했다. 고압고객과 한국전력 본사부터 지사에 이르는 AMI 토털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커다란 기여를 했다.

이후 2003년에는 양방향 통신이 가능한 근거리 무선기술 지그비를 이용해 매시 무선(Mesh RF) 방식의 AMI 독자브랜드 `아이미르(AiMiR)`를 선보이기도 했다.

다양한 통신방식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는 누리텔레콤의 경쟁력으로 이어졌다. 현재 누리텔레콤은 전력선통신(PLC) 뿐만 아니라, 2.4㎓, SubGiga(400㎒·800㎒·900㎒) 등의 메쉬 RF 및 CDMA, GSM·GPRS, 3G·4G 등 다양한 주파수 대역과 통신기술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술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고 있다. 각 통신기술에 대해 AMI 통신모뎀, 데이터집합장치(DCU), 헤드앤드 장비, 미터데이터관리시스템(MDMS) 플랫폼까지 토털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협대역 PLC 제품을 개발해 프랑스와 스페인, 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 표준을 만족시키며 국제 AMI사업 입찰에 참여할 무기로 활용한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현지화 전략과 수주실적으로 해외시장 확대

국내 스마트그리드 선두업체의 이미지를 다져온 누리텔레콤은 2004년부터 주력제품의 글로벌 마케팅을 추진, 해외시장 개척에 전사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회사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 원칙을 고수한다. 2001년에는 누리텔레콤 재팬(일본법인)을 설립해 주력제품인 시스템관리 SW(나스센터) 수출을 추진, 일본 후생성과 소프트뱅크 등 200여개 고객사이트를 확보하고 있다.

2002년에는 미국지사를 설립해 AMI 시스템(아이미르)의 글로벌 마케팅을 본격적으로 추진했고 2009년 법인으로 승격시켜 현재 유럽 AMI사업 추진에 역점을 기울이고 있다. 본사 해외사업본부 임직원들은 유럽, 아프리카, 동남아, 중동아시아, 남미 등 지역담당자제도를 운영해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이 결과 국내 스마트그리드 기업으로는 AMI 수출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스웨덴 엠브릭(Embriq)을 포함해 해외판매망 150여개사를 확보했고 15개 해외 유틸리티사를 고객사로 확보해 저압 수용가 60만호에 AMI를 구축하는 해외수출 실적을 달성했다. 국내 산업용 AMI 구축실적까지 포함하면 78만호에 달하는 성과다.

예테보리 에너지(Goteborg Energy)가 발주한 전기 AMI 구축사업은 가장 대표적인 해외 프로젝트다. 27만호에 AMI 독자브랜드 아이미르 제품군을 이용해 성공적인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 레럼에너지(Lerum Energy)의 1만5000호 대상의 전기 AMI 프로젝트도 추가 수주해 스웨덴에서만 29만호에 AMI 시스템을 구축했다.

올해부터는 가나 전력시장에 AMI 구축 수주로 시장을 아프리카로 확대,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6월 가나전력회사와 계약서에 준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해 10만호를 대상으로 선불식 전기 AMI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1차 사업으로 가나 프람프람 및 아킴 오다시 지역 주택 1만호에 Mesh RF와 GPRS 방식을 이용해 원격검침 모뎀이 탑재된 스마트계량기, DCU, 플랫폼 소프트웨어 등 AMI시스템 일체를 공급한다. 올해는 2만호를 대상으로 사업이 추진되며 내년부터는 발주물량이 최소 10만호 이상 늘어날 계획이다. 나아가 누리텔레콤은 북유럽, 동남아 AMI 시장 개척에도 역점을 기울일 방침이다.

[인터뷰]조송만 누리텔레콤 사장

누리텔레콤은 세계 14개 국가지역 60만 가구에 스마트그리드 원격검침인프라(AMI) 구축한 국내 유일한 수출 기업이다. 세계 시장점유율은 5% 미만이지만 1위인 미국 아이트론이나 실버스프링과 함께 세계 상위권에 올라 이들과 경쟁구도를 펼치고 있다.

이 같은 성과에 대해 조송만 누리텔레콤 사장은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과 ICT를 활용한 유연한 솔루션 대응력을 핵심 역량으로 꼽았다.

조송만 사장은 “예측 불가한 다양한 환경에 최적화된 통신 운영기술로 세계 여러 국가에 성공한 구축사례가 알려지면서 내년까지 약 50만 가구 이상의 수주가 예상된다”며 “2009년 GE를 시작으로 미국 타이코 등과 구축한 협력체계로 신흥시장 진출에 우위를 점하게 됐고 지금도 이들과 4~5곳의 구축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유럽의 AMI시장은 변압기 하나당 50~100개의 스마트미터(전자식전력량계)를 연결하지만 북미시장은 광범위한 지역성 특성 탓에 변압기 당 10~50개의 스마트미터를 사용한다. 여기에 국가별로 선호하는 통신방식과 가용 주파수대역이 제각각이라 한개 이상의 통신방식을 요구하는 곳도 많다. 또 시장에 따른 AMI 구축 목적도 다르다. 선진국은 효율적인 전력 사용을 유도하기위해 AMI를 구축하는 반면 개발도상국들은 전기 도전이나 전력부족으로 이용하고 있다. 이에 누리텔레콤의 멀티 플랫폼 전략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누리텔레콤은 각종 유무선 통신환경에 최적화된 저속·고속 전력선통신(PLC) 칩부터 메쉬·GPRS·지그비 등의 다수의 무선통신 방식을 수용하는 AMI용 토털 솔루션을 확보했다. 최근에는 미국시장을 겨냥해 900㎒ 무선주파수 대역의 솔루션과 최대 2000개의 스마트미터용 모뎀을 지원하는 데이터집합장치(DCU)도 개발해 미국시장 공략에도 나설 방침이다.

ICT를 적용한 누리텔레콤만의 기술력은 최근 고객사에게 수익모델을 제시하며 세계 AMI시장의 기념비를 남기기도 했다.

조 사장은 “스웨덴 예떼보리 에너지의 AMI사업에 가스·수도·화재감시까지 통합으로 지원하는 AMI 솔루션을 제안하면서 사업자로 선정됐다”며 “예떼보리는 전기검침 이외 가스 등의 다른 에너지까지 관리하는 체계를 갖춰 추가 수익사업을 확보했고 이 사업모델은 영국 등 유럽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국내 중소기업이 ICT 기반의 차별화된 전략으로 해외 시장에 집중한다면 충분한 승산이 있다는 설명이다.

조 사장은 “세계 AMI시장은 인구대비 선진국은 3명당 1개, 신흥국은 5명당 스마트미터가 필요한 상황으로 세계 99% 이상이 잠재성이 큰 신규시장이다”며 ”우리나라의 IT기술력을 대체적으로 크게 인정하고 있어 기술기반의 꾸준한 신뢰만 쌓는다면 국내 업계가 충분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해외에서 성장동력 찾는다

누리텔레콤의 가나 원격검침인프라(AMI) 구축사업은 불모지의 땅을 개간하는 만큼 어려운 일이었다. 가나의 전력산업은 스마트그리드 AMI를 경험하지 못한데다 검증이 안 된 신기술 도입에 따른 리스크까지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나의 최근 신도시 건설 열풍이 불면서 그 동안 전기를 도전해 사용하는 불법 수용가에 골머리를 앓던 전력업체가 가나 최초로 AMI 구축에 나선 것이다.

누리텔레콤은 지난 6월 가나의 전력회사인 ECG의 `10만호 스마트그리드 AMI 구축` 사업을 수주하기까지 1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됐다.

회사 자체 예산을 투입해 완성한 시범사업이 본 사업으로 이어지는데 주효했다. 누리텔레콤 지난해 말부터 현지 100가구 대상으로 각종 무선 통신 기반 AMI용 모뎀이 탑재된 스마트계량기, 데이터수집장치(DCU), 운영 플랫폼 등 현지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완성해 시범사업을 운영했다. 특히 ECG가 시범사업에 수용가를 대상으로 선불식 전기요금제를 적용한 AMI를 요구해 누리텔레콤으로써 새로운 도전이었다. 안정적인 전력공급과 도전을 막기 위해 정액제로 운영되는 선불식 요금제를 업계 처음으로 시도된 것이다. 그만큼 완벽한 통신체계가 요구되는 사업이었다.

누리텔레콤은 7개월의 시범사업 기간 동안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메쉬·GPRS 무선 통신 기반의 현지에 최적화시킨 AMI를 완성시켰다. 이후 ECG로부터 사업성 평가에서 합격점을 받아냈다.

누리텔레콤의 현지 직원 아크로마 엠마누엘은 “ECG가 AMI에 대한 호기심과 불안감으로 시범사업이 시작되면서 AMI의 필요성을 공감하기 시작했고 이후 끊임없는 교육과 현장검증을 통해 본 사업을 수행하게 됐다”며 “전기 도전과 예측 가능한 전력공급을 위해 선불식 시스템 구축을 원했기 때문에 전기 공급이 중단사태를 막기 위해 통신체계를 완벽히 하는데 주력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누리텔레콤은 2015년까지 가나의 가정 등 10만 저압 수용가를 대상으로 AMI를 구축한다. 사업은 4개월 단위로 1만호씩 진행되며 수주 금액은 33억원이다. 10만호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최소 330억원 매출이 예상된다. 1차로 오는 9월까지 가나 프람프람와 아킴 오다시 지역 주택 1만호에 AMI를 구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