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사이트 순위조작 만연 "어떻게 믿나"

온라인쇼핑몰·소셜커머스 등 방문자수 편법 조작

인터넷 사이트 순위조작 만연 "어떻게 믿나"

#1. 인터넷쇼핑몰의 마케팅 임원 A씨. 그는 매일 자사와 경쟁사의 순방문자수(UV)와 페이지뷰(PV), 매출동향을 점검해 윗선에 보고한다. 자사 순위가 떨어지는 게 부담스럽다. `대행사를 통해 순위를 올리자`는 팀원의 의견은 무시해왔다. 하지만 온라인 순위를 집계하는 B사 담당자가 찾아와 은밀한 제안을 했다. 귀가 솔깃했다. 비용을 내면 일시적으로 UV를 획기적으로 높여주고, 순위를 관리하는 노하우까지 알려주겠다고 했다.

#2. 하루 종일 PC 앞에서 일하는 회사원 C씨. 그는 최근 PC 속도가 느려지고 인터넷을 켤 때마다 특정 쇼핑몰사이트 창이 계속 뜨는 일을 겪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수많은 사람이 유사한 일을 경험했다. 사내 전산실에 문의하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 `애드웨어`라는 프로그램이 깔려 있었다. 자신의 PC가 특정 사이트 트래픽을 올려주는 데 사용되고 있다는 데 놀랐다.

쇼핑몰이나 소셜커머스 등 인터넷사이트의 순위를 측정하는 지표로 활용되는 방문자수와 UV를 높이기 위한 편법이 난무하면서 지표의 신뢰도에 의문이 커지고 있다. 각 포털사이트에서는 순위 사이트 1위로 만들어주겠다는 에이전트가 넘쳐난다. 일부 순위집계업체까지 트래픽을 높여주겠다는 직접 영업에 나서는 일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일 온라인유통 업계 고위 관계자는 “실제 사이트 충성도와 무관하게 UV나 방문자를 높이기 위한 편법이 난무하고 있다”며 “순위조사를 집계해 발표하는 업체로부터 경쟁사보다 방문자 순위를 단기간 내 높여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고 밝혔다.

특정 사이트 방문자 순위를 조작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광고나 프로모션으로 단순방문자를 늘리는 것은 그나마 순진한 방법이다. 악성코드를 불특정 다수 PC에 살포해 특정 사이트의 방문으로 유도하는 것은 물론이고 샘플링 대상의 랭키툴바를 유리한 대상에만 조정하는 방법도 사용되고 있다. 포털 구글에서 경쟁사 명칭을 검색하면 자사 사이트가 광고 최상단에 뜨도록 하는 일도 가능하다. 소셜커머스업체 간에는 한 회사가 경쟁사 이름을 포털에 입력할 때 자사 사이트가 뜨도록 조작해 소송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온라인 업계에서는 `업계 최고`라는 이미지가 중요하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특정 기간 동안 데이터를 집중해 이를 근거로 자신에게 유리한 1~2주나 한 달간의 자료만을 뽑아 `업계 최고 사이트`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꾸준히 1위인 것처럼 홍보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전문가들은 사이트 방문자 수 조사업체인 랭키닷컴이나 코리안클릭의 순위가 크게 차이나는 것도 의심의 대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동일 기간에 사이트의 UV와 PV 순위가 크게 차이나는 일도 있는 데 이런 경우 대부분은 일시적 순위 올리기가 벌어졌다고 볼 수 있다”며 “PV에 비해 UV와 방문자 수는 단기간에 수치를 끌어올리기 쉽다”고 말했다.

이 같은 편법은 인터넷쇼핑몰은 물론이고 소셜커머스, 인터넷언론사 등에서 모두 일어날 수 있다. 문제는 UV나 방문자를 늘리기 위한 조작과 회사의 프로모션과의 구분이 애매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별도 소송이 없다면 불법으로 저촉되는 일도 거의 없다.

우리나라 UV나 PV 등의 순위 집계는 민간기업체가 개별로 진행한다. 정부나 공공기관의 개입이나 신뢰도 검증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매장보다 온라인사이트의 조작과 편법 사용은 더 쉽게, 더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다”며 “`클린인터넷`을 위한 업계의 자정 노력이 가장 중요하고, 온라인 순위 정립에 대한 가이드라인 마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