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노베이션 DNA]기술과 인문학의 완벽한 앙상블을 꿈꾸는 인텔 `IXR`

`기술의 주인은 사람이다.`

반도체 기업 인텔이 지난 2010년 세운 인텔 상호작용 및 경험연구소(IXR)는 이 단순한 명제에 집중한다. IXR의 목표는 사람이 원하는 기술이 무엇인지 깊이 있게 연구하고 인간이 컴퓨터와 경험하는 모든 방식을 재창조하는 것이다. 성능 좋은 반도체를 만들되 인문·사회과학의 요소를 접목해 가장 `올바른` 기술을 개발해 가겠다는 취지다. IXR은 인텔 연구소에 소속된 별도의 조직으로 인텔 펠로우 겸 문화인류학자인 제네비브 벨 박사가 이끌고 있다.

◇`인간`을 중심에 둔 미래기술 청사진 개발= 설립 이래 `무어의 법칙`을 근간으로 반도체 생산에만 몰두했던 인텔은 기술과 인간의 상호작용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업계를 선도하는 인텔이지만 기술기업의 수명은 `사람이 원하는` 기술을 만들 때 연장되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IXR 사회과학자의 연구 내용을 제품 개발과정에 적용하기 위해 대대적인 기업문화 혁신 과정을 거쳤다. 무어의 법칙 현실화가 조직의 목표점이었다면 이제는 `모든 인류의 삶을 터치하고 풍요롭게 만들자`는 것이 기업의 모토로 바뀌었다. 이를 위해 타인을 평가하거나 이야기하는 방식부터 성공을 측정하는 방법, 데이터에 대한 생각, 혁신 과정, 고객을 대하는 언어 등 모든 제품개발 단계에서 인간 중심의 요소를 고려하기 시작했다.

IXR은 전 세계적으로 인간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연구하는 사회과학과 인간이 원하는 것을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 연구, 사람들에게 중요한 경험이 무엇인지 규정하는 상호작용학, 20~30년 후 미래의 트렌드를 연구하는 미래학 등 4개 영역으로 구분돼 있다.

◇인문사회과학이 이끄는 미래 기술= 인텔 IXR에서 가장 독특한 연구 분야는 `미래 캐스팅`이다. 이 연구는 미래 기술을 준비하기 위해 10~15년 내의 실질적인 비전을 개발한다. 다양한 민족과 지역 문화, 유행 정보를 모두 아우르는 연구다. 인텔에 소비자 컴퓨팅에 관한 실질적인 비전을 제공하는 공상과학(SF) 연구도 한다. 미래 TV를 설계하기 위해 공상과학과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는 식이다.

미래 캐스팅을 연구하는 IXR의 브라이언 데이비드 존슨 미래학자 겸 연구원은 엔지니어가 아니다. 그는 과학논문과 단편 공상과학 소설 등 광범위한 저술 활동을 한 바 있으며 두 편의 장편 영화를 감독하고 일러스트레이터, 화가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존슨 연구원은 “사람의 무릎에 올려둘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데스크톱이나 주머니에 들어갈 만한 노트북을 개발할 수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스스로가 원하는 게 무엇이고 어떤 영향을 받길 원하는가이다”라며 “기술이 우리의 인생에 어떤 파급력을 끼치길 바라는지를 아는 것이 무어의 법칙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IXR의 또 다른 연구분야는 `데이터 경제학`이다. 인텔이 생각하는 데이터의 사용방식은 새로운 사용자 경험과 기술,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할 수 있도록 자신의 데이터를 제공하고 분석해 교환하는 것이다.

◇IXR 연구의 결정체, `커넥티드 카`= 인텔 IXR은 소셜컴퓨팅과 미래자동차 분야에서 특히 선도적인 연구성과를 보였다. 지난 해 3월 인텔은 정보통신 기술과 자동차가 접목된 `커넥티드 카`에 투자하기 위한 1억달러(약 1116억원)의 펀드를 신설했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은 앞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12`에서 인텔 IXR이 선보인 시연 덕분이다. IXR은 가족 드라이브, 통근자, 자동차 마니아 등 시나리오를 3개로 구분해 자동차와 운전자가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는 보여주는 시연을 진행했다. 이 정도로 앞선 연구결과를 보여준 기업은 없었다.

인텔은 사람이 차를 사용하는 방식과 차 안에서 필요한 기능에 대해 IXR이 연구한 결과를 토대로 관련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개발하는 전 세계 기업에 투자할 방침이다. 올해 인텔 연구소의 연례 발표회 `리서치@인텔` 행사에서는 뇌파만으로 자동차를 움직이는 시연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증강현실(AR), 모빌리티,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생산 및 유통방식, 공동체 형성과 참여, 공동체 내 시민의식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최근에는 외부 학계와 연계해 캘리포니아 대학교 어바인 캠퍼스 내에 IXR이 이끄는 소셜 컴퓨팅 연구소를 설립하기도 했다.

제네비브 벨 IXR 소장은 “IXR의 성과를 평가하는 방식은 실제 상품 개발 과정에서 얼마나 관여했느냐가 관건”이라며 “인텔 내부적으로 `인텔 성과 어워드`를 수상했다”고 설명했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