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이란 군사 시설 공습과 해상 봉쇄를 전격 재개하자, 이란 측이 “미국과의 전쟁은 존립을 건 전쟁”이라며 호르무즈 해협 폐쇄 등 에너지 공급망 타격을 예고하고 나섰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 중부사령부는 15일 오전 6시(미국 동부시간 기준)부터 약 90분 동안 이란 그레이터 툰브 섬에 있는 해안 방어 시스템과 크루즈 미사일 저장·발사 시설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어 약 9시간 뒤에는 2차 공습을 단행했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번 공격과 관련해 “세계 무역의 핵심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민간 선박을 위협하는 이란의 군사 능력을 무력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미군은 이란 하르그 섬으로 향하던 유조선 한 척을 헬파이어 미사일로 무력화하는 등 화요일 해상 봉쇄를 재개한 이후 이란행 선박들을 강력히 통제하고 있다.
이란 반관영 메흐르 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공습은 아흐바즈 인근 4개 지역과 반다르아바스, 코나락 등 남부 해안 도시 전역에 걸쳐 단행됐다. 이란 국영 방송(IRIB)은 아흐바즈의 소아암 센터가 있는 병원 인근이 폭격당해 환자와 가족들이 긴급 대피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대규모 공습에 이란은 즉각 '존립을 건 전쟁'(existential war)을 선언하며 맞받아쳤다.
이란의 모하마드 바케르 갈리바프 수석 협상가는 성명을 통해 “이란의 안보는 호르무즈 해협 내 '이란식 통제권'을 유지하는 데 달려 있다”며 “우리는 지금 미국과 실존을 건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 역시 바레인, 쿠웨이트, 요르단 내 미군 기지를 공격했다고 밝혔으며, 쿠웨이트 군 당국은 이란발 미사일 4기와 드론 21기를 요격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충돌은 불안정한 휴전이 깨진 지 불과 며칠 만에 발생했다. 특히 이란이 전 세계 석유·가스 수송량의 약 5분의 1을 담당하는 핵심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을 폐쇄하겠다고 밝히면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에 비상이 걸렸다.
실제로 최근 무력 충돌 여파로 국제 유가의 기준이 되는 브렌트유는 수요일 배럴당 84.95달러까지 치솟으며 한 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펜실베이니아 국방·혁신 서밋에 참석해 “우리는 곧 이란을 굴복시킬 것”이라며 승기를 잡았음을 확신했다. 그러면서도 “이란 측이 간절히 협상을 원하고 있다”며 대화의 여지를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2024년 억류했던 미국인 데나 카라리를 최근 석방한 것에 대해 '선의의 제스처'라고 해석하며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현재 이란 군 대변인은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개방할 유일한 방법은 미국이 지난 6월 양측이 서명한 14개 항의 양해각서(MOU)를 준수하는 것뿐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