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한국 변리사와 미국 특허변호사

[월요논단]한국 변리사와 미국 특허변호사

최근 특허를 비롯한 지식재산(IP)이 세계경제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고 있다. IP권을 둘러싼 분쟁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IP권 분쟁이 증가하면서 국내에서도 IP권 분쟁 해결제도 선진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변리사의 특허침해소송대리 참여 역시 이러한 논의의 일환이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에는 우리 변리사를 영어로 특허변호사 `페이턴트 어토니(Patent Attorney)`라고 명시했다. 특허에 대한 기술적·법적 이해와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특허법률 전문가란 의미로, 변리사가 곧 특허변호사다.

변리사는 지난 반세기 동안 발명가와 기업의 곁에서 연구개발(R&D) 단계에서부터 특허출원은 물론, 등록·창출·보호와 활용까지 특허 전 과정을 함께 해왔으며 누구보다 특허를 잘 이해하고 기업을 대변해 줄 수 있다.

특허법원과 대법원에서 특허 등 산업재산권의 심결취소소송에서 이미 대리인으로 활동하면서 대리인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 소양과 자질에 대한 검증을 마친 상태이다.

그러나 특허침해소송에서는 대리인으로 변리사가 배제돼 있어 전문성 부족 문제가 계속 지적돼 왔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11년 지식재산기본법을 제정해 국가지식재산위원회(이하 지재위)를 설립하는 등 IP권 분쟁 해결 제도 선진화를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출범 당시 지재위는 특허침해소송대리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지재권 분쟁해결제도 선진화 특별전문위원회(이하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특허침해소송에서의 변리사 참여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변리사가 특허침해소송 전 과정에 참여하지만 해당 법정에 서지 못해 방청석에서 특허기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대리인에게 전문 지식을 쪽지로 전달해야 하는 현실을 바꿔보자는 데서 출발한 것이다.

반면에 지난달 13일 지재위에서 발표한 `특허소송대리 전문성 강화 방안`에는 당초 논의의 핵심인 특허침해소송에서의 변리사 참여에 관한 내용은 사라지고 로스쿨을 염두에 둔 특허변호사라는 새로운 제도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지재위가 발표한 이번 `특허소송대리 전문성 강화 방안`은 마치 어울리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혀 놓은 것처럼 우리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국내 특허소송 제도의 문제점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특허 전반에 대한 기술적·법적 이해와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변리사를 법정에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데서 기인한 것이다.

엄연히 건재한 전문가인 변리사를 배제하고, 새로운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볼 때 우수한 인력의 낭비이며, 기존 전문가 제도의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다.

일본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변리사의 특허침해소송 공동대리권을 부여해 자국 기업의 특허권 보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유럽연합(EU)이 국가별 상이한 특허제도를 하나로 통합하는 데 합의함과 동시에 변리사가 변호사 없이 단독으로도 특허침해소송 대리인이 될 수 있도록 하는 합의안을 비준한 것은 변리사의 특허침해소송대리가 세계적 추세임을 방증한다.

특허침해소송대리의 전문성 강화는 `기업 등 법률소비자의 입장에서 누가 가장 잘 할 수 있는가`를 전제로 논의가 진행되어야 마땅하다. 이러한 전제에 가장 충족되는 변리사들이 소송대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우선돼야 하며, 중·장기적으로 보다 큰 틀에서 특허침해소송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윤동열 대한변리사회장 kpaa@kpa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