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상용특허를 앞세운 애플과의 특허 소송에서 완패하면서 향후 특허전에 대한 전략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상용특허는 침해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11일(현지시각) 독일 법원에서 애플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제기한 상용특허 소송을 기각한 것이 상용특허 입증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애플과의 특허전쟁에서 표준특허를 무기로 공세를 펼쳤다. 표준특허는 통신사업을 지속하며 기술을 축적한 삼성전자가 강점을 가진 분야다.
표준특허는 특정 기술을 구현하기 위한 필수 기술이어서 침해를 입증하기도 쉽다. 예컨대 3G 이동통신 단말기를 만드는 기업은 삼성전자의 표준특허를 피하기 어렵다. 애플과의 특허전 초기에 표준특허를 통한 공세에 나선 이유 중 하나도 입증이 쉽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표준특허를 통해 국내 소송에서 승소했고, 해외에서도 유리한 판결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많은 나라들이 표준특허가 독점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 특허권 남용을 견제한다. 누구에게나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 방식으로 사용을 허락해야 한다는 이른바 `프랜드(FRAND)` 원칙도 존재한다. 실제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자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표준특허 침해를 이유로 애플 제품의 미국 내 수입금지를 권고하자 거부권을 행사하는 등 삼성전자의 표준특허를 앞세운 전략을 견제했다.
유럽과 미국 등에서 표준특허 견제 분위기가 확대되면서 삼성전자가 꺼낸 새 카드가 상용특허다. 상용특허는 침해 사실을 입증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비록 이번 소송에 패소했지만, 상용특허로 소송전략을 바꾼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삼성 역시 다양한 상용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애플의 상용특허 공세에 맞설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같은 기술이라도 나라마다 등록된 특허 내용이 조금씩 달라 한국에서는 패소했지만, 해외에서는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오세일 인벤투스 대표변리사는 “특허 구성요소가 구비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700특허에는 미국 법원도 동일한 판단을 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진보성이 없기 때문에 무효라는 것은 법원마다 시각차가 있을 수 있는데, 각 나라에 등록된 특허가 청구항이나 구성요소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 변리사는 “우리나라 판결에 기초해서 미국 등 해외 판결을 예측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똑같은 항목의 소송이지만 각국의 법정이 다른 판결을 내놓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국에서 패소했다고 의기소침하기보다는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좀 더 치밀한 전략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애플 역시 다양한 상용특허와 디자인특허로 삼성을 공격하지만 실제 인정받지 못하는 특허도 부지기수다. 독일 법원의 판결이 대표적이다. 애플이 독일에서 제기한 6건의 특허침해 소송은 모두 무효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2건은 비침해로 결정났고, 나머지 4건도 특허무효심판이 진행 중이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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