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준영 엔트리브소프트 대표이사가 10년만에 물러난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김 대표는 이날 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대표이사직 사임 뜻을 밝혔다. 지난 2003년 엔트리브소프트를 설립하면서 대표이사에 오른 뒤 SK텔레콤 계열의 iHQ, 다시 엔씨소프트로 회사 대주주가 바뀔 때도 대표이사직을 지켰던 김 대표가 갑작스레 대표직을 던진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선 김 대표가 전사차원에서 노력을 쏟았던 스마트폰 게임 신작이 예정대로 나오지 않고, 부진한 실적 등에 안팎의 부담을 크게 느낀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직원들을 독려하며 2년가까이 신작 개발에 몰두하면서 건강도 많이 나빠진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선 김 대표를 온라인 골프게임 `팡야`로 최고의 전성기를 누릴 때도, 최근 1~2년간 스마트폰게임 대안 부재에 따른 최악의 위기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은 외유내강의 경영자로 평가하고 있다.
이날 엔트리브소프트 직원들은 갑작스럽게 닥친 대표이사 공백에 따른 향후 경영 전략과 비상체제 가동을 위해 잇따라 회의를 갖는 등 하루종일 긴박하게 움직였다.
김 대표는 지난 8월 네이버가 설립해 운영 중인 소프트웨어 개발자 학교 NHN넥스트 후배 개발자에게 보낸 편지에서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알 수는 없지만 준비가 소홀하면,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기회가 눈앞에 다가와도 볼 수 없고 손에 쥐어줘도 만질 수 없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전하기도 했다.
이번 사임과는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스스로 준비하면서 다음단계 사업을 구상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김 대표는 지난 1993년부터 이날까지 한배를 탄 서관희 개발이사 등과 함께 PC패키지 게임 개발부터 게임 쪽에 발을 담궈, 20년째 한길을 걸었다. 지난 2000년 손노리 부사장을 거쳐 2003년부터 엔트리브소프트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