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살자와 구세주…두 얼굴의 드론

예멘서 드론 공격으로 최소 15명 사망

사진은 사건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은 사건 내용과 관련 없음

예멘에서 미군의 드론(무인 비행기) 공격으로 최소 15명이 사망했다. 결혼식 행렬을 알 카에다 회합으로 착각한 오인 공격이다. 최근 물류 혁신의 선봉으로 관심을 모았던 드론이 현실에선 여전히 인명 살상 도구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로이터, AP통신 등 외신은 예멘 현지 보안 관리의 말을 인용해 12일(현지시각) 바이다주 라다시에서 미군 드론이 결혼식 행렬을 덮쳐 최소 15명이 사망하고 5명이 부상당했다고 보도했다. 10명이 현장에서 즉사하고, 5명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또 5명의 부상자가 더 있다고 전했다. 보안 관리들의 말에 따르면 사건 직후 도로에는 숯처럼 타버린 시신과 차량들이 널부러져 있었다고 한다. 이들은 모두 민간인으로 알려졌다.

미군은 결혼식 행렬을 알 카에다의 회합이나 병력 수송으로 오인, 드론 공격을 감행한 것으로 보인다. 예멘은 알 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의 거점으로, 미군이 드론 공격을 강화하고 있는 지역이다. AQAP는 현재 가장 활발한 무장조직으로 간주되고 있어, 미군도 이례적으로 이 지역에 대한 드론 사용은 인정해왔다. 해당 사건에 대한 미군 측 입장은 현재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드론에 의한 민간인 사망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얼마 전인 9일에도 예멘 동부에서 드론 공격으로 최소 3명의 민간인이 숨졌다. 도로를 달리던 차량을 향해 미사일이 발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인권감시단체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는 지난 8월 보고서에서 무장 무인 항공기 공격을 포함한 미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예멘에서 수십 명의 민간인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예멘에 대한 미국의 관심은 석유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예멘이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인접해 있기 때문이다. 이 나라는 현재 남부 분리주의 세력과 북부 반군에 의해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이로 인한 원유 수급 차질에 대한 우려가 국제적인 관심사로 떠오른 상황이다.

한편 드론은 최근 물류 혁신을 일으킬 도구로 각광을 받고 있어 첨단 기술의 빛과 그림자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 1일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조스는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드론을 활용한 ‘아마존 프라임 에어’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서비스가 소비자의 상품을 30분 안에 배달해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최대 물류 업체 UPS도 비슷한 기술을 시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물류업체 DHL의 드론 배송에서 역설은 정점을 찍는다. 이 회사는 지난 9일 자체 개발한 드론의 시험 비행에 성공하며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에 의약품 등을 실어나르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이 드론은 라인강을 건너 0.6마일 정도를 날았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트렌드팀

송준영기자 dreamer091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