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원투펀치

[프리즘]원투펀치

야구에서 한 팀이 에이스급 투수 두 명을 동시에 보유한 경우 `원투펀치`라는 표현을 쓴다. 탁월한 승부사 둘을 가동한다면 그만큼 게임이나 리그 운영을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다. 특히 한국시리즈 같은 단기전에서 강력한 원투펀치의 위력은 배가된다.

우리나라 경제의 원투펀치는 삼성과 현대차다. 지난해 기준 삼성과 현대차그룹은 우리나라 500대기업 전체 이익의 67%, 영업이익의 44%나 차지했다. 두 그룹에 대한 의존도는 최근 수년간 꾸준히 상승해 왔다.

하지만 강력한 원투펀치가 모든 게임을 책임지는 것은 아니다. 몇몇 우수 선수에만 의존하는 팀은 주력 선수가 슬럼프에 빠지거나 부상을 당하면 연패에 빠지기 쉽다. 대체 선수가 마땅치 않은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장기 레이스를 펼쳐야 하는 야구 감독은 원투펀치 이외에 다른 선수들까지 두루 점검하고,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며 팀을 꾸려가곤 한다.

우리 경제도 마찬가지다. 삼성과 현대차가 꽤 잘 나간다. 그렇다고 우리 경제 전반의 건전성이 높아졌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착시현상도 생긴다. 일부 기업 고성장으로 대외지표는 좋지만 다수 기업군이 침체에 빠지는 상황을 간과한다면 최악이다.

우리나라 500대 기업에 포함된 대기업의 3분기까지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과 비교해 각각 12.2%, 16.8% 늘었다. 하지만 삼성전자 단일 기업만 배제해도 전체 매출은 1.8% 증가에 그치고, 영업이익은 오히려 5.9%의 마이너스로 나타난다.

정부는 일부 기업이 주도하는 전체 수출규모, 국내총생산(GDP) 같은 외형에만 몰입해서는 안된다. 더 다양한 산업과 기업군이 성장할 토대를 갖추는 데 더 집중해야 한다.

좋은 원투펀치는 팀의 버팀목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들이 강력한 힘을 발휘할 때에도 차세대 주자를 잘 육성해야 장기 레이스에서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전자산업부 차장·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