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공정거래위원회가 을(乙)일 때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매년 하는 일이 있다. 경쟁을 제한하는 타 부처 규제를 찾아내는 것이다. 올해도 공정위는 이런 타 부처 규제 16개를 찾아내 개선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미래창조과학부·산업통상자원부 등 9개 부처의 규제가 대상이 됐다.

[관망경]공정거래위원회가 을(乙)일 때

경제 검찰로 불리는 공정위는 부처 특성상 타 부처와 다른 점이 몇 가지 있다. 다른 부처에서는 주무관만이라 부르지만 공정위는 이를 조사관이라 한다. 사법 기능의 전원회의도 운영한다.

보도자료 내용도 타 부처와 많이 다르다. 과징금을 얼마 부과하고 어떤 시정명령을 내렸다는 것이 주류다. 일각에서 공정위를 `페널티를 주는 기관`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이 때문에 기업에서 보면 공정위는 확실한 갑이자 규제기관이다.

이런 공정위가 `을`로 변하는 때가 있다. 타 부처의 규제를 개선할 때다. 올해도 그랬다. `을`로서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 타 부처는 공정위의 규제 개선 논의에 시큰둥해한다. “네 일이나 잘하지 왜 남의 일에 간섭하느냐”는 거다. 아예 논의의 장에 나오려하지 않는다. 한 공정위 간부는 “링 위에 올라 올 생각도 않는다”고 토로했다.

결국 공정위는 부처 조정권이 있는 국무조정실 힘을 빌린 끝에야 올해 타 부처 규제 개선안 16개를 발표할 수 있었다. 애환은 이를 발표할 때도 있다. 공정위 직원들이 1년간 힘들게 타 부처 규제 개선안을 찾아냈지만 정작 이를 먼저 발표하는 건 해당 부처다. 공정위는 `재주`만 넘은 것이다. 이번에도 그랬다. 타 부처 규제 개선안 16개 중 3분의 2는 이미 해당 부처가 발표한 것이어서 뉴스가치가 뚝 떨어졌다.

내년에도 공정위는 타 부처 경쟁 제한 규제를 찾아내 발표한다. 여전히 을이고 `재주`만 넘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어떠랴. 모두가 국민편익을 위해 하는 일인데. 공정위가 재주만 넘을지라도, 또 을 신세를 벗어나지 못할지라도 보다 많은 타 부처 규제를 찾아내 개선해줬으면 한다.

세종=방은주 전국취재부장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