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행부-KDI 재난망 비용 산정액 두 배나 벌어져…예타 통과 불투명 사업파행 조짐

국가재난안전통신망(재난망) 사업을 놓고 주무부처인 안전행정부와 한국개발원(KDI)이 비용 산정에서 무려 갑절이나 이견을 보여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가 불투명해졌다. 재난망 사업이 다시 좌초되면 `국민 안전 방치 논란`이 재점화될 전망이다.

23일 안전행정부와 KDI에 따르면 두 기관은 최근 재난망 사업 예비타당성 조사 1차 보고서를 도출했지만 사업 타당성 결론을 얻지 못했다. 두 기관이 가장 크게 의견차를 보인 부분은 재난망 구축 물량과 유지보수 비용이다. 안행부가 제시한 기준보다 KDI가 전망하는 비용이 최고 갑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행정부는 2009년 KDI가 제시한 타당성 조사를 기초로 구축안을 제시했지만 KDI는 이를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KDI는 당초 타당성 조사에 포함돼 있지 않던 이동통신가입자와 차량, 실내 등의 통화권 확보를 비용에 포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안행부가 제시한 기준보다 갑절에 달하는 기지국이 필요하다.

KDI는 재난망 유지보수 비용도 전체 구축 비용의 10% 이상이 타당하다고 전망한 반면에 안행부는 현행 기준인 4%가 합리적이라며 시각차를 나타냈다.

안행부 안에 따르면 와이브로로 재난망 구축 시 향후 10년 운영비용을 포함해 1조1649억원, 테트라로 구축 시 운용비용은 9164억원이 소요된다. 하지만 KDI 연구에 따르면 제대로 된 재난망이 가동되기 위해서는 향후 10년간 2조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안행부보다 갑절이나 늘어나는 셈이다.

안행부 관계자는 “KDI와 조율을 진행 중으로 결론 도출을 위한 후속 자료를 전달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KDI 재난망 예타 관계자는 “사업타당성은 물론이고 정책 방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최종 결론이 언제 나올지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KDI는 재난망을 와이브로(상용망 일부 활용)와 테트라(상용망 일부 활용)를 후보기술로 지난 1월 예비타당성 조사에 착수했지만 1년 가까이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재난망은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40대 집중관리 과제로 선정되며 기대를 모았지만 후속 대책이 이루어지지 않으며 사실상 방치됐다.

예타 이후 안행부 내 재난망 추진단장도 세 번이나 교체되며 현재 공석인 상태다. 이미 내년 예산 반영에 실패해 2014년부터 진행 예정이던 구축 계획은 무산됐다.

정부는 재난망 사업과 연계를 이유로 경찰, 소방 등 재난 관련 기관의 통신 인프라 업그레이드를 제한한 상태다. 이 때문에 일선 재난 기관이 유사시 재난 통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과거 재난망 사업에 참여했던 정부 관계자는 “현재 예산으로 사업이 불가능하면 예산을 늘리든지 아니면 단계적 계획으로 전환해 시기별로 구축 물량을 조정하는 등 총리실 이상 상위기관에서 조율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이 사업에 의지가 없다면 차라리 일선 기관이 자체적으로 재난 관련 통신 인프라를 개선하도록 빨리 결론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