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트 저작권` 전자책 업계 저작권 분쟁의 불씨로

폰트(글씨체) 업체들이 전자책 업계에 폰트 저작권을 요구하며 저작권 분쟁으로 번졌다.

폰트 업체들은 정당한 권리 행사라고 주장하지만 영세한 전자책 사업자들은 액수가 너무 크다며 반발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폰트 업체가 지나치게 저작권 침해만을 내세우며 무리한 금액을 요구한다고 판단해 새해 초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25일 전자책 업계에 따르면 다수의 폰트 업체와 폰트 디자이너가 최근 법무법인을 통해 허락 없이 폰트를 사용했다며 전자책 사업자에게 내용증명을 무더기로 보냈다.

전자책 업계는 폰트 업계가 무리한 금액을 요구한다고 반발했다. 전자책 한 권당 300만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용증명을 받은 일부 전자책 업체는 말썽에 휘말리기 싫어 폰트 업체와 합의했다.

한 관계자는 “저작권법도 잘 모르고 일일이 서체를 다 바꾸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려 어쩔 수 없이 합의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폰트를 사용해 전자책을 만드는 것이 저작권 위반인지 몰랐다”며 “법무법인이 우리에게 저작권법을 어겼다고 하니 폰트 업체와 합의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폰트 업체가 보낸 내용증명에는 서체 프로그램이 저작권자가 허락한 범위 내에서만 이용할 수 있는데 전자책 사업자가 무단으로 사용해 지식재산권을 침해했다고 적시됐다.

폰트 업계 관계자는 “전자책 사업자가 위법인지 모르고 사용했을 수도 있지만 폰트 하나 만들 때 몇 억원씩 투자하기 때문에 사용을 승인받지 않은 전자책 업계에 저작권을 요구하는 것은 법적으로 잘못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문제는 대다수 전자책 콘텐츠 업체가 극도로 영세해 이번 폰트 업체의 요구가 전자책 산업을 휘청거리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아직 국내 전자책 시장은 활성화되지 않아 영세한 업체가 많다. 전자출판협회에 따르면 전자책 콘텐츠 사업자 중 연 매출이 1억원이 안 되는 곳이 절반에 달한다. 우리나라 전체 출판시장에서 전자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1∼2%에 불과하다.

한 전자책 사업자는 “국내 전자책 시장 규모가 큰 것도 아니고 전자책 한 권을 팔아 매출이 크게 나는 것도 아닌데 갑자기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권당 300만원을 달라고 요구하니 사업에 지장이 갈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문화부는 폰트 업체의 저작권 요구로 피해사례가 늘어난 만큼 내년 초 한글 서체를 이용하는 약관을 조사해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문화부는 폰트 업체가 `저작권 침해`를 내세우며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은 사업자에까지 폰트 패키지를 사라고 요구해 피해를 본 사업자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문화부 저작권정책과 담당자는 “폰트 업체가 전자책 업계뿐만 아니라 쇼핑몰, 이러닝 업계 등 다양한 곳에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형사고소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보낸 것으로 안다”며 “많은 업체가 영세하고 저작권 담당자가 없어 무턱대고 합의를 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글과 포토숍을 합법적으로 구매해 사용한 때는 저작권 침해로 보기 힘든 사례도 있기 때문에 폰트 업체가 주장하는 내용이 다 맞지 않을 수 있다”며 “새해 한글 서체를 이용하는 약관과 피해사례를 조사해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