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치영 지란지교소프트 대표는 지난해 1월 지식정보보안산업협회 수석부회장직을 내려놨다. 일본 사업에 올인한다는 일념의 표현이었다. 2013년 한 해 절반가량을 일본에서 지낸 개인적 노력은 지난해 일본현지법인 지란소프트 매출이 20% 이상 증가하는 결실로 돌아왔다. 물론 원·엔 환율 영향으로 원화로 환산된 매출액은 기대에 못 미쳤다.
오치영 대표는 “환율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30% 이상 성장해야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는 한 해였다”면서 “올림픽 유치 특수효과 등 중장기적으로 일본 시장 전망은 매우 밝다”고 강조했다.
◇보안 수출, 인내 갖고 진행해야
“지난한 일이다.” “오래 걸린다.”
해외 수출과 관련해 보안업체 최고경영자(CEO)들이 한결같이 보이는 반응이다. 그나마 일본에서는 안랩, 윈스테크넷, 시큐아이, 지란지교소프트 등이 의미있는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 성공한 기업들이 눈길을 끈다.
일본 시장은 독특하다. 검토를 시작해서 실제로 도입이 되기까지 엄청난 시간과 노력, 공이 필요하다. 프로세스가 길고 꼼꼼한 문화이기 때문에 검토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기업의 규모가 클수록 그 시간은 더 길어지는 특징이 있다. 일본에서 자리를 잡았다고 하면 다른 나라에 들어갈 때도 레퍼런스 효과를 볼 수 있다. 일본은 또 제 가격을 인정해주고 대금지급도 확실하다. 일본시장은 국내보다 사업하기 세 배 정도 어려운 시장이다. 그러나 한번 진입하면 5배 이상 큰 시장이 열린다.
세계 최대 시장으로 불리는 미국은 여전히 `난공불락`으로 거론된다. 미국은 보안업체에 꿈의 시장이지만, 현재까지 눈에 띄는 결실이 맺은 기업은 없는 게 현실이다. 텃밭을 지키는 미국 보안 기업들과의 기술경쟁뿐 아니라 우리나라와 물리적으로 먼 거리, 시차 등은 실질적 성과를 내는 데 장애가 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삼성전자가 모바일 보안 솔루션을 앞세워 미국 공공기관 진출을 추진하는 것도 업계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은 잠재성장성이 큰 시장이라는 분석이다. DB보안업체 웨어밸리의 김범 상무는 “중국은 차세대 보안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중국 로컬 보안 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나 기술 격차는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게임업체의 최대 캐시카우로 자리매김한 중국도 머지않아 보안 SW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수출확대 방법론은 `현지화`
대다수 전문가들은 무작정 덤비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다고 지적한다. 현지 시장의 수요와 유통환경을 정확하게 파악한 뒤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1등 상품을 그대로 가져가면 해외에서 통할 것이라는 생각은 금물이다.
현지의 니즈를 최대한 반영한 제품으로 단순히 현지 언어화가 아니라 현지화를 한 마케팅과 신속한 피드백을 앞세운 고객지원은 해외 시장을 파고드는 필수조건이다.
보안을 차세대 수출 품목으로 육성하려는 정부의 의지도 미약하다는 평가다. 해외시장 개척 의지가 있는 기업에 대한 보다 실질적 지원이 요구된다는 게 일선 현장의 목소리다. 여전히 수출 지원책이 `보여주기식 행정`에 머물고 있다는 문제제기다. 해외 고객이 직접 만들어질 수 있도록 전문화된 지원정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말의 해, 해외 시장 향한 보안기업의 채찍질은 계속 된다
해외 보안 시장에서 금맥을 캐려는 국내 보안 기업들의 도전은 올해도 계속된다. 안랩, 파수닷컴, 지란지교소프트, 미라지웍스, 시스메이트, 엔피코어 등 6개사가 우선 신발 끈을 묶고 있다. 이들 기업은 오는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보안전시회 `RSA`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찾는다.
한승철 엔피코어 대표는 “미국 법인 설립을 준비 중”이라며 “지능형지속위협(APT) 장비에 수요가 생겨나고 있기 때문에 현지 유통망 확보 노력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2년 미국 지사 파수USA를 설립한 데 이어 지난해 5월 현지인을 채용했던 파수닷컴 역시 미국 보안시장 문을 두드린다. 엔터프라이즈 DRM 제품은 물론이고 BYOD(Bring Your Own Device) 시장을 겨냥한 모바일데이터접근통제(MDAM) 솔루션을 2014 전략 품목으로 앞세워 마케팅에 나설 예정이다.
지란지교소프트 역시 일본과 미국에 대한 투자를 이어간다. 이 회사는 2005년 일본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 2007년 첫 매출을 시작으로 매년 갑절의 성장을 이어왔다. 일본 시장에서는 보안 웹 스토리지 솔루션 `기가팟(GIGAPOD)`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일본 내 레퍼런스를 합치면 5000개가 넘는다.
미국 일본이 아닌 동남아 시장을 두드리는 기업들의 활약상도 주목된다.
넥스지는 현재 말레이시아, 태국 등을 중심으로 통합위협관리(UTM)과 가상사설망(VPN) 제품 수출이 진행 중이다. 올해부터 3년간 해외 시장 조사와 해외 파트너사 제휴, 인력 확충을 통해 2016년 이후 본격 진출할 계획이다.
문준식 넥스지 이사는 “성공적인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 향후 3년간 체계적으로 해외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2014년 넥스지 차세대 방화벽이 출시되면, 경쟁력 있는 신제품과 국내에서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동남아, 아프리카 등 해외 시장을 지속적으로 개척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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