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해상도 붐을 타고 저온폴리실리콘(LTPS)에 밀려나는 듯했던 비정질실리콘(a-Si) 기판이 여전히 기세를 떨치고 있다.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이 각광받으면서다. 또 기술이 진화하면서 LTPS나 옥사이드(산화물) TFT 수준에 근접하는 고해상도를 구현할 수 있게 된 것도 비정질실리콘 기판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비정질실리콘 기판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으며 올해에도 이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조사 업체 NPD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4.7인치 1280×720 화소의 HD 해상도 제품 중 비정질실리콘 기판 제품 출하량은 지난 해 1분기 40만대에서 4분기 497만대로 10배가 늘었다. 올해 1분기에도 600만대가량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일한 크기와 해상도의 제품을 LTPS 기판으로 만든 제품 출하량은 지난해 1분기 280만대, 4분기 460만대, 올해 1분기 480만대로 소폭 증가했다. 출하량은 지난해 4분기에 이미 역전된 상태다.
모바일 PC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1920×1200 해상도 7인치 크기 제품은 지난해 3분기에는 LTPS 출하량이 더 많았지만 4분기에는 뒤집어졌다. 비정질실리콘 기판은 350만대, LTPS는 140만대 수준이다.
LTPS 생산능력이 늘어났다고는 해도 중저가 스마트폰 원가를 맞추기 위해서는 비정질실리콘이 여전히 활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LTPS 공정은 비정질실리콘에 비해 마스크 수가 두 배 이상 늘어나기 때문에 설비 감가상각이 끝나도 원가가 높다.
비정질실리콘은 공정이 비교적 간단하고 수율이 좋아 대형부터 소형에 이르기까지 TFT 재료로 주로 사용됐다. 하지만 전하 이동도가 낮고 TFT 크기를 줄이는데도 한계가 있어, 모바일용 고해상도 제품에는 결정화 과정을 거치는 LTPS 기판 제품이 인기를 끌었다.
지난 2011년만 해도 300ppi(인치당픽셀수) 이상은 모두 LTPS나 옥사이드 TFT로 제작됐으며, 250~300ppi 수준의 제품도 70% 이상은 LTPS·옥사이드의 몫이었다. 하지만 점차 TFT를 미세화하는 기술이 발달되면서 250~300ppi 수준의 제품들은 비정질실리콘이 대체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HD 수준의 해상도 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용 시장에서는 비정질실리콘과 LTPS 비중이 거의 비슷해진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터치스크린패널(TSP) 기술 발전으로 전체 디스플레이 휘도가 높아진 것도 비정질실리콘이 다시 인기를 끄는 이유”라며 “LTPS 생산능력 확대는 최상급 디스플레이의 크기를 늘리거나 태블릿PC 시장을 겨냥한 용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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