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KT 회장 "계열사 인사 신중하게"…회장 연봉 30%, 성과급 반납

취임 첫날 임원 수를 27% 줄이는 파격 인사를 단행한 황창규 KT 회장이 계열사 인사는 신중히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간 `문어발 확장`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KT그룹 계열사 사업조정과 인사에 상당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한 인사에 그치지 않고 계열사 사업구조를 대수술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황창규 KT 회장 "계열사 인사 신중하게"…회장 연봉 30%, 성과급 반납

황 회장은 이와 함께 KT그룹의 모든 투자와 비용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계열사 한계사업을 재조정하는 비상경영도 선포했다. 회장 스스로 급여 30%를 반납하고 장기성과급도 유보하기로 했다. 임원들도 연봉 10%를 자진반납하기로 했다.

황 회장은 지난 27일 밤 전자신문 기자와 만나 계열사 인사 계획에 대해 “좀 기다려야 한다”며 “신중히 검토해 잘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계열사 인사를 단순히 인적 쇄신을 넘어 사업 구조 재편을 염두에 두고 단행할 것임을 시사한 셈이다.

현재 KT 그룹의 계열사는 총 54개로 이석채 전 회장 취임 직전인 2008년에 비해 갑절 가까이 늘어났다. KT의 정보통신기술(ICT785) 역량을 보안·렌털·교육·금융 등 다른 산업 분야와 융합해 시너지를 낸다는 취지로 계열사를 늘렸지만 이 중 절반가량이 적자를 면치 못하며 실적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공중전화 사업체인 KT링커스를 비롯해 부분 자본잠식 상태 계열사가 16개, 자본금을 모두 날린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빼진 계열사도 네 곳에 달한다. 또 KT OIC 등 계열사는 이 전 회장의 배임 혐의와도 얽혀 있는 상황이다.

취임 직후 단행한 본사 인사로 전인성 KTIS 대표와 채종진 KT텔레캅 대표가 각각 CR188부문장과 기업통신사업본부장으로 KT에 합류해 계열사 2곳이 대표 부재 상태가 됐다.

황 회장은 이와 관련해 28일 취임 이후 첫 임원회의에서 모든 투자와 비용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계열사 한계사업을 재조정하겠다고 밝혔다. 당장 회장과 임원 연봉 일부를 자진 반납하기로 했다.

KT에 이어 계열사의 조직개편과 인사가 예고되면서 계열사 임직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KT 계열사 대표들은 아직 황 회장에게 업무 보고조차 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거취에 대한 언질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계열사 대표는 “계열사 대표가 바뀌면 통상 연말·연초에 내정되는데 아직 별도의 방침을 전해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황 회장이 “통신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통신과 연관된 계열사를 통합하고 수익을 못 내거나 문제가 되는 계열사도 통합·정리하는 절차를 밟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황 회장과 임원의 연봉 반납에 따른 비용절감 효과는 인사에 따른 임원 수 축소와 더불어 200억여원에 달할 전망이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