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저장장치 ESS]글로벌 ESS 시장을 선점하라

에너지저장장치(ESS)가 글로벌 에너지 업계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올랐다. 단순히 전력을 저장해 전력 피크 때 꺼내 사용하는 수준에서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와 연계돼 발전량을 보조하는가 하면 석탄·화력 발전소의 운전 효율을 높이는 데도 활용된다. 여기에 최근에는 에어컨이나 청소기, 캠핑 전용 시장으로 확대되면서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산업적 가치도 높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내비건트리서치는 글로벌 ESS 시장 규모가 지난해 16조원에서 2020년에는 58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ESS가 이차전지와 충·방전 기능의 전력변환장치(PCS)로 구성되는 만큼 국내 글로벌 배터리 3사(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는 물론이고 효성·LS산전·포스코ICT 등 전력기기 기업에도 발 빠른 시장 선점이 예상된다.

◇해외 시장부터 선점해야

국내 ESS 업계가 지속적인 성장을 주도하기 위해 해외를 두드리고 있다. ESS를 활용한 다양한 영역의 시장으로 확대되면서 ICT 기반의 서비스·솔루션 등 틈새시장에 승산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미국은 전력망 기반의 태양광 등 신재생 연계형뿐 아니라 최근에는 주파수조정(FR)용 ESS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올해 여러 주 정부가 발표한 대규모 ESS 구축사업만 수백㎿ 규모에 달한다. 일본 역시 신재생에너지 연계형 모델과 가정·상업시설 등 민간 수요 시장이 활발해지고 있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사태로 이미 정부 주도의 보급 사업을 넘어 민간 위주 시장이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 고가의 배터리 가격 탓에 지지부진했던 시장은 초기투자 부담을 줄인 다양한 제품 출시로 활기를 띠고 있다. 최근에는 에어컨, 청소기 전용 ESS 제품까지 시장에 나오면서 소형 ESS 시장까지 확대되고 있다.

중국과 독일 등은 전력피크 억제, 신재생에너지와 융합한 마이크로그리드 형태의 대형 시장으로 확산되고 있다. 독일은 발전차액지원제도(FIT)를 축소하면서 ‘신재생+ESS’ 구매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도 최근 몽골, 신장, 하이난 등에서 대규모 ‘신재생+ESS’ 형태의 마이크로그리드 사업이 확대되고 있다. 안순용 주하 사장은 “일본은 이미 정부와 지자체 주도의 보급 시장이 민간 시장으로 확대되면서 대형주택사, 유통업체, 금융기관까지 렌털, 리스 서비스 등의 다양한 사업 모델이 나오고 있다”며 “ESS 활용이 단순한 전력공급을 넘어 다양한 형태로 확대되면서 가파른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국내 ESS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

글로벌 ESS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와 달리 국내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다. 최근 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하면서 ESS와 연계한 국내 자가발전 시장의 활성화가 기대됐지만 시장 창출에는 아직 낮은 전기요금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낮은 전기요금 탓에 ESS는 구축에 따른 초기 투자비 회수까지 10년 이상이 걸린다. 실제 10㎿h급 ESS를 설치하는데 드는 비용은 약 80억원이지만 연 전기요금 절감액은 5억~6억원에 불과해 투자비 회수까지 10년 이상이 소요된다. 고가의 배터리 장착에 따른 경제성이 떨어져 국내 시장은 쉽게 열리지 않고 있다. 일본과 비교해도 전기요금 차이가 2~3배나 나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 활성화를 위해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SS는 발전장치가 아닌 전력저장장치로 구분돼 전기사업법상 발전설비에 포함시켜 지원하기에는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분야에서도 ESS는 제외됐다.

다만 수요관리 자원을 전력시장에 편입을 골자로 하는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여기에 ESS 활성화를 위한 지자체 사업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제주도는 도내 풍력·태양광발전기 중 사업자별로 발전용량의 10%에 해당하는 ESS 구축 의무화를 추진 중이다. 업계는 정부가 앞장서 ESS와 관련한 법적체계를 정비하고 보조금 등 인센티브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문승일 서울대 교수는 “ESS용 배터리 가격이 하락하고 있고 사회적 편익도 높지만 여전히 설치비용이 높아 경제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게 사실”이라며 “비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배터리 비용을 낮추고 ESS 전용 요금제를 도입하는 등 제도적 지원이 더해지면 ESS 시장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표】배터리 용량 기준 ESS 시장 추이(단위: MWh, 자료:네비건트리서치, 2014년 1분기 보고서)

[차세대 저장장치 ESS]글로벌 ESS 시장을 선점하라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