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내홍으로 전산시스템 교체 사업이 사실상 표류하게 되면서 한국IBM은 1800억원의 이익을 챙기게 됐다.
반면에 2년 동안 해당 프로젝트를 준비한 20여 국내 중소 소프트웨어(SW)와 IT서비스기업은 수백억원의 기회비용은 물론이고 제안준비에 투입한 수십억원을 통째로 날리게 됐다.
한국IBM의 ‘투서’가 발단이 돼서 벌어진 국민은행 전산시스템 교체 갈등으로 한국IBM만 수혜를 받게 됐다는 비판이 비등하고 있다.
27일 은행권과 IT업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전산시스템 교체 프로젝트가 지연되면 천문학적 비용을 지불하고 한국IBM과 단기 연장계약을 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기존대로 장기계약을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졌다.
국민은행은 메인프레임을 유닉스로 다운사이징하는 데 개발과 이행, 테스트까지 최단 13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7월 말 한국IBM과 메인프레임 사용 계약이 완료되는 점을 고려하면 늦어도 6월에는 프로젝트가 착수돼야 한다. 현재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국민은행 내부 갈등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어 착수 시점을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문제는 프로젝트 착수가 늦어져 한국IBM과 단기 연장계약을 하게 될 때다. 한국IBM은 내년 7월 말 이후 추가 단기 연장계약을 맺을 때 3개월 기준으로 월 89억원을 요구했다. 통상 메인프레임 한 달 사용료가 30억원이 안 되는 점을 고려하면 세 배가량 많은 금액이다.
당초 국민은행은 6월 착수한 후 프로젝트가 지연되면 사업자 페널티 조항으로 수행자가 이 금액을 지불하도록 제안요청서(RFP)에 명시했다. 그러나 경영진 갈등으로 프로젝트가 지연되면 이는 귀책사유가 사업자가 아닌 은행에 있다. 이 때문에 국민은행은 한국IBM이 요구한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결국 국민은행은 메인프레임 장기 계약 유지 조건으로 제시한 5년 계약(월 30억원)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공통된 생각이다.
이와는 별개로 국민은행 전산시스템 교체 사업이 취소되면 2년 동안 사업을 준비해 온 국내 IT서비스기업과 중소SW기업의 피해가 크다.
국민은행은 지난 2년 동안 다운사이징 사업 관련 정보제공요청서(RFI) 발송 정보를 제공 받았으며 요청에 의한 설명과 벤치마킹테스트(BMT)도 수차례 진행했다. IT서비스·SW업체 등 컨소시엄별로 20명 이상이 최단 1년 이상 준비를 했다. IT서비스업체 관계자는 “20여명의 준비 인력 인건비만도 15억원이 넘는다”고 말했다.
사업 준비를 해온 IT기업의 기회비용 손실도 만만치 않다. 전사통합 애플리케이션(EAI), 전환솔루션 등 20여종의 SW를 공급하고자 준비한 다수 중소 SW기업은 전체 800억원의 시장을 잃게 됐다. IT서비스기업도 시스템통합(SI) 비용인 800억원의 시장을 잃는다.
중소SW업체 한 대표는 “국민은행은 지난해 중반부터 사업을 발주하겠다고 하면서 1년간 미뤄왔다”며 “그런데 이제 와서 사업을 추진하지 않는다고 하면 이는 중소SW업체를 대상으로 장난질을 한 것”이라고 분개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30일 이사회에서 사업 추진관련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
-
신혜권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