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스토리]<80> 아티스트가 만드는 기업, 오리지널웨이브

“우리나라 기업은 제품은 잘 만들지만 브랜드 자체의 아이덴티티가 약하다고 생각한다. 오리지널웨이브는 고객의 브랜드를 디자인하고 아이덴티티를 찾아 강화시켜주는 일을 하고 있다.”

김남희 오리지널웨이브 대표
김남희 오리지널웨이브 대표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생소한 분야인 브랜드 아이덴티티 확립을 컨설팅해주는 기업, 오리지널웨이브(Original Wave)는 순수미술을 전공한 김남희 대표를 비롯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이뤄진 기업이다. 오리지널웨이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순수미술 전공자들로서 절반은 작가 성향, 나머지 절반은 기획자 성향을 띄고 있는 특별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브랜드의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브랜드의 철학과 콘셉트, 스토리텔링을 잡고 이에 맞춰 고객이 브랜드를 오감으로 접하는 모든 분야가 일관성 있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한다. 또 기업이 스스로 예술과 함께 아이덴티티를 확고히 하며 미래가치를 만들어 가도록 도와준다.

펀미디어는 김남희 오리지널웨이브 대표를 만나 크리에이티브디렉터, 그리고 오리지널웨이브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오리지널 웨이브는 안경 전문 브랜드인 ‘알로’, 스터디 카페 ‘토즈’, 샐러드바 카페 ‘치폴라’의 브랜딩 및 영단기학원의 본관 라운지 디자인 및 아트워크 작업을 해왔다.

◇회사가 원하는 인재의 자질은 커뮤니케이션과 통찰력

-생소한 분야인데 기업 설립취지와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업의 본질을 고민하는 기업이 드문데 오리지널웨이브는 이를 많이 생각한다. 트렌드나 본질을 감지하는 능력이 특화된 순수미술 전공의 디렉터가 해당 기업의 아이덴티티를 찾아내 강화시켜주는 일을 한다. 더불어 트렌드를 빨리 탐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트렌드를 만들어가는 노력도 한다.

-외국의 경우는 어떤가

▲우리나라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역할의 필요성에 인식이 낮은 편이다. 대부분의 기업을 보면 프로젝트 매니저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역할까지 맡으면서 결국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고객이 브랜드를 경험하게 하는 요소가 하나하나는 멋있어 보이지만, 프로젝트 전체적으로 보면 일관성이 떨어져 결국 브랜드의 매력이 감소되고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외국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에게 주어지는 역할이 많고 필요성을 인지하기 때문에 혁신 기업에 있어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드는 회사들이 잘되고 있다.

-어떻게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됐나.

▲졸업 후 미술작가로 혼자 활동을 하면서 고립됐다는 사실과 함께 작가는 1인 기업인데 ‘셀프 마케팅’하는 법을 전혀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주변에 나와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을 모아서 ‘스튜디오 유닛’이라는 모임을 만들고 교류와 활동을 시작했다. 그 모임으로 알게 된 안경브랜드 ‘알로’가 나의 첫 고객이 됐다. 처음엔 전시기획이라는 일부분의 의뢰가 들어왔었다가 6개월이 넘는 시간동안의 치열한 논의 후 알로의 브랜드 리뉴얼 총 기획을 담당하게 됐다. 다행히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다. 그때 이런 일이 적성에 맞고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돼 본격적으로 회사를 차리게 됐다.

◇미술가가 하는 기업 운영은 어떻게

-주로 프로젝트는 기업에 먼저 제안을 하는 편인가?

▲회사를 다녀본 경험이 없어 제안을 하는 것이 낯설다. 현재까지는 입소문으로 대부분 의뢰가 들어왔고, 하나의 프로젝트가 끝나면 연이어 의뢰가 들어오는 편이다.

-초기에 창업자금 신청에서 어려움이 있었다던데.

▲사실대로 말하면 우리 일은 인건비가 주가 되는 창업이다 보니 투자금이 거의 안 들었다. 장소 역시 기존에 집에 있던 작업실에 책상을 두고 작게 시작했다. 하지만 사업 중간에 예기치 못하게 발생하는 금전적 문제에 대처하는 것은 어려움이 많았다. 새로운 일을 개척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지원을 받기가 힘들었고 실제로 지원을 받은 부분이 많지 않다.

-어떤 과정으로 인재를 채용하나.

▲오리지널웨이브는 크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분야와 디자인 분야로 이뤄진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생소한 분야라 경력직을 채용하기 힘들다. 인턴으로 채용해 적합한 인력으로 키워내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채용은 우선 서류심사로 순수미술 전공자를 1차로 발탁한다. 프로젝트 두 개 정도를 던져주고 2~3일간 브레인스토밍 할 시간을 준다. 이후 각자 결과물을 가지고 와서 발표하고 토론을 하게끔 한다. 이 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나 창의성을 평가한다. 미술 관련으로 일하는 직원이 대부분이었지만 앞으로는 카피라이팅 부분이나 마케팅 부분의 인력도 채용할 예정이다.

-채용 진행과정에서의 지원자에게 조언을 준다면.

▲토론 능력과 크리에이티브 능력 외에도, 면접 시 지원자의 옷차림새나 외양적 면을 살펴본다. 트렌드에 민감해야 하는 업의 특성상 자신의 욕구를 얼마나 충족시키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오리지널웨이브가 바라는 인재상이 있다면.

▲가장 중요한건 커뮤니케이션이다. 디자인, 글 실력, 감각도 중요하지만 결국에는 클라이언트를 연구해서 그들이 이미 가진 것 중에 최선을 뽑아내는 게 중요하다. 오너의 이야기를 잘 들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고 소통 역시 원활해야 한다. 프로젝트 과정이 대부분 커뮤니케이션의 연속이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에 능한 사람을 원한다.

◇회사 근무 분위기 및 복지를 묻다

-오리지널웨이브만의 복지혜택이 있다면?

▲한 달에 한 권 자신이 원하는 책을 볼 수 있게 해주는 것. 그 외에는 휴가를 충분히 보내주고, 프로젝트를 잘 마치고 떠나는 여행에 비용을 보태주는 것 등이다. 일을 잘하는 것도 좋지만 충분히 쉬면서 영감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근무 분위기를 한단어로 표현하면?

▲‘도도함’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다들 회사를 향한 충성도 때문에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 개개인이 아티스트가 되어 자신의 작품을 만든다고 생각하면서 일을 한다. 책임감이 매우 강하면서 자신의 영역이나 시간을 침범 받는 것을 싫어한다. 필요한 만큼은 친절하지만 개인의 삶을 방해받지 않는 한도 내에서 생활하는 분위기다.

-끝으로 창업을 꿈꾸는 청년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처음부터 창업을 시도했던 것은 아니다. 일반 회사에도 입사지원을 해봤다. 하지만 관련 학과가 아니었기 때문에 계속 떨어졌다. 그 결과 오히려 지금 회사의 오너가 되어서 클라이언트들과 대등하게 협력관계로 일을 하고 있다. 만약 그때 취업이 되었다면 한 회사의 대리나 과장 정도가 돼서 힘든 생활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때 아무 회사에서도 날 뽑아주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스스로 판을 짜고 이 일에 뛰어들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그 부분이 지름길이 된 것 같다.

남들이 안 가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때로는 불안해 보인다. 하지만 36년을 살아온 결과 남들이 가는 길은 생각만큼 안전하지도 않고, 오래 걸릴뿐더러 아주 잘 될 확률도 낮다. 결국 그것도 누군가 나와 같은 사람이 짜 놓은 판이 아닌가. 결국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바탕으로 판을 짜서 시작하는 것이 가장 지름길일 수 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