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핫이슈]독버섯 중독사고 주의보

#지난달 24일 새벽, 제주시 애월읍에 사는 강모씨 가족 3명이 구토 등 독버섯 중독 의심 증상이 나타나 119 구급대에 의해 제주시내 병원으로 옮겨졌다. 강씨 가족은 전날 들에서 채취한 야생 버섯을 저녁식사로 요리해 먹었다. 강씨 가족과 함께 식사한 박모씨 부부도 같은 증세로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이들은 다행히 3∼4시간 치료 후 상태가 호전돼 퇴원했다.

[과학 핫이슈]독버섯 중독사고 주의보

매년 가을철이 되면 독버섯 중독사고 뉴스가 반복된다. 가을에는 특히 버섯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비가 자주 내리고, 낮과 밤의 일교차가 커지면서 버섯이 자라기 좋은 최적의 환경이 갖춰졌다. 실제로 산에 올라보면 각양각색의 버섯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버섯 종류만 1900종…식독 불명이 절반

능이버섯, 송이버섯, 표고버섯 등 버섯은 고급 식재료로 취급된다. 맛과 향은 물론이고, 항암효과 등 건강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효능이 알려지며 건강식품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버섯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도감 등을 참고해 야생 버섯을 채취해 먹는 사례도 많다. 하지만 일부 버섯은 사람의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강한 독성을 지니고 있다.

산림청이 조사한 ‘독버섯 중독사고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04년 이후 10년간 전국에서 독버섯 중독사고로 병원 치료를 받은 환자가 204명이고, 이 중 23명이 사망했다. 알려지지 않거나 병원 치료를 받지 않은 경미한 중독까지 포함하면 사고 건수는 엄청나게 늘어난다.

독버섯 중독사고가 빈발하는 이유는 버섯의 종류를 정확히 판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내에 자생하는 버섯은 무려 1900여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도 새로운 버섯 종이 계속 발견된다. 알려진 버섯 중 식용버섯이 약 27%, 약용버섯이 약 11%이며, 독버섯은 약 13%다. 나머지 절반가량의 버섯은 식용인지 독버섯인지가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확실한 버섯만 섭취해야

버섯 종류가 워낙 많다보니 전문가가 아니면 정확히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버섯 중에는 식용버섯과 아주 흡사하게 생긴 독버섯들도 많다. 예컨대 식용버섯인 개암버섯과 독버섯인 노란다발버섯은 생김새가 닮았다.

잘못된 지식도 독버섯 중독사고를 부추긴다. ‘화려한 버섯은 독버섯이다’ ‘버섯갓이 세로로 찢어지면 식용이다’ ‘벌레 먹은 버섯은 먹어도 된다’ ‘가열해서 요리해 먹으면 중독되지 않는다’ 등의 속설은 모두 근거가 없다. 때문에 중독사고를 피하려면 잘 모르거나 확실하지 않은 버섯은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전문가들은 독버섯 중독사고를 피하려면 시중에서 판매하는 버섯을 구입해 먹는 것이 좋고, 야생버섯을 섭취할 때는 안전한 버섯만 먹을 것을 권고한다. 단 시골의 장터 등에서 판매하는 버섯에 독버섯이 포함됐던 사례가 있는 만큼 잘 모르는 버섯 구매시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야생버섯은 확실하게 확인한 버섯만 섭취해야 한다.

야생버섯을 섭취한 후 중독 증상이 나타나면 반드시 병원에 가서 치료해야 한다. 중독 증상으로는 두통, 메스꺼움, 구토, 설사, 경련 등이 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먹은 음식물을 토해내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 병원에 갈 때 환자가 먹던 버섯이나 남은 버섯을 가져가면 정확한 치료에 도움이 된다. 독버섯 종류에 따라 다양한 독소물질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치료법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독버섯 정보도 스마트하게

버섯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시중에는 다양한 버섯 도감이 발간돼 있다. 또 국립산림과학원과 국립농업과학원이 독버섯과 식용버섯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만든 ‘숲속의 독버섯’ ‘숲속의 식용버섯’도 있다.

산에 갈 때마다 크고 무거운 도감을 들고 다니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손쉽게 휴대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앱이 출시됐다. 국립수목원은 독버섯 섭취로 인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독버섯 바로알기’ 앱을 개발해 무료로 공개했다. 앱에는 형태가 비슷해 혼동하기 쉬운 식용버섯과 독버섯의 구분방법 등이 담겨있다. 언제 어디서나 정확한 버섯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독버섯 바로알기에는 쉽게 만날 수 있는 독버섯 80종의 특징과 사진을 수록했으며, 이름과 증세에 따른 독버섯 정보를 제공한다. 버섯의 색깔, 주름, 대주머니 유무 등 형태적인 특징을 선택해 발견한 버섯과 쉽게 비교할 수 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