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2주년 특집3-새로운 도전, 변화] SW 창의·융합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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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과 사회 전체가 소프트웨어(SW)혁명을 겪고 있다. SW로 인해 경쟁 법칙과 기존 시장질서가 바뀌는 시대다. 구글은 SW로 자동차를 구동하는 기술을 상용화하고 있다.

미국 전투기 F-35는 기능의 95%가 SW를 통해 구현된다. 영화 산업 또한 SW 기반 컴퓨터그래픽(CG)이 핵심 기술로 각광받고 있으며 3D 프린팅 기술은 제조업의 새 물결을 일으킨다.

이처럼 SW가 주도하는 산업에서는 새로운 직업들이 생겨나고 그만큼 양질의 SW 일자리도 많이 창출된다. 때문에 SW중심사회에서는 창의적이고 융합적 사고를 가진 인력수요도 급증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SW가 주도하는 시대에 대한 준비가 없으면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은 긍정적이지 않다. 산업 측면에서 우리나라 SW활용도는 선진국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만큼 생산성이 낮다는 의미다. 고품질 SW를 생산하고 이를 업무에 활용해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첫 단초는 우수 SW인력양성에 있다. 어릴 때부터 SW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단순 코딩 수준 SW 교육이 아니라 정보과학적 사고를 유도해야 한다.

◇SW인재가 경쟁력

지금은 모든 산업에 SW기술이 활용된다. 자동차 엔진에 탑재된 SW는 엔진온도와 산소공급량 등의 센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최적의 연료량을 결정한다. 생명과학의 새 시대를 연 인간게놈 프로젝트도 마찬가지다. 인간 DNA 구조를 규명해낸 것도 방대한 양의 유전자 조각을 맞추는 SW가 있었기 때문이다. 세계 금융시장 중심지인 월가의 르네상스테크놀로지는 금융전문가 없이 컴퓨터 SW로 투자 결정을 내린다. 미래에는 이 같은 SW중심 현상이 심화돼 사회 전체가 디지털 데이터를 기반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SW를 중심으로 한 융합형 인재가 앞으로의 사회를 주도한다는 결론이다. 이미 전공지식과 실전적 SW교육을 결합해 효과를 낸 사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생물학과 SW를 결합하면 바이오인포매틱스라는 분야가 만들어진다. 항공학에 SW가 더하면 고등훈련기 시뮬레이터 분야를 주도할 수 있다. 건축공학에도 SW는 적용된다. 구조설계 SW가 대표적 분야다. 이 밖에 의학과 SW를 결합한 디지털병원도 급부상하는 산업 가운데 하나다.

◇인재양성은 글로벌 과제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우수 SW개발 능력을 갖춘 인재 양성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특히 미래에는 정보 지식의 양극화 문제가 심각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분석이다. 정보과학에 대한 기본 지식이 있는 시민과 그렇지 못한 시민들 사이에 경쟁력 차이가 생기게 된다. 때문에 미국·영국·이스라엘·인도·중국·일본 등 많은 국가들이 미래 국가 경쟁력을 위해 이미 SW를 초중등 학교에서부터 가르친다. 특히 영국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되찾기 위해 올해부터 정보과학을 필수교과목으로 지정해 5살 때부터 교육한다.

국내에서도 창조경제 시대를 이끌 창의인재 육성을 위해 SW교육 중심으로 정보교육을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모든 학생에게 능력과 적성에 맞는 SW 학습기회가 제공될 수 있도록 공교육을 통한 체계적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SW통한 창의·융합인재 양성 부족

우리나라의 학교 교육에서 학생 발달단계에 적합한 체계적인 SW교육은 미흡한 실정이다. ICT활용 중심의 정보교육이 디지털 정보 세대의 관심과 흥미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보과학은 수학이나 언어와 같이 어려서부터 배워야 교육 효과가 높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한 전문가는 “정보과학은 문제해결을 위한 알고리즘을 찾아내는 기초과학으로 어려서부터 논리적 사고 방식을 통해 다양한 문제에 대한 최적의 알고리즘을 찾는 능력을 갖출 수 있다”며 “초·중·고등학교에서 정보과학 교과과정을 체계적으로 교육하면 대학 입학 이전에 모든 학생들은 기본적 SW개발 능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같은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가서 다양한 학문들을 전공하면 전공지식을 SW지식과 융합해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시너지 효과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동떨어져 있다. 우리나라 SW교육은 대부분 대학교부터 시작한다. 그것도 컴퓨터를 전공과목으로 선택한 학생들에게만 교육한다. 다른 분야 전공학생들에게는 교육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SW교육 정규화 해야

정보과학 분야 중요성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사람이 SW개발의 전문 인력이 될 수는 없다. 따라서 학생들이 초·중·고등학교 시절에 미리 공부를 해 보고 적성에 맞다고 생각되는 학생이 이 분야로 진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올해 정부는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과정 개정을 추진 중이다.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은 학생들이 학교교육을 통해 인문·사회와 과학·기술에 대한 기초 소양을 함양토록 하는 게 기본 방향이다.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기술 창조력을 갖추고 미래 지식정보 사회를 선도할 창의·융합형 인재로 성장하도록 교육을 개혁하려는 것이다. 정부는 다양한 분야 인사가 참여한 자문위원회를 구성, 교과교육과정 개발 방향 등에 관한 폭 넓은 의견도 수렴하고 있다. 여기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는 분야가 공교육 틀 안에서 SW교육이 실시될지의 여부다.

김진형 SW정책연구소 소장은 “향후 국가의 SW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보과학의 조기교육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우리나라는 창조경제를 통해 국가 경쟁력을 높이고자 하며 창조경제의 성공적 실현을 위해 정보과학 교과목이 초중고 교육과정에서 정규교육으로 채택돼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SW교육 통해 융합·창조 인재 양성

SW교육을 기반으로 한 융합·창조적 인재양성에 팔 걷고 나선 곳은 우리나라뿐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미래사회를 주도할 SW인재 양성 분위기가 한창이다.

미국·북유럽·동아시아를 중심으로 정보과학을 통한 SW교육을 강화하고 나섰다. 단순한 프로그래밍 기술 습득이 아니라 정보적 사고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논리적이고 창조적인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복안이다.

SW강국 미국은 지난해부터 SW교육을 강화하고 나섰다. 미국은 올해 30개 교육청에서 고등학교에 컴퓨터 과학 과목을 정규과목으로 교육 중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내년부터는 SW교육을 필수 과목으로 지정할 예정이다.

일본의 SW교육열도 만만치 않다. 수준 높은 IT 인재를 확보하겠다는 전략 하에 초·중등 SW 교육을 확대 중이다. 프로그래밍 교육으로 중학교 기술·가정 교과 175시간 가운데 정보 처리 기술 수업은 55시간을 할당했다. 고등학교에서는 일주일에 2시간 필수로 ‘정보 과학’과 ‘사회와 정보’ 과목 둘 중 하나를 반드시 선택한다.

영국은 올해 가을부터 초·중·고등학교 모든 학년에서 ‘컴퓨팅’ 과목을 새로 적용했다. 필수과목으로 수학, 과학과 동등한 위상을 갖췄다. 수학을 통한 이성·논리적 사고를 함양시켜 산업 혁명을 이끌었던 영국은 컴퓨팅 과목으로 미래 디지털 경제를 이끌 인재 양성에 나섰다. 새 교육과정에 따라 영국의 모든 아이들은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는 최소한 하나의 컴퓨터 언어를, 중학교 졸업 때까지는 두 개 이상의 언어를 익혀야 한다.

중국은 초등학교 3학년부터 ‘종합실천활동’을 통해 정보 기술을 배운다. 중학교까지 같은 교육 과정이 이어진 후 고등학교부터는 단독 교과로 정보기술을 일주일에 2시간 필수, 2시간 선택으로 학습한다. 5개 필수 이수 컴퓨터 과학 과목으로 프로그램 디자인, 멀티미디어, 네트워크, 데이터관리, 인공지능 등을 교과 과정에 포함시켰다.

이스라엘은 이과계열에서 컴퓨터 과학 선택 시 450시간을 이수해야하며 90시간은 필수로 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 이스라엘은 고교 졸업생 중에서만 SW를 자유롭게 다루는 인재를 매년 1만명 이상 배출한다.

에스토니아 학생들은 초·중·고 과정 수학, 과학 등에서 컴퓨터를 활용하는 통합 교육을 필수적으로 받는다. 이와 별도로 고교에선 SW를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선택과목을 학년 당 1만2000여명(약 30%)이 수강한다.

특히 2015년부터 모든 초등학교 학생에게 컴퓨터 언어를 활용해 SW를 만들도록 하는 ‘코딩 교육’을 실시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에게 SW 교육을 통해 논리적 사고력과 창의력, 수학적 능력을 키워주겠다는 복안이다. 이 밖에 핀란드는 민간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SW 교육에 나선 것이 특징이다. ICT 서비스업체 레악토가 직원 자녀들에게 SW를 가르치기 위해 지난해 10월 시작한 프로그램 ‘코디콜루(코딩학교)’는 전국적인 행사로 발전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