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감시 소문에 독일 메신저 `텔레그램` 인기 급상승

검찰 조치 피해 '메신저 망명' 늘어나나

무명의 독일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이 갑자기 한국에서 폭발적 인기를 얻었다. 이유는 뭘까. 인터넷 허위사실 유포자에게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검찰의 방침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됐다.

카톡 감시 소문에 독일 메신저 `텔레그램` 인기 급상승

카카오톡으로 대표되는 모바일 메신저까지 감시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인 국민이 강력한 보안 기능을 갖춘 외국 서비스로 대거 이동한 셈이다.

22일 모바일 시장조사업체 ‘앱애니’에 따르면 지난 주말 텔레그램 다운로드 랭킹이 급상승했다. 지난 19일 iOS 소셜 네트워킹 부문 111위였던 텔레그램은 20일 98계단 오른 13위에 이어 21일 8위를 기록했다. 이날 전체 랭킹은 45위로 처음으로 톱100에 이름을 올렸다. 텔레그램 최신 버전 ‘텔레그램HD’ 역시 19일 380위에서 20일 31위로 수직 상승했다.

21일 다시 9계단 상승한 22위에 올랐다. ‘텔레스램HD’를 합치면 텔레그램 전체 다운로드 순위가 훨씬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안드로이드도 마찬가지다. 20일 커뮤니케이션 분야 다운로드 164위였지만 21일 67위로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22일 오전 랭킹은 33위까지 올랐다.

검찰은 지난 18일 ‘사이버 명예훼손 전담수사팀’을 신설하고 인터넷 허위사실 유포자 구속 수사 및 실형 선고 유도 등 강력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인터넷 기업과 협조해 상시 모니터링 활동으로 선제적 조치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포털과 커뮤니티 등 웹 기반 서비스는 물론이고 카카오톡 같은 모바일 메신저도 모니터링 대상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텔레그램은 보안에 특화된 모바일 메신저다. 러시아 개발자가 만들었고 본사는 베를린에 있다. 모든 메시지는 강력한 암호화로 보낸 사람과 받은 사람만 볼 수 있고 전달도 불가능하다. 기간을 지정하면 메시지가 자동 삭제되며 삭제 후에는 서버에 기록이 남지 않는다. 무엇보다 서버가 해외에 있어 검찰의 모니터링 요청에 따르지 않아도 된다.

사생활 침해 우려가 텔레그램 다운로드 급증의 원인임은 구글 플레이스토어 앱 리뷰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지난 주말에만 150여개 앱 리뷰가 등록됐다. 검찰 이슈가 제기되기 전인 이달 초까지 앱 리뷰는 20개 미만이었다. ‘피난 왔습니다’ ‘메신저 망명’ ‘대피소 찾아 왔어요’ 등 검찰 조치에 반대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일각의 우려와 달리 검찰의 카카오톡 실시간 모니터링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실시간 모니터링은 어떠한 경우에도 불가능하다는 것이 카카오 주장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대화가 오가는 메신저에 실시간 모니터링이 허용될 때 서비스의 생명은 끝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관련 법령에 따라 적법한 절차를 밟은 요청에 협조한다는 게 기본 원칙”이라며 “이번 건에 대해 구체적 요청사항을 아직 전달받지 못했으며 향후 기본 원칙에 따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사용자가 검찰 조치를 ‘검열’이라고 부르고 또 해외 메신저를 찾아 떠나는 현상은 우리 사회가 정부를 불신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모바일융합학과 교수는 “실제로 충분히 메신저 검열을 할 수 있는 정부라고 국민이 받아들이고 있다”며 “정부 조치에 대한 적극적 반발 대신 자기 검열 혹은 해외 서비스로 피해 버리는 것이 주요 현상으로 정부의 공포정치가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진단했다.

검찰 모니터링이 장기적으로 국내 서비스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성진 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은 “정부 조치가 사용자를 불안하게 해 해외 서비스를 찾는 단초가 되고 있다”며 “기업이 아니라고 해도 개인 사용자가 ‘뭔가 불안하다’는 의심을 거두지 않을 수 있어 기업으로서는 답답한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텔레그램 국내 다운로드 랭킹 순위 현황.

(자료:앱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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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