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소훼난파(巢毁卵破)](https://img.etnews.com/photonews/1411/621302_20141103154254_966_0001.jpg)
둥지가 부서지면 알도 깨진다는 의미다. 국가가 무너지면 국민이 피해를 본다는 뜻으로 쓰인다.
이는 산업계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갓 싹을 틔운 신생산업이 대표적이다. 주도적 사업자가 없는 상황에서 ‘내가 먼저 시장을 선점하겠다’며 많은 플레이어(기업)가 뛰어든다. 문제는 일부 기업의 자질에서 나타난다. 무리하게 서두르다 보니 검증도 안 된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다. 이는 그대로 제품 하자로 나타난다. 피해는 소비자만 보는 것이 아니다. 완성도 높은 제품을 개발해온 기업은 능력을 뽐낼 기회를 잃는다.
최근 ‘한국형 크롬캐스트’로 주목받던 ‘OTT(Over The Top) 박스(동글)’를 자체 특허로 개발한 업체로부터 유사한 고충을 들었다. 제품 완성 단계에서 인터넷에는 국산 OTT 박스에 대한 불만이 넘쳐나기 시작했고, 출시 시점에는 시장이 크게 축소됐다는 것이다. 회사 대표는 “한 업체는 중국에서 제품을 들여와 소셜커머스 사이트에 헐값에 올렸다가 악평이 이어지면 내리고, 며칠 후 다시 올리는 수법으로 시장을 교란시켰다”고 울분을 토했다.
유사한 사례는 앞으로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중국의 저렴한 인건비와 카피(모방) 능력을 활용해 빠르게 시장에서 치고 빠지는 기업이 계속 나타날 것이다. 인터넷의 오픈마켓과 소셜커머스는 이들의 주요 활동 무대가 된다.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 정부 규제가 기술을 쫓아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 무리한 잣대를 들이대라고 요구하는 것도 옳지 않다. 오픈마켓이나 소셜커머스에 제품 검증을 하라는 것은 더욱 불가능하다.
결국 기업의 ‘상도의(商道義)’에 기댈 수밖에 없다. ‘나 하나만 돈 벌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파이(시장)를 키워 당당히 기술로 경쟁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소비자는 중소벤처기업의 혁신 제품을 외면한다. 시장에서는 신뢰를 확보한 일부 대기업이나 외국산 제품만 팔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나’ 아닌 ‘우리’라는 기업문화가 점점 더 중요해지는 시대다.
김준배 전자자동차산업부 차장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