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츠린 증권업계 불어닥친 오라클 라이선스 `광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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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 불황과 구조조정으로 혹독한 몸살을 앓고 있는 국내 증권업계가 때 아닌 ‘오라클 광풍’에 시름이 더욱 깊어가고 있다. 오라클의 데이터베이스(DB)를 사용하는 대부분 증권사가 오라클로부터 SW 라이선스 비용 상향 조치 요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증권사는 협상을 진행하거나 마쳤으며 몇몇 증권사는 오라클의 부당함을 주장하고 나서 갈등을 예고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 W증권사, H증권사, D증권사, Y증권사 등이 오라클의 DB 사용료 문제로 갈등을 빚다 수 십~수 백억을 추가하는 SW 라이선스 비용 재협상을 진행했다. 이달 말 기준 W·H 증권사 등은 사용료를 추가로 내는 방안 논의를 진행했으며 D·Y 증권사 등은 아직 오라클과의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오라클이 W증권사 등에 공문 형식의 서한을 보내 현황자료 요구에 불응할시 불법 SW 라이선스 사용 여부 실사 계획을 알린 사실도 드러났다. 급기야 증권사가 자료를 제출, 공방을 벌이다 오라클이 요구한 비용을 낮춰 최근 합의했다. 막판 협상 중인 H증권사도 유사하다.

논란의 쟁점은 ‘라이선스관리서비스(LMS)’라 불리는 오라클의 내부 정책이다.

오라클은 증권사가 고객 서비스용으로 사용해 온 자사 DB 제품 사용료 상승이 불가피하다며 비용 추가 지급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라클 내부 정책상 2002년 이후 금융사의 내부 시스템 DB에는 ‘NUP(사용자 수 25명 이하) 라이선스’를, 고객 시스템에는 ‘프로세서(사용자 수 무제한) 라이선스’를 적용해 판매하게 돼있다.

하지만 판매시 이를 고지·설명하지 않은 오라클로부터 갑자기 비용 상승을 통보받은 고객이 갈등을 빚고 있다. 대부분 금융사가 NUP 라이선스 제품으로 대고객 서비스까지 하고 있는 것을 아는 오라클이 차례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정기적으로 제품 설명과 정책 변경에 대한 정기 고지를 하는데 오라클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암묵적으로 NUP를 팔았는지 모르지만 최근 들어 내부 정책을 강화하면서 가이드를 시작하고도 이전에 계약한 대부분 금융사가 맞물리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일부 증권사는 과거 계약 당시 설명하지 않은 오라클 측의 일방적 ‘계약 변경’ 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과거에 이미 맺어진 계약에 대해 내부 정책이라며 갑작스레 큰 비용을 추가로 요구하고 있어 이해하기 어렵다”며 “계약 당시 고지하지 않은 문제를 제기하면 당시 (오라클) 영업사원의 설명 부족이나 내부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었다고만 한다”고 토로했다.

높아진 금액으로 신규 계약을 맺기도 하고 다른 오라클 제품을 도입할 때 비용을 더 내는 방식으로 협의를 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오라클은 초기 거액의 상승료를 제시하다 사용자가 반발시 비용을 점차 내리는 식으로 동의를 끌어내고 있다. SW 라이선스 이슈가 외부로 알려질 경우 입는 이미지 타격을 우려하는 대형 금융사가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못한다는 약점을 활용한다는 비판도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처음에 100억원 가량을 요구했다가 50억원, 나중에는 20억원으로 금액을 낮추는 식”이라며 “가격 구조도 이해하기 어렵고 합리적 기준이 없어 회사에 품위를 올리는 것 조차 난해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금융사는 오라클 일변도의 한국 금융사 해외 DB 의존도에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오라클과의 라이선스 갈등 이후 국산 DB로 전향을 고민 중이라는 한 증권사 임원은 “오라클의 횡포가 심해지자 국산 DB 사용 가능성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라며 “오라클 지배력이 너무 크다 보니 억지스런 일이 일어나는 것도 부지기수”라고 말해 상황이 심각함을 시사했다.

표. 오라클과 금융사 이슈 대립 골자

움츠린 증권업계 불어닥친 오라클 라이선스 `광풍`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