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미세 반도체 공정과 첨단 신소재 개발에 없어서는 안 될 전자현미경이 산업의 새로운 ‘쌀’로 급부상하고 있다.
반도체는 이미 마이크로 세계를 지나 나노공정 시대에 접어들었다. 삼성전자는 최근 웨이퍼 크기를 14나노 공정까지 상용화했다. 이 나노공정을 들여다보는 데는 측정과학의 꽃으로 불리는 전자현미경 없이는 불가능하다.

미시 세계를 들여다보는 현미경은 크게 광학현미경과 전자현미경으로 나뉜다. 또 전자현미경은 주사전자현미경(SEM)과 투과전자현미경(TEM)으로 분류된다.
가시광을 이용하는 광학현미경은 지금으로부터 대략 340년 전인 1660년 처음 개발됐다. 미생물의 세계를 주로 관찰할 수 있었다. 모든 생물체가 세포로 구성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나 광학현미경은 파장이 0.5㎛ 전후인 가시광을 사용하기 때문에 회절한계로 더 이상의 고배율로 진화하기 어려웠고 이후 20세기 들어 전자현미경이 등장했다. 원자단위까지 볼 수 있는 나노미터 수준의 초고분해능이 가능해졌다는 의미다.
특히 1960년대 전자소자 개발이 이루어지면서 최근엔 이를 들여다보려는 주사전자현미경 시장이 크게 형성되고 있다.
SEM은 1937년 독일서 개발됐다. 실용화는 1950년대 영국에 의해 이루어졌다. 전자빔을 재료에 조사할 때 발생하는 X선의 에너지를 통해 재료의 원자 성분을 분석하는 방식이다.
실리콘 웨이퍼 위에 있는 개별 원자배열의 관찰은 1980년대 주사관통현미경이 나오면서 이루어졌다.
TEM은 1930년대 처음 만들어졌다. 물질을 투과한 전자를 이용해 고분해능으로 원자 구조를 이미징하는 장비다. 지난 1989년 일본국제협력기구(JICA)사업의 일환으로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 설치됐다. 이 현미경은 가속전압이 300㎸인 일본 히타치사 H-9000NAR 모델이었다.
TEM경은 전자를 가속시키기 위해 사용되는 전압이 수백㎸다. 이때 전자가 가질 수 있는 파장은 수 피코미터 수준이고, 원자의 반경은 수십에서 수백 피코미터이기에 원자 관찰이 가능하다.
이 TEM은 현재 공간 분해능이 50피코미터(10-12) 수준에 도달해 있다. 의학, 생물학, 화학, 물리학, 재료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와 함께 TEM에서 주사모드와 전자에너지손실분석 방법을 이용하면 수십 피코미터 수준의 공간분해능에서 0.1eV 수준의 에너지 분해능 구현이 가능하다. 이는 원자구조와 전자구조를 동시 측정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 측면에서는 국내에서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조양구 박사가 물체의 미세구조를 관찰하고 정밀 측정하는데 사용되는 ‘고분해능 주사전자현미경’을 국내 처음 개발했다. 이 현미경은 물체의 크기를 3.5㎚까지 관찰할 수 있다. 이 크기의 물체를 관찰하는 현미경은 그동안 국내에는 없어 전량 수입에 의존해 왔다.
수입장비에 비해 선명도와 밝기 등 성능도 우수하다. 장비 사용법 등 매뉴얼도 사용자에 맞춰 제작했다.
최근엔 KAIST 나노과학기술대학원 김용현 교수와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여호기 박사가 온도 차이를 이용해 전압을 발생시켜 선명한 원자의 영상과 상온에서 전자 구름 모양까지 관찰할 수 있는 주사제벡현미경(SSM)을 개발했다. 상온에서 전자의 구름모양을 관찰하는 기술은 세계 최초이고 주사터널링현미경 기술 개발 이후 33년만의 일이다.
세계 전자현미경 시장은 SEM이 대략 63%가량, TEM이 3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 시장은 8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독일, 그리고 일본, 미국이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나노기술의 발전으로 수요가 증가추세이지만 2000년대에 SEM 시장에 첫발을 들여놓은 국내 업체는 아직은 초기단계다.
저가 시장은 국내업체들이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나 고급시장은 여전히 독일이나 미국 등이 장악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조복래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우리나라 기술 수준은 현대차에 비교하면 포니 수준이다. 관련업체 매출을 모두 합쳐도 60억원짜리 TEM 한대 값이 안 되는 것으로 안다”며 “SEM은 저가시장 진입에 성공했으나 TEM 시장은 제품을 만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