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뛰는 국제 유가]5·6월 美 원유생산량 결정 때까진 롤러코스터 탈듯

국제유가가 연일 급락하며 연초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지난해 말 급락 이후 올해 반등 기미를 보이며 상승 대세론이 잠시 힘을 얻는 듯 하더니 기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 석유 생산 양대축인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미국이 글로벌 석유시장 패권을 놓고 펼치는 힘겨루기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됐다.

[널뛰는 국제 유가]5·6월 美 원유생산량 결정 때까진 롤러코스터 탈듯

양측 대립으로 국제 유가 변동성은 더욱 확대됐다. 또 글로벌 석유 시장 지형도 변하고 있다. 미국 내에선 수십년만에 원유 수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으며, 우리나라 정유업계는 중동 중심 석유 도입구조를 다변화하는데 속도를 내는 등 크고 작은 파고가 잇따르고 있다.

◇OPEC vs 미국…춤추는 국제유가

현재 저유가 기조는 거대 수요국인 중국 등 신흥국의 경제 불황, 공급과잉, 일부 국가의 비축유 증대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돼 만들어졌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줄기는 사우디아라비아를 필두로 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북미 셰일오일 경쟁이다. 북미 셰일오일 생산이 늘면서 세계 석유시장에 공급과잉이 빚어졌지만, 시장점유율 하락을 우려하고 있는 OPEC은 가격하락에도 감산정책을 펴지 않고 있다.

세계 유가가 지난해보다 절반 넘게 떨어졌지만 OPEC은 아직 감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 원유 생산량에 변화가 없는 한 현재 생산량을 유지할 기세다. 유가 반등 여부를 결정할 칼자루는 OPEC이 쥐고 있지만, 그 손을 움직이게 하는 줄은 또 미국이 잡고 있는 격이다. 전문가들이 미국 원유 생산 상황에 주목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OPEC은 미국 원유 생산량 감소가 하반기 가시권에 들어왔다며 ‘승기’를 잡았다는 표정을 내비치고 있다. 미국에서 가동되는 유전 시추기 수가 줄어들고 있어 곧 생산량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불과 몇 주 전만해도 시추시설 감소에도 생산성 향상과 기존 계획사업 진행으로 생산량은 계속 늘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지금은 생산량 감소 주장에 힘이 더 실리고 있다.

최근 저유가 상황에서 일부 생산업체는 위약금을 지불하더라도 시추계약을 파기하는 등 적극적인 철수 행보를 보였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은 기존 시추계약이 정상적으로 추진된다고 해도 원유생산량은 5월까지 증가해 하루 942만배럴로 정점을 찍은 후, 6월부터 하락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에 셰일오일 시추시설 감소에도 불구하고 그 빈곳을 메꿔줄 변수가 많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표적 변수가 미국 원유 비축량이다. 현재 미국 원유 비축량은 4억5000만배럴 이상으로 최고치를 유지했다. 원유 감산이 오더라도 당장 미국 수요에 의한 가격반등 폭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쿠바와 외교관계 정상화를 추진하는 정세도 지켜봐야 한다. 미국 석유 사업자들이 쿠바지역 석유자원 개발사업에 참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원유 시추시설 감소를 다른 시추공이 생산량 증가로 메꿀 수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멕시코 지역 육상 시추시설은 지난해 10월 대비 33%나 줄었지만, 멕시코 걸프만 해상 시추시설은 오히려 전년 대비 30%나 늘었다. 심해 해상 유전 시추는 특성상 이미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 만큼 장기 계획에 따라 현재 가격에 민감하게 움직이지 않고, 육상보다 경제성도 뛰어나다. 시추를 중단해도 필요할 경우 바로 생산체계를 다시 갖출 수 있는 셰일오일의 특수성도 감안해야 한다.

OPEC의 저유가 공세로 미국 셰일업계가 경쟁력을 강화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자원개발 업체들이 구조조정을 거쳐 OPEC에 대항할 수 있을 정도의 경쟁력을 갖추게 되면 가격 경쟁이 장기화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등과 저가기조 장기화에 대한 의견은 극명하게 갈리고 있지만, 그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시점으로는 5~6월이 유력하다. 이 시기 미국 원유 생산량에 따라 OPEC의 대응과 국제유가 향방이 결정될 것이란게 중론이다.

◇유가 변동성 최고조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지난해 9월초 배럴당 110달러선을 유지하다 급락해 올해 1월 중순 42.55달러까지 떨어졌다. 그러다 올해 반등해 3월초 60달러선 턱밑까지 올라서면서 국제 유가가 상향 안정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 힘이 실리기도 했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최근 연일 하락해 50달러대 초반까지 내려앉았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급락·급등으로 국제유가 변동성은 최고조 달했다. 유종에 관계없이 하락시 연중 최고치 대비 약 60% 이상 내려앉았고 상승기엔 40% 가량 급등했다. 최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가 나홀로 급락해 지난 2009년 3월 이후 최저치인 43달러까지 내려앉으면서 두바이유의 추가 하락 전망도 따르고 있다. 유가 변동성이 제대로된 전망이 불가능할 정도로 안갯속이다. 국제유가가 이같은 롤러코스터 양상을 보인 시기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지난 2008년 정도다. 당시 국제 유가는 130달러대를 넘어서며 연중 최고점을 기록하다 불과 4개월만에 30달러대로 급락했다.

◇WTI 나홀로 급락할까?

최근 유가 하락은 WTI가 주도하고 있다. 지난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은 배럴당 43.88달러로 거래됐다. 이는 2009년 3월 이후 최저가다. 미국내 석유 재고 증가로 인한 공급과잉 우려와 달러 강세가 WTI 가격 폭락을 부채질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3월 첫주 미국 원유 비축량이 4억4890만 배럴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982년 통계치 작성 이후 최고치다. 환율도 강세를 보이고 있어 WTI 거래가는 연일 약세다.

WTI와 타 유종과 가격 차이는 올해 줄곧 배럴당 5달러 내외였지만 최근 10달러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WTI 거래가의 나홀로 하락이 다른 유종 가격의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SK증권은 WTI와 다른 유종간 가격 차이가 점차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과거 사우디 원유판매단가(OSP) 프리미엄이 높으면 중동 두바이유가 미국 WTI보다 비쌌지만, 지난해 말 이후 OSP가 하락해 유종간 가격 차이가 벌어질 이유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는 곧 정유·화학기업의 재고평가손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해 우리나라 정유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