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과학자]이성준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질량힘센터 책임연구원

“질량과 관련한 연구는 기초에 해당합니다. 사업화 얘기가 나오면 힘이 빠집니다. 괄목할 만한 것을 내놓는 게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방치할 수도 없고 누군가는 외롭지만 지켜야하는 분야 아닙니까.”

[대한민국 과학자]이성준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질량힘센터 책임연구원

이성준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질량힘센터 책임연구원은 인터뷰도 피하려 했다. 드러내봐야 눈총이나 받지 않을까 우려해서다. 나름 조심한다고 하는 그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에 되레 출연연에서 기초분야 R&D를 하는 과학기술자 설움이 그대로 묻어났다.

이 책임은 최근 국가질량원기가 지난 2012년보다 더 가벼워진다는 성과를 발표했다. 36ug(마이크로그램)이 가벼워진다. 성인 남성 머리카락 1㎝짜리 1개 무게가 보통 100ug이니, 대략 0.3㎝머리카락 무게만큼 주는 셈이다.

이 책임은 “개인 일상생활에서 의미 없는 숫자일지는 몰라도 나노 등 초정밀 세계로 들어가면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표준연은 지난 2012년부터 와트저울 연구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오는 2017년까지 변하지 않는 질량원기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다.

국가질량원기는 한 국가가 기준으로 하는 1㎏의 정확한 질량이다. 100만분의 1g까지 따진다.

이 책임은 표준연에서 보관하고 있는 질량원기에 대해서도 얘기를 풀어놨다. 원기는 백금이 90% 섞인 합금이다. 개당 가격이 7000만~8000만원이다. 분동조정을 위해 1년에 딱 한번만 안전금고에서 꺼낸다.

“본래 우리나라는 39번 원기를 사용했으나, 1993년 구입한 72번 원기를 국가원기로 삼아 쓰고 있습니다. 39번과 2000년 도입한 84번은 보조원기로 씁니다.”

39번 원기는 1894년 일본서 도입했으나 6.25전쟁 때 한국은행 쓰레기통에서 발견됐다고 한다. 이 책임이 공개한 사진을 들여다보니, 위쪽이 찌그러져 있다.

이 책임은 “조만간 와트저울을 이용한 질량에 대한 새 정의가 만들어지는데, 이를 어떻게 보급할 것인지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산업현장이나 과학실험실 등에 이를 보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책임은 최근 융합연구로 R&D 무게중심을 옮겨 가고 있다. 휴먼인지 사업에도 손을 댔었다.

“우리나라는 학교서 물리를 가르칠 때 평균과 표준편차를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고, 활용도 잘 하지 않습니다. 그냥 막연히 평균을 말합니다. 엄연히 개념이 다른데도 말입니다. 그러다보니 표준을 돈먹는 분야로만 인식하게 되는 것이지요.”

평균은 전체 값을 더해 개수로 나눈 값이고, 표준편차는 산포도를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이 책임은 전북대 물리학과를 나와 서울대에서 응집물리 전공으로 석, 박사학위를 땄다. 주사탐침현미경(SPM)을 가지고 표면연구를 꾸준히 해왔다. 2005년 표준과학연구원 박사후과정으로 들어왔다 평생직장이 됐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