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게임자본 아시아 점령에 한·일 시장 지렛대로..."국내 중소 생태계 큰 갈림길"

게임시장에 자본 국경이 사라지고 있다. 아시아 시장 중심으로 글로벌 진출을 노린 한·중·일 기업이 합종연횡을 불사한다. 새롭게 성장한 중국 게임자본 기세가 무섭다. 국내를 기반으로 한 중소 게임사가 큰 갈림길에 섰다는 진단이 나온다.

룽투의 양성휘 대표(왼쪽 세번째)와 라인의 송기욱 실장(왼쪽 네번째)이 차이나조이2015에서 ‘란투게임즈’ 설립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룽투의 양성휘 대표(왼쪽 세번째)와 라인의 송기욱 실장(왼쪽 네번째)이 차이나조이2015에서 ‘란투게임즈’ 설립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라인은 최근 룽투, 로코조이와 잇달아 게임 합작회사와 펀드를 결성했다. 룽투와는 홍콩에 합작회사 란투게임즈를 설립하고 로코조이와 게임 전문 펀드를 결성해 한국을 기점으로 세계 전역에서 우수한 게임사를 발굴 할 방침이다. 란투게임즈 역시 룽투와 라인 인력이 모여 공동개발과 퍼블리싱부터 투자까지 진행한다.

룽투와 로코조이는 각각 ‘도탑전기’와 ‘마스터오브탱커(국내 서비스명 탑오브탱커)’로 최근 2년 사이 대형게임사로 성장한 중국 신흥 강호다.

두 회사 모두 공교롭게도 올해 국내 기업(아이넷스쿨, 이너스텍)을 인수하며 한국 증시에 우회 상장했다.

라인은 일본에 본사를 둔 네이버 자회사로 일본을 비롯해 아시아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바일 메신저 기업이다. 대부분 경영진이 일본인으로 NHN 출신 입김이 적고 일본과 한국 등 아시아를 관통하는 비즈니스를 기획한다.

전문가들은 라인과 룽투, 로코조이 합작이 아시아 게임 산업 생태계 재편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윤상 게임넥스트웍스 대표는 “라인과 룽투, 로코조이 모두 글로벌을 지향하는 회사”라며 “룽투나 로코조이처럼 모바일게임으로 중국 시장에서 단 기간에 성장한 기업이 다음 성장 동력으로 동남아시아, 한국, 일본 시장 진출을 노린다는 점에서 (글로벌 합작회사나 펀드 조성이)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인력과 중견기업 그리고 이용자가 풍부한 한국이 생태계 재편 각축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룽투는 이번 라인과 합작에서 한국시장에 진출한 룽투 코리아가 실무 협상과 합작회사 주체를 맡았다. 중국에 근거를 둔 회사가 한국을 거점으로 일본 기업과 홍콩에 합작회사를 설립한 것이다.

게임사 관계자는 “중국 게임회사들의 합종연횡 규모가 점점 거대해지고 빨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자본력이 약한 한국 중소 게임업계가 이 같은 변화를 마냥 반길 수만 없다. 지식재산권(IP)을 헐값에 넘기거나 인력유출, 적대적 인수합병의 타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한·일 대형사들이 시장 선점을 위해 대규모 마케팅을 펼칠 경우 진입 장벽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한다.

한 중소 게임사 관계자는 “경영진이나 오너는 M&A를 통한 투자금 회수만 바라볼 수밖에 없다”며 “중소 게임사가 역량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 점점 사라지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