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수출대륙 3중을 가다]<4> 중남미 시장 진출 교두보 `칠레`

[신 수출대륙 3중을 가다]<4> 중남미 시장 진출 교두보 `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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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긴 나라’ 칠레는 중남미 국가 중 정치적으로 가장 안정성을 갖추고 중남미 최고 소득 수준을 자랑한다.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나라기도 하다. 칠레가 최초로 FTA를 맺은 아시아 국가도 한국이다. 그런 만큼 우리나라와 칠레는 외교적으로도 의미 있는 관계다.

칠레와 대한민국 시차는 정확히 12시간이다. 현재까지 직항 노선이 없어 인천에서 칠레 산티아고까지 비행시간은 30시간에 가깝다.

심리적으로나 물리적으로 먼 나라기도 하지만 칠레가 우리 수출기업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 이유는 자원부국이라는 자원외교로서 중요성뿐만이 아니다. 안정적 경제 성장에 기반을 두고 정치·사회·산업적으로 ‘중남미 시장 진출 교두보’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FTA 체결국 ‘칠레’

칠레는 미국, 중국, 일본을 비롯한 60개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다. 세계에서 FTA를 가장 많이 체결한 국가로 손꼽힌다. 그만큼 칠레는 개방돼 있고 열려 있는 시장이다.

칠레는 외국인의 칠레 시장 내 경제 활동에 △내국 기업과 동등한 대우 △모든 경제 및 산업 분야 전면 개방 △정부 간섭 최소화라는 세 가지 외국인 투자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KOTRA 칠레 산티아고 무역관에 따르면 칠레는 지난해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산출한 IMD국가경쟁력 지수에서 31위로 중남미 1위를 차지했다. 헤리티지재단 경제자유도에서도 155개국 중 7위를 기록해 이 또한 중남미 1위다.

칠레 1인당 국민소득(명목 기준)은 1만6000달러, 구매력 기준 약 2만달러로 중남미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칠레는 세계에서 가장 긴 해안선과 안데스 산맥에 둘러싸여 있는 독특한 자연·지형 환경 구조와 세계 수요 3분의 1을 차지하는 구리 생산국이자 포도·사과·와인 등 농축산물, 자원부국으로도 꼽힌다.

칠레는 중남미 중소강국으로 최근 견실한 경제성장, 정치적 안정을 보여줬다. 외부 투자 유치 규모는 2012년 기준 81억9000만달러로 중남미에서 브라질, 멕시코에 이어 3위다. 소규모 개방경제를 표방하며 전력, 가스, 수도 등 국가 인프라 대부분이 민영화돼 있다. 조건만 갖추면 외국 기업 참여가 가능하다.

라울라스카노 칠레 통신청 정책연구실장은 “칠레는 군부독재정권이었던 피노체트 정권 당시 여러 산업 분야에서 국영화로 발전이 저해되는 등 상황이 악화된 측면이 있었다”며 “민주화 이후 정부는 경제부양책 일환으로 국가 인프라를 사기업 영역으로 돌려 경쟁을 활성화하고 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힘을 줬다”고 설명했다.

칠레 정부는 전력, 신재생, 환경을 3대 유망 진출 분야로 지정하고 집중 지원하고 있다. 광업, 인프라, IT는 3대 미래 진출 분야로 선정해 중장기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2020년까지 칠레 당국이 투자를 계획한 프로젝트는 광업 61.3%, 신재생에너지를 포함한 전력 26.4%, 인프라 투자 9.6%로 점쳐진다.

마르첼로 반토 레임에너지 부사장은 “칠레는 인접해 있는 아르헨티나 등 주변국과 사이가 썩 좋지 않고 한 면은 바다로 이뤄져 에너지 산업에서 외딴섬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정부 차원에서 신재생에너지에 힘을 실을 수밖에 없는 이유”라며 “2020년까지 전체 에너지의 20%, 2030년 30% 가까이를 신재생에너지로 채운다는 점에서 신재생에너지는 앞으로도 더 큰 발전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르첼로 반토 레임에너지 부사장(Vice President) 출처 - 전자신문
마르첼로 반토 레임에너지 부사장(Vice President) 출처 - 전자신문

출처 - 전자신문

◇중남미 시장 진출 첫 노크국 ‘칠레’

지난 4월 박근혜 대통령 중남미 순방 이후 시장 진출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중남미는 한국에서 가장 먼 지역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성장 잠재력이 높은 곳이다. 표면적 인구만 따져 봐도 6억명을 웃돌 만큼 매력적이다.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수출기업이 또 다른 대규모 내수 시장에 눈을 돌려야 하는 상황에서 중남미는 아직 ‘미지의 세계’인 만큼 진출 전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칠레는 중남미 시장 진출을 앞둔 수출기업에 ‘교두보’로 제격이라는 평을 받는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FTA를 체결한 것에서 드러난 개방성과 중국, 일본, 한국 등과 우호적인 외교 관계 등에서 비롯된다. 무엇보다 중남미에서 치안이 가장 안전한 나라로 꼽히며 처음 이곳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외국 기업에 진입장벽이 그나마 낮게 느껴질 수 있다는 설명도 있다.

칠레 전자상거래 시장에 진출한 정효찬 오버시즈인더스트리 대표는 “아르헨티나에서 유학을 하며 중남미 시장을 여러 모로 연구해 본 결과 이곳에 처음 진출하는 데는 칠레가 교두보로 가장 제격”이라며 “치안이 불안해 위험하거나 외국 기업에 배타적이고 규제가 많은 다른 중남미 국가에 비해 칠레는 노력에 따라 충분히 도전해볼 만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떠오르는 칠레 전자상거래, 한국 기업 진출 방안은

KOTRA 칠레 산티아고 무역관에 따르면 칠레 전자상거래 시장은 지난해 기준 약 12억4000만달러 규모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약 11%씩 성장했다. 아직 전자상거래 활성화 시기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빠른 스마트기기 보급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전자상거래 이용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는 분위기다.

한스 한케스 데라레 그루폰 중남미 총괄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중남미 다른 국가와 비교해 칠레는 금융 인프라가 비교적 잘 구축된 나라”라며 “그루폰 중남미 총괄지사도 칠레에 위치해 중남미 전자상거래 시장 확대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스 한케스 데라레 그루폰 중남미 총괄 최고 운영 책임자(COO) 사진 출처 - 전자신문
한스 한케스 데라레 그루폰 중남미 총괄 최고 운영 책임자(COO) 사진 출처 - 전자신문

사진 출처 - 전자신문

칠레 인터넷 전자상거래 시장은 의류, 신발 등 생활소비재를 중심으로 일상적 구매패턴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우리 수출 기업 진출 문턱은 아직 높지만 대통령 방문 이후 KOTRA와 칠레 전자상거래위원회 등에 기반을 두고 국내 기업 진출 활로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칠레 전자상거래위원회가 개최하는 온라인 특판 행사에 우리 기업이 참여해 현지 기업과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도 좋은 방안 중 하나다. 접근성이 쉬운 온라인 상담으로 진출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방법이다.

KOTRA 산티아고 무역관 관계자는 “칠레 전자상거래는 물류 서비스가 아직 고도화되지 않고 여전히 문턱이 높은 금융시장, 칠레 국민이 가진 온라인 결제 시스템 불신 등 앞으로 극복하고 해결해야 할 점이 있지만 발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나간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는 시장”이라며 “중남미 소비자를 대상으로 스페인어 홈페이지와 표준화된 배송시스템을 구축한다면 국내 기업도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