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AMD 차세대 칩 위탁생산… 파운드리 사업 날아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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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 TSMC 제치고 애플·퀄컴 이어 고객사로 확보

삼성전자가 미국 AMD를 반도체 칩 위탁생산(파운드리) 고객사로 확보했다. 새해부터 AMD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칩을 처음으로 생산한다. 애플, 퀄컴에 이어 AMD까지 고객사로 확보하면서 삼성전자 ‘파운드리 일류화’ 프로젝트가 빨라졌다. AMD는 인텔과 함께 PC 중앙연산처리장치(CPU) 시장을 양분했던 기업이다. GPU시장에서도 엔비디아에 이은 2위 기업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시스템LSI 파운드리사업부는 글로벌파운드리(GF)와 함께 AMD 신형 GPU ‘그린란드’(개발코드명)를 내년 2분기 말 양산한다. 그린란드는 2세대 14나노 핀펫(FinFET) LPP(Low Power Plus) 공정으로 생산한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28나노 GPU(코드명 피지)와 비교해 와트당 전력효율이 두 배 높다. 생산 물량 비중은 유동적이다. AMD는 수율 등 여러 요소를 감안해 양측 비중을 유연하게 조절할 방침이다.

삼성전자, AMD 차세대 칩 위탁생산… 파운드리 사업 날아오르다

AMD는 대만 TSMC에 GPU 생산을 맡겨 왔다. 수율, 공급 불안정 이슈가 이어지자 28나노를 마지막으로 거래를 끊기로 했다. 대안은 삼성전자와 GF였다. 지난해 상반기 삼성전자, GF가 14나노 공정 공유 라이선스 계약을 맺을 때 3사 합의로 이런 결정을 내렸다. AMD는 이후 20나노 공정은 건너뛰고 14나노로 직행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GF의 14나노 공정 IP가 동일해 AMD가 설계한 칩을 공장에서 모두 생산한다”며 “두 개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면 과거처럼 공급 물량 부족 문제를 겪을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AMD는 그린란드 생산 개시 이후 곧바로 신형 중앙처리장치(CPU) ‘젠’을 내놓는다. 이 제품도 14나노 LPP 공정으로 생산된다. GPU와 마찬가지로 삼성전자, GF가 생산한다.

AMD 위탁생산 매출은 내년 3분기 본격화할 전망이다. 적잖은 매출 확대가 기대된다. 지난해 AMD 연간 매출액은 55억600만달러(약 6조4000억원)였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최대 경쟁사 TSMC 고객군을 차례로 빼앗아 고무된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모바일 제품군에 국한돼 있던 파운드리 품목을 PC용 GPU, CPU로 넓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14나노 핀펫 공정은 ‘대성공’으로 평가했다. TSMC로 넘어간 애플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물량 대부분을 다시 뺏어왔다. 퀄컴 스냅드래곤 820 AP도 새롭게 생산을 맡았다. 시스템LSI사업부는 2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한 뒤 3분기 흑자 폭을 확대했다. 4분기에도 퀄컴 칩 생산 등으로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심상필 오스틴 반도체법인(시스템LSI 제조센터 담당임원) 상무는 14나노 핀펫 공정 파운드리 상용화 공적을 인정받아 올해 자랑스런 삼성인상을 수상하고 2년 일찍 전무로 승진했다. 마이클 레이포드 삼성전자 오스틴 반도체법인 기술담당 VP도 14나노 시스템LSI 제품 적기 양산 성과를 인정받아 상무로 승진했다.

삼성전자는 2017년 본격화될 10나노 공정 개발에도 속도를 낸다. 새해 1월 열리는 ISSCC 학회에 10나노 로직에 탑재되는 S램 개발 성공 논문 발표하며 조기 프로모션에 나선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AMD 고객 유치와 관련해 “고객사 관련 사항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한주엽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