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분석]`깡통` 스위치·라우터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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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분석]`깡통` 스위치·라우터의 반란
국내 네트워크 SW 개발 기업 쿨클라우드 솔루션 기반 화이트박스 네트워크 구성도
<국내 네트워크 SW 개발 기업 쿨클라우드 솔루션 기반 화이트박스 네트워크 구성도>

핵심 네트워크 장비로 꼽히는 스위치와 라우터에 운용체계(OS)와 제어기 등 소프트웨어(SW)를 담지 않으면 물리적 기능만 남는다. `화이트박스(White Box)` 제품이라는 이름이 있지만 쉽게 `공 스위치` `깡통 스위치`로 불리기도 한다.

기존 네트워크 시장에서는 장비를 사용할 수 있도록 모든 기능이 포함돼 나왔다. 최근 네트워크 제조사와 SW개발사가 화이트박스 독자 제품을 선보인다. 특정 네트워크 장비 제조사(벤더)가 만들어 놓은 네트워크 인프라에서 벗어나 사용자 중심의 네트워크 환경을 쉽게 조성하기 위해서다. 특정 벤더의 의존성을 낮춰 네트워크 환경을 개방형으로 바꾸자는 국내외 네트워크 기업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네트워크 장비, `화이트 박스` 등장

전통 네트워크 장비는 전송과 라우팅 알고리즘에 최적화된 장비를 의미한다. 라우터는 서로 다른 네트워크를 연결해 데이터를 가장 적절한 경로로 보내는 장치다. 그 가운데 데이터 전송에 필요한 SW 알고리즘은 소스코드 라인이 1000만~2000만 줄이 될 정도로 복잡하다. 네트워크 장비 구조와 사용법이 어려워서 시스코 등에서는 전문자격 시험도 운영할 정도다.

지금까지 시스코, 주니퍼 등 스위치·라우터 강자가 시장을 주도했다. 업계에서는 특정 벤더만 기술 발전 방향과 시장 점유율을 좌우한다는 비판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시중에서 활용하는 네트워크 장비 가운데 선택권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즉 자신에 맞는 네트워크 환경을 구축하고 싶어도 장비 제조사에 맞출 수밖에 없다. 비용 부담과 유지 보수 어려움도 크다.

쿨클라우드 SW로 네트워크 환경을 구성하는 개념도. 추가 증축도 화이트박스 제품으로 쉽게 할 수 있다.
<쿨클라우드 SW로 네트워크 환경을 구성하는 개념도. 추가 증축도 화이트박스 제품으로 쉽게 할 수 있다.>

글로벌 중소와 중견 벤더가 해답을 내놓았다. 바로 `화이트박스` 제품이다. `값싼 깡통 스위치·라우터가 있다면 사용자 환경에 맞춰 안에 들어가는 SW는 직접 개발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움직임이다.

저가 화이트박스 제품에 직접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앱)을 올리면 전통 네트워크 장비를 대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세트로 구매하고 구축할 필요가 없어 비용이 싸다. 처음부터 사용자 네트워크 환경에 맞춰서 제품을 구성할 수 있기 때문에 생산성도 높다. 완제품이 아니라 자기가 원하는 부품을 넣어 조립식 데스크톱PC를 구매·설치한다고 하면 이해가 쉽다.

데스크톱PC를 움직이는 OS와 프로그램(SW)도 필요에 따라 직접 만드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저가 깡통 스위치는 비싼 장비와 비교해 최대 30%까지 가격을 줄일 수 있다”면서 “여러 앱을 깔아서 기존 장비처럼 기능을 구현하더라도 비용을 절반 수준까지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용 절감이 화이트박스 기반 네트워크의 가장 큰 장점이다. 네트워크 장비를 증설할 때도 새로운 스위치 라우터 장비를 구매할 필요가 없다. 화이트박스 제품만 구매해 연결, 용량을 곧바로 증설하는 기술도 개발됐다.

◇분주한 글로벌 장비업계 움직임

화이트박스 기반의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이 뜨면서 제조사와 개발사 참여가 활발해지고 있다. 엑톤과 엣지코어를 대표로 들 수 있다. 엣지코어는 대만계 화이트박스 스위치 제조사로, 주로 북미 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최근까지 스위치 제품을 2만여대 시장에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엑톤은 엣지코어 모회사로, 글로벌 정보기술(IT) 인프라 벤더 서버 등에 네트워크 장비를 제공한다.

두 회사는 최근 국내 네트워크 업체와 사업 협력 논의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네트워크 SW 개발업체뿐만 아니라 국내에 진출한 중소·중견 벤더까지 협업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엑톤·엣지코어 화이트박스에 국내 기술로 개발한 장비 제어기를 담는 것이 골자다.

강인철 HPE아루바 네트워킹사업부 상무가 올해 사업 전략을 소개했다. 이날 HPE아루바는 화이트박스 제품인 `알토라인`을 선보였다.
<강인철 HPE아루바 네트워킹사업부 상무가 올해 사업 전략을 소개했다. 이날 HPE아루바는 화이트박스 제품인 `알토라인`을 선보였다.>

글로벌 벤더도 활발하게 움직인다. HPE아루바, 델 등은 자체 화이트박스 스위치 제품을 출시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네트워크OS는 피카8, 노비플로우 등 전문 업체와 협력하고 있다. HPE아루바 관계자는 “화이트박스를 구매해 자체 환경에 맞는 네트워크를 구축한 사례가 많지 않지만 비용절감과 운영 효율성 등을 고려, 관심을 크게 쏟고 있다”면서 “올해부터는 구축 사례가 구체화되면서 도입 고객이 늘어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심지어 시스코가 최근에 내놓은 스위치도 화이트박스처럼 활용할 수 있다. 시스코도 개방형 네트워크라는 트렌드를 무시하기 어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모든 성능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시스코 기술 지원과 솔루션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시스코 관계자는 “화이트박스처럼 새로운 앱을 스위치에 설치해 활용할 수 있지만 더이상 시스코 스위치가 아니게 된다”고 설명했다.

◇ 국내 시장 개척 위해 연합체 구성

국내에서는 화이트박스 등을 활용해 제조사를 가리지 않고 네트워크 환경을 구축할 수 있는 연합체도 구성됐다. 나임네트웍스가 주축이 된 `COD 벤더 얼라이언스`가 주인공이다. COD 벤더 얼라이언스는 `고객이 주도권을 쥔 데이터센터(Customer Optimized Datacenter)`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양한 장비 제조사와 SW 개발사가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말 설립 당시 10개 미만이던 회원사는 최근 20개로 확대하며 세를 불렸다. 파이오링크와 아토리서치 등 국내 개발기업 5개사뿐만 아니라 VM웨어, 익시아, F5네트웍스 등 해외 벤더 12개사도 참여하고 있다. 개방형네트워크재단(ONF) 등 국내외 프로젝트 단체도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COD 얼라이언스 가입을 협의하고 있거나 계약이 진행되고 있는 사례까지 포함하면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COD 얼라이언스의 목표는 네트워크 환경 주도권을 벤더에서 사용자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회원 업체 대다수가 시스코 등 전통의 네트워크 강자에 반기를 드는 배경이기도 하다. 최근 슈나이더일렉트릭코리아가 참여하면서 COD가 구축한 네트워크 환경과 데이터센터 에너지 자원까지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전력 사용량, 냉각, 공조, 서버 최적화도 지원한다. 나임네트웍스는 “COD 얼라이언스는 최근 업계에서 관심을 기울이는 개방형 데이터센터 구축에 뛰어들어 국내 네트워크와 데이터센터 환경을 개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COD 벤더 얼라이언스 가입 현황 자료 : 나임네트웍스>

COD 벤더 얼라이언스 가입 현황 자료 : 나임네트웍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