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판교, 급속성장 후유증 해결하자

판교가 미국 실리콘밸리에 버금가는 첨단 혁신산업단지로 변신하고 있다. 2011년 83개에 불과하던 입주 기업은 지난해 말 기준 1121개사로 13.5배 증가했다. 판교 근무자도 같은 기간에 2만4000명에서 7만2820명으로 세 배가량 늘었다. 연구개발(R&D) 인력 비중이 45.3%에 이를 정도다. 지난해 매출액도 70조2778억원으로 경기도 지역총생산의 22.4%를 기록했다. 현 정부가 강조한 창조경제의 모범 답안을 만들어 가고 있다.

판교의 성공은 깨끗하고 쾌적한 주변 환경과 동종업계가 몰리면서 다양한 정보와 네트워크를 형성, 시너지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최근 이런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는 판교가 `급속 성장 후유증`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본지가 팀블라인드와 공동으로 입주 기업 종사자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출퇴근 시간대에 판교 일대는 거의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이 시간대에 판교역 일대는 버스에 타려는 승객 간, 운전사와의 고성과 승강이가 일상이다. 판교로 향하는 광역좌석버스는 출발지부터 앉기는커녕 서 있기조차도 어렵다고 한다.

현재 분당과 판교 등 주변 지역 이외 수도권 거주자는 5만명에 이른다. 반면에 기업이 몰려 있는 동판교를 지나가는 광역좌석버스 노선은 6개에 불과하다.

2011년 지하철 신분당선이 개통되면서 대중교통 여건이 개선되긴 했지만 급속히 늘어난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렇다고 승용차 이용 여건이 좋은 것도 아니다. 판교 근무자가 이용하는 승용차만 2만3800대에 달하지만 주차장은 2만806개면에 불과하다.

산업연구시설로 지정돼 생활편의시설 입주 제한으로 인한 편의점, 의료시설, 음식점 등 편의시설 부족도 문제다. 특히 보육 관련 시설 부족은 젊은 층이 주를 이루는 판교의 잠재적 시한폭탄이다.

이대로 진행된다면 판교의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은 지난 이야기로 기억될지 모른다. 새로운 혁신 기업의 꾸준한 유입을 위해서라도 판교 입주 기업과 구성원이 엉뚱한 곳에다 힘 빼지 않을 만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