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경영리더 SWOT 분석]<4>이해진 네이버 의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은 국내 정보기술(IT) 업계 리더다. 1999년 검색 포털 네이버를 설립한 뒤 PC시대를 지배하는 인터넷 서비스로 키워 냈다. 모바일로 IT 산업 중심이 옮겨간 뒤에도 혁신을 거듭하며 메신저 `라인` 글로벌 성공 신화를 썼다. 라인은 7월 미국 뉴욕과 일본 도쿄 증시 동시 상장에 성공하면서 세계로부터 가치를 인정받았다.

[차세대 경영리더 SWOT 분석]<4>이해진 네이버 의장

이 의장은 라인 성공에 안주하지 않는다. 모바일에서는 국경 없는 인터넷 서비스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자금 규모나 브랜드 가치에서 수십 배 차이가 나는 구글, 페이스북, 바이두 등 글로벌 IT 공룡과 전면 경쟁해야 한다. 업계 1위도 한순간 방심하면 뒤처질 정도로 변화 속도도 빠르다.

이 의장은 오히려 북미 시장 진출을 예고하며 고삐를 바짝 죄었다. 웹툰, 스노우, 브이, 밴드 등 제2 라인을 위한 항해도 순항하고 있다.

◇강점(Strength)…라인으로 확보한 글로벌 성공 감각과 철저한 현지화 철학

이 의장이 거둔 라인 성공 신화는 앞으로 글로벌 사업 확장에도 긍정 요인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짙다. 신규 서비스 출시에도 유리하다. 라인은 6월 기준 월간사용자(MAU)가 2억2000만명에 이른다. 일본, 태국, 대만, 인도네시아 등 동아시아권 이용자 사이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높다. 라인주식회사는 메신저 인지도를 바탕으로 `라인카메라` `B612` 등 글로벌 1억 다운로드를 넘긴 카메라 애플리케이션(앱)을 연이어 선보였다.

중요한 것은 글로벌 성공 경험이다. 국내 인터넷 서비스 업체 가운데 글로벌 성공 사례로는 라인이 유일하다. 제조업과 달리 인터넷 서비스는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기업도 글로벌 시장에서는 고전을 면키 어려웠다. 그만큼 예상하기 어려운 변수가 많다. 통신 환경 등 IT 인프라부터 역사와 문화까지 고려할 사항이 많다. 라인 성공 과정에서 획득한 노하우는 다른 글로벌 사업에서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 기여한다. 업계 관계자는 “서비스를 수십 개 개발해도 성공하는 것은 한 개가 될까 말까 할 정도”라면서 “라인 성공으로 여러 해외 국가에 대한 이해를 깊이 축적한 점은 앞으로 새로운 서비스 출시에 긍정 요인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철저한 현지화 전략도 글로벌 진출을 뒷받침한다. 글로벌 서비스를 지향하는 경우 대부분 현지화를 고려하지만 이 의장의 현지화 철학은 각별하다. 이 의장은 2008년 신중호 라인 최고글로벌책임자(CGO)에게 일본 라인 주식회사를 맡기며 “알고 있는 것 다 잊고 가라. 백지에서 시작하라”고 주문했다. 라인은 일본, 태국 등지에서 현지 최고경영자(CEO)를 기용했다. 사업 과정에서도 현지 목소리 반영에 주력했다. 라인에서는 `현지화`라는 용어를 쓰지 않고 `문화화(Culturalization)`라고 부른다. 현지화가 자칫 중앙과 변두리라는 의미로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글로벌 IT 기업이 대부분 미국에서 출발해 실리콘밸리식 혁신을 주입하는 것과 대비된다. 철저한 현지화 덕분에 글로벌 진출 변수를 최소화했다는 평가다.

개발자 출신답게 연구개발(R&D)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점도 장기 차원에서 네이버 성장에 긍정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네이버는 지난 5년 동안 연간 1조원 수준의 자금을 R&D에 투자했다. 지난해 기준 R&D 투자액은 1조3397억원이다. 전체 매출 41%에 육박하는 수치다. 비중으로만 보면 삼성전자(7.4%)나 LG전자(6.7%)는 물론 구글(15%), 페이스북(21%)보다도 높다. 투자를 바탕으로 핵심인 검색 기술 고도화뿐만 아니라 커넥티드카 등 새로운 분야로도 진출하고 있다. 소프트웨어(SW) 기업에 머물지 않고 하드웨어(HW)와의 접점을 늘리며 기술 기반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각오다.

◇약점(Weakness)…은둔형 리더십, 좀 더 목소리 내야 한다는 의견도

이 의장은 언론 앞에 나오거나 외부로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드물다. 7월 네이버 춘천 데이터센터 `각`에서 열린 라인 상장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2년 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 화제가 됐을 정도다. 활발한 외부 활동에 나서는 글로벌 IT 기업 CEO들과 비교해 `은둔형`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이유다.

활발한 외부 활동보다 내실 다지기를 선호하는 성격이다. 사내에서는 신입사원부터 임원급까지 격의 없는 토론이나 만남을 자주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보다 글로벌 서비스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대중 앞에 나오기 어려웠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의장은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많이 못 뵌 것은 은둔하거나 숨으려 한 것이 아니다. 이런 것을 잘못하는 성격도 있지만 일본 사업을 위해 노력했다”면서 “회사에 기여하고 기쁨을 주는 것이 인터뷰보다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인터넷 산업을 상징하는 인물인 만큼 목소리를 좀 더 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라인 상장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구글 지도 반출 요구를 정면 비판, 반대 여론을 강하게 형성했다. 그가 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을 실감케 했다. 앞으로 네이버를 포함한 국내 인터넷 산업 발전을 위해 정책 수립이나 규제 이슈에 적극 임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인터넷과 게임 업계 대표가 외부 활동에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 경우 산업계 목소리를 명확히 전달하기 어려울 수도 있어 산업 발전을 위한 외부 활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회(Opportunity)…모바일 감 잡고 다양한 제2 라인 후보 출격

이 의장은 라인 성공에 안주하지 않는다. 스노우, 브이(V), 라인웹툰 등 다양한 글로벌 서비스가 제2의 라인 후보로 꼽힌다. 스노우는 동영상 소통 앱으로, 재미있는 효과와 휘발성 메시지 등으로 10대층을 겨냥했다. 한국, 일본, 중국, 동남아 등지에서 인기를 끌었다. 8월 초에는 글로벌 다운로드 6000만건을 돌파했다. 9월부터 캠프모바일에서 네이버 자회사로 독립했다. 실시간 동영상 서비스 브이는 연예, 뷰티 등 한류 콘텐츠를 앞세워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에서 강세를 보인다. 라인웹툰은 2014년 7월부터 시작해 중국, 태국, 인도네시아, 대만 등지에서 인기를 더한다.

이 의장은 다음 목표로 북미와 유럽 시장을 지목했다. IT 본고장 진출로 네이버 위상을 더욱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 의장은 “북미와 유럽은 꼭 한 번 도전해야 하는 꿈의 시장이고, 네이버 브랜드가 한 단계 도약하는 도전의 장”이라면서 “라인 다음으로 회사에 기여하는 방법은 그쪽 시장에 나가 다시 준비하고 기회를 찾는 작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진출을 강화하기 위한 내부 정비 작업도 꾸준히 해왔다. 지난 4월에는 신속한 의사 결정과 성과 도출을 위해 브이, 라이브 검색 등 24개 주요 사업을 선정하고 `프로젝트` 단위를 신설했다. 과거 의사결정 단위인 센터·그룹, 실·랩이 사라졌다. 이보다 앞서 2014년에는 사내 독립 조직인 셀(cell)을 신설한 뒤 직급을 없애고 책임근무제를 도입하는 등 효율 높은 의사결정과 유연한 조직문화 형성에 힘썼다.

글로벌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이 절반을 넘어섰다. 네이버 글로벌 업무 담당 인력은 6월 기준 2034명을 기록했다. 본사와 자회사를 포함해 전체 인력 50%에 육박했다. 지난해 11월 대비 반년 만에 16% 증가한 수치다. 해외에서 업무를 직접 수행하는 인력과 국내에서 해외 업무를 전담하는 인력까지 포함했다.

◇위협(Threat)…국경 없는 인터넷, 글로벌 공룡들과 생존 경쟁 돌입

이 의장은 글로벌 거대 IT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성공해야만 한다. 자금 동원 규모, 인력 수급, 브랜드 인지도 등 여러 분야에서 불리한 상황이다. 국경이 없는 인터넷 서비스 특성상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 시장에서도 치열한 생존 경쟁이 벌어진다. 이미 국내 동영상 서비스는 유튜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페이스북이 확고한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이 의장은 “해외에서 `포켓몬 고` 같은 혁신 서비스가 나오면 괴롭다”면서 “인터넷 서비스 대기업은 몇몇을 제외하고 다 무너졌다. 살아남으려면 절박한 마음으로 새로운 시도를 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구글의 지도 반출 요구는 이런 고충을 극명히 드러내는 사례다. 이 의장은 구글 조세 회피 문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국내 기업 역차별 문제를 거론하며 공정한 경쟁을 요구했다. 이 의장이 이례로 목소리를 높인 데에는 모바일뿐만 아니라 커넥티드카 등 미래 서비스 혁신 기반이 되는 지도 서비스에서 구글에 유리한 고지를 넘겨줄 수 없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빠른 IT 환경 변화 속에서 모바일 시대 이후를 대비해야 하는 과제도 안았다. 사물인터넷(IoT)·가상현실(VR) 등이 활성화되면 PC, 모바일에 이은 또 다른 플랫폼이 등장한다. 네이버 같은 플랫폼 사업자에게 이런 변화는 위기이자 기회다. 네이버는 모바일 도입 초기에 고전했다. 이 의장은 2014년 “네이버는 모바일에서 아무것도 아니다. 이대로 가면 없어질 수도 있다”며 위기감을 강조했다. 절박함을 바탕으로 반전에 성공했다. 국내 모바일 검색 점유율은 80% 수준에 육박했다. 라인으로 해외 진출까지 성공했다.

커넥티드카 등 새로운 먹거리 사업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도 이런 의도로 풀이된다. HW 변화에 따라가지 말고 적극 대처,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이 의장은 “그동안 PC와 스마트폰에 집중했다면 다른 곳, 다른 환경에서 가치를 주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하반기에는 기술을 보여 주는 제품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

※ 이해진 네이버 의장

▲생년월일 1967년 6월 22일(양력)

▲출신학교 및 전공

1990년 서울대 컴퓨터공학 학사

1992년 KAIST 대학원 전산학 석사

▲경력

1999년 네이버컴(현 네이버) 설립, 대표이사

2001년 NHN 공동 대표이사 사장

2004년 NHN 이사회 의장, 최고전략책임자(CSO)

2013년 네이버 이사회 의장

▲글로벌 경영 활동

2007년 NHN 재팬 이사, 세계경제포럼(WEF) 선정 차세대 지도자

2012년 NHN 재팬 회장, 포천 선정 아시아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인 25명

2013년 라인 회장

2016년 라인 뉴욕증시, 도쿄증시 동시 상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