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영리법인 99%가 중소기업이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중소기업에 달렸다고 말하는 이유다.
정부도 중소기업 육성에 매진하고 있지만 기대만큼 힘이 실리지 않는다. 업계는 지원체계를 문제로 지적한다. 중소기업 지원을 전담할 `정부 부처`가 없는 것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전담 정부 부처를 설립해 `혁신적이고` `힘 있는` 중소기업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중소기업부` 이제는 만들자
중소기업청이 설립된 것은 1996년 2월이다. 중앙 부처의 `과` 조직에서 중소기업청으로 확대되기까지 36년 걸렸다. 20년 동안 중소기업청은 꾸준히 성장했다. 그러나 여전히 산업통상자원부의 차관급 외청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부처가 아니다 보니 중소기업을 지원할 종합 정책 수립에 한계가 있다. 국회에 법안을 발의할 수도 없다. 여러 부처·기관이 제각각 중소기업 관련 업무를 맡다 보니 정책 추진 동력이 약해진다. 서로 의견이 어긋나는 일도 많다.
중소기업 업무를 전담할 정부 부처인 `중소기업부`를 만들자는 주장은 수년 동안 줄기차게 제기됐다.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총선거가 있을 때는 `단골 공약`으로 발표되기도 했다.
2012년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중소기업부 설립 공약이 여럿 나왔다. 그 당시 문재인 후보는 공약집에서 중소기업부 신설을 약속했고, 한 행사에서 “중소기업 육성 정책을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다”고 내세웠다. 안철수 후보는 “현재의 중소기업청을 격상시키겠다”고 공약했다. 박근혜 후보도 “여러 행정 조직이 걸려 있어 쉽지 않다”면서도 “중소기업청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개편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중소기업부 설립은 여전히 실현되지 않았다. 박근혜정부는 중견기업 업무를 중소기업청에 이관하는 등 일부 역할을 강화했을 뿐이다.
중소기업부 설립의 필요성은 여전히 제기된다. 기존의 주력 산업으로는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없고, 혁신 사업을 발굴하려면 중소기업 지원 강화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일자리 문제 해결에도 중소기업 육성이 크게 도움 된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 5월 “일자리 창출 등은 벤처기업이 담당해야 한다”면서 “경제 축이 벤처 쪽으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이를 더욱 육성하기 위해 중소기업청의 중소기업부 격상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대기업은 이미 글로벌 플레이어로 성장했다”면서 “벤처기업 생태계를 조성하려면 부로 격상된 부처가 담당하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성장동력`에 집중하고 `동반성장` 발전시켜야
중소기업부 지원 체계는 기존과 달라야 한다. 장점을 계승·발전시키되 단점을 과감히 고치고 미래 성장 동력 발굴에 초점을 맞춰 지원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정부의 꾸준한 노력으로 중소기업 지원은 지속 강화됐다. 그럼에도 중소기업이 겪는 고충은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경기가 위축되면 자금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연구개발(R&D)에 쏟을 여력이 부족하고, 역량 있는 인재 구하기도 어렵다.
전문가들은 맞춤형 지원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자산 규모 등에 따라 중소기업으로 일괄 분류해 지원 비중을 줄이고, 업종별 특성에 따라 세세히 분류하고 평가, 차별화한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5일 “같은 중소기업이라 하더라도 역량·장래성 등은 기업마다 천차만별”이라면서 “맞춤형 지원 체계를 강화, 경쟁력 있는 기업이라면 정부가 파격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소상공인 지원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현재 중소기업청의 국 단위(소상공인정책국) 조직을 차관급 조직으로 격상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소상공인은 국내 전체 사업체 86.4%(306만개), 종사자 37.9%(605만명)를 차지한다. 소상공인 지원을 확대하면 서민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중소기업부 지원은 `현재`보다 `미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지원 체계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중기중앙회가 300개 제조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0명 가운데 5명(52.3%)은 4차 산업혁명을 `전혀 모른다`고 대답했다. `들어만 봤다`는 응답은 36.3%였다. `내용을 알고 있다`는 11.4%에 그쳤다. 중소기업의 준비 대응 정도는 `못하고 있다`가 93.7%로, 사실상 대부분을 차지했다. `철저히 준비·대응하고 있다`는 0.3%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 대비 없이는 우리 중소기업의 지속 성장이 어렵고, 글로벌 기업으로 커 나갈 수도 없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 지원도 단순히 중소기업의 `생존`이 아닌 4차 산업혁명 등 미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 제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는 좀비기업을 솎아 내고 중복 지원을 최소화해야 한다. 중소기업 지원 예산은 2013년 12조9710억원, 2014년 13조6491억원, 2015년 15조2788억원으로 증가했다. 그럼에도 제조 중소기업의 적자 기업 비중은 2013년 16.5%에서 2015년 20.8%로 늘었다. 영업이익이 이자 비용에도 못 미친 `한계기업` 비중은 2012년 5.7%, 2013년 7.0%, 2014년 8.4%, 2015년 9.2%로 계속 늘었다.
중소기업부가 동반성장 정책을 한 단계 발전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동반성장은 중소기업 지원 정책의 핵심으로 꼽힌다. 중소기업 자금·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대기업에 직접 도움을 줄 수 있다. 자발에 따른 동반 성장이 이뤄지도록 정책 지원으로 유도하고 성공 사례를 발굴·확산, 중소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2016년 중소기업청 예산 구성(자료:중소기업청)>
<국내 기업 현황(자료:중소기업청·통계청, 2014년 전국사업체조사 기준)>
<타국 중소기업 지원조직 현황(자료:중소기업중앙회)>
<4차 산업혁명 도래에 대한 인식 수준(자료:중소기업중앙회, 단위:개,%)>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