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단기성과주의 창업정책 안 된다

정부가 올해 3조5000억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조성하고 실투자도 2조3000억원 집행한다. 창업 활성화로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취지다. 벤처펀드 조성액과 투자액 모두 역대 최대치다. 지난해보다 각각 9%, 5% 늘었다. 기술 창업 5만개와 스타트업 글로벌 진출 500개 목표도 함께 제시했다.

관계 부처 지원도 대폭 늘어난다. 창업 붐 확산, 온·오프라인 플랫폼 고도화, 기술 기반 창업 활성화, 지속 성장 지원 시스템 강화 4가지 항목에 바탕을 둔 `4-UP` 전략도 추진한다. 항목별로는 다양한 세부 정책을 담았다.

정책 추진에 힘을 싣기 위해 매달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주재로 18개 부처가 모인 `창업활성화 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미래창조과학부 1차관이 주재하는 실무조정회의는 매주 개최한다. 정부가 이번 정책 달성에 어떤 의지를 보이고 있는지 느껴진다.

이번에 발표된 `2017 글로벌기업가정신지수(GEDI)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37개국 가운데 27위를 기록했다. 세계 11위의 경제 규모를 감안하면 기업가 정신은 대체로 낮은 수준이다. 경제 규모가 43위인 칠레도 우리보다 높은 18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순위는 23위로 중하위권 수준이다. 몇 년째 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면에 우리보다 몇 단계 아래에 있던 일본은 이번에 우리보다 두 단계나 앞섰다. 중국도 여러 항목에서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도상으로 외형 확장 추구와 단기 성과에 편중된 창업 정책을 비판한다. 낮은 GEDI가 이를 보여 준다. 정작 필요한 것은 반기업 정서나 안정된 직업을 선호하는 사회 인식, 각종 규제 개혁 등이다.

이번 창업 활성화 정책도 마찬가지다. 펀드 조성과 투자액은 최대치고, 기술 창업과 해외 진출 목표도 숫자로 제시했다. 매주, 매달 진행 상황도 점검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가 투자 목표를 정해 놓았다 해도 투자가 그대로 진행될 지는 미지수다. 이번에도 그동안 지적돼 온 단기 성과에 편중된 창업 정책으로 진행되면 결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