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은 장애인이 볼 수 없는 전자책을 팔지 않을 예정입니다.”
이인학 국립장애인도서관장 "한국판 아마존 탄생해야"](https://img.etnews.com/photonews/1704/942273_20170413140211_539_0001.jpg)
이인학 국립장애인도서관장은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미국 출판사는 전자책을 만들 때 장애인용 대체자료까지 함께 제작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 관장은 시각장애인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 고열로 실명했다. 도서관 수요자인 시각장애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의 생각과 달리 장애인 독서 갈증은 갈수록 커져만 간다. 해결책도 마땅치 않다. 장애인이 전자출판물을 볼 때 불편함이 없도록 하라는 규정이 있긴 하지만 권고 사항일 뿐이다. 대체자료 제작에 출판사 협조는 저조하다.
반면 미국은 출판사, 저자 가릴 것 없이 자발적 참여가 일어나고 있다. 미국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강제 규정은 없다. 재활법 508조를 통해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전자책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정했지만 벌칙 조항은 없다. 그런데도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회사 아마존은 장애인 전자책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저작도구를 제공한다. 킨들(Kindle) 단말기에 접근성 기능을 지원하는 등 전자책 제작 시 장애인용 대체자료를 함께 만들도록 유도한다.
이 관장은 “미국 내 책 저자들은 대체자료 작업이 쉽도록 문서 작성 오피스(NIMAS)를 통일한다”면서 “출판사도 (장애인 접근성 확대에 필요한) 전자책 제작 기준 이퍼브(ePub)를 준수한다”고 전했다.
그는 대체자료 문제 해결을 위해 몸으로 부딪칠 각오다. 국내 출판사를 돌며 디지털 파일을 달라고 애원할 생각이다. 전향적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이 관장은 “시각장애인은 일반인보다 독서 욕구가 강하다”면서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강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영화계를 상대로 구애도 들어간다. 영화는 책보다 접근성이 더 떨어진다. 기회 자체가 많지 않다는 게 이 관장 설명이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시청각 장애인이 일반 상영관에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베리어프리(barrier free) 영화 플랫폼을 도입, 스마트폰을 통해 시청하는 영화 해설 자막과 음성을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그러나 해당 상영관을 찾지 않으면 영화 관람이 불가능하다. 기회도 1년에 대여섯 번뿐이다. 이때를 놓치면 다시 볼 수 없다.
이 관장은 “장애인용 영화 파일을 국립장애인도서관에 넘겨주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다”면서 “많은 예산을 들여 어렵게 만든 영화가 1회 상영 후 사장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반인과 장애인 간 정보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며 “출판사, 영화계 관심을 이끌어내 격차를 좁힐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