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에는 기술력을 갖춘 중소·중견 첨단 부품소재 기업이 많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등이 세계 굴지의 전자부품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게 된 배경은 이러한 중소·중견 기업이 후방에서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 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들 기업의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은 취업 준비생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대부분 기업은 구인난, 청년층은 구직난에 각각 시달리는 이른바 '일자리 미스매치'가 일어나는 근본 이유의 하나다. 전자신문은 이러한 불일치를 해결하기 위해 성장 잠재력이 높고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중소·중견 기업을 연재한다. 첨단 기업에 우수한 인재가 몰려야 한국 경제의 미래도 밝다. 질 좋은 일자리 창출에도 일조할 것으로 기대한다.

네패스는 반도체 패키지 전문 회사다. 1990년에 설립됐다. 디스플레이 터치 패널 전문인 네패스디스플레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첨단 생산 공정용 기능성 케미컬을 다루는 네패스신소재,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장치가 주력인 네패스엘이디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네패스와 네패스신소재는 코스닥 상장 업체다.
2016년 기준 자회사를 포함한 네패스의 연결 매출액은 2545억원, 영업이익은 82억원이었다. 연결 매출로 잡히지 않는 계열 회사를 합치면 네패스 그룹 전체 매출액은 3000억원에 이른다. 본사 소재지는 충북 음성이다. 청주 오창과 경북 왜관, 중국 장쑤성 화이난시에도 생산 공장이 있다. 서울 서초구에 서울사무소, 미국과 일본에 각각 마케팅 영업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주력 사업은 첨단 반도체 패키지
네패스 설립 초기의 주력 사업은 전자 재료였다. 1990년대 초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용 현상액, 감광액을 상용화하며 성장 발판을 구축했다. 다국적 화학 기업 솔베이와 합작회사를 설립, 액정표시장치(LCD)용 컬러페이스트를 국산화하는 성과도 이뤄 냈다. 네패스가 전자 재료를 국산화하자 수입 의존도가 크게 줄어들었고, 수출까지 했다. 네패스는 이 같은 경영 성과를 인정받아 1996년 1000만달러 수출 탑, 1998년 산업자원부장관이 수여하는 벤처기업대상을 수상했다.
네패스는 2000년대 초반에 반도체 패키징 작업의 일부인 범핑 사업에 뛰어들었다. 본격 성장기도 이때 시작됐다.
실리콘 웨이퍼에서 잘라낸 반도체 칩은 반드시 패키징 과정을 거쳐야 완성품 제조업체로 전달될 수 있다. 반도체 패키징은 실리콘 칩을 감싸서 보호하는 역할 외 전기 신호 전달 단자를 생성하는 일련의 작업을 의미한다.
범핑은 실리콘 칩(Die) 표면에 전기가 통하는 돌기(Bump)를 형성하는 작업을 의미한다. 범핑 공정이 끝나면 패키징 기판과 전기·물리 작용으로 접합하는 과정이 이뤄진다. 범핑은 금속선으로 칩과 패키지 기판을 연결하는 와이어본딩 방식보다 크기가 훨씬 작은 데다 접합 거리가 짧아 외부 노이즈가 적다. 입출력(IO) 속도도 빠르다.
네패스 범핑 사업의 매출은 주로 디스플레이구동드라이버IC(DDI)에서 나온다. DDI는 LCD 또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패널 구동 때 필요한 집적회로(IC)다. 디스플레이가 있는 전자제품에는 모두 탑재된다.
네패스 범핑 사업의 주요 거래처는 삼성전자와 동부하이텍이다. 이들 회사가 가공이 끝난 실리콘 웨이퍼를 네패스로 보내면 네패스는 이 웨이퍼를 받아 범핑 작업을 한 뒤 다시 고객사로 전달하는 사업 구조로 돼 있다. 장기 거래로 신뢰를 쌓아 매출 구조 안정화를 이뤘다는 것이 네패스 관계자의 설명이다. 네패스는 최근 OLED DDI 범핑 물량을 대거 수주, 매출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범핑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기술 사업은 바로 웨이퍼레벨패키지(WLP)다. 과거 반도체 패키지는 웨이퍼에서 실리콘 칩을 잘라 낸 뒤 개별 패키징하는 과정을 거쳤다. WLP는 웨이퍼 상태 그대로 전기 신호를 연결한 다음 패키징하고 잘라 내는 방식이다. 생산성이 높다. 네패스는 국내 반도체 패키징 업체 가운데 WLP 기술을 최초로 상용화하며 다양한 고객사를 확보했다.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2004년과 2005년 2년 연속 '한국 고속성장 기업 50'에 선정됐다.
WLP의 차세대 버전은 팬아웃웨이퍼레벨패키지(Fo-WLP)와 패널레벨패키지(PLP) 기술이다. Fo-WLP 기술은 초미세 반도체를 IO 전기 단자의 숫자 제한 없이 패키징할 수 있는 기술이다. 기판이 필요하지 않아 두께를 줄일 수 있다. 패키지 성능 역시 좋아진다. 애플 신형 아이폰에 탑재된 메인 프로세서가 바로 Fo-WLP 기술로 패키징됐다. 네패스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Fo-WLP 기술 상용화 회사다. 글로벌 자동차 반도체 업체가 네패스의 Fo-WLP 기술로 칩을 패키징하고 있다. Fo-WLP 기술력을 인정받아 2015년 월드클래스 300 기업으로 선정됐다. 2016년에는 정부가 해당 기술을 차세대 세계 일류 상품으로 지목했다.
네패스는 최근 스마트폰용 아날로그 반도체를 생산하는 D사 제품에 PLP 기술을 적용, 패키지 양산을 시작했다. 이는 국내외의 반도체 패키징 대기업보다 빠르게 상용화에 성공한 것이다. 네패스의 높은 기술력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PLP는 WLP보다 생산 효율이 높다. WLP는 원형 기판 위에서 패키징 가공을 하지만 PLP는 네모난 지지 기판 위로 칩을 올려 작업한다. 버리는 기판이 원형보다 적다. 수율 확보 시 WLP 대비 저렴한 원가로 패키징이 가능하다.
네패스 전체 매출액에서 이 같은 반도체 패키징이 차지하는 비중은 70% 이상이다.
네패스디스플레이의 터치 솔루션, 네패스와 네패스 신소재의 전자 재료(현상액 등)도 또 다른 성장의 한 축이다. 네패스 터치 패널 방식은 반도체 핵심 공정 기술 노하우를 집약, 개발한 미세 패터닝 공정이 적용돼 높은 생산성을 자랑한다. 주로 일본 샤프와 거래하고 있다.
전자 재료 사업 부문은 높은 국내 시장 점유율과 그동안 집약한 기술 노하우를 바탕으로 수입에 의존하던 재료를 차근차근 국산화하고 있다. 이 밖에 조명용 하이파워 LED 패키징을 비롯해 네패스엘이디가 조명 설비를 개발하고 있다.
네패스 관계자는 “기존의 반도체 패키징, 기능성 전자재료 제품과 긴밀하게 연계해 차별화된 솔루션을 생산해서 거래처에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네패스의 신사업, AI 시장 진출
인공지능(AI)은 네패스의 신성장 동력 가운데 하나다. 네패스는 최근 반도체 패키징 사업에서 나아가 독자 브랜드 칩 사업 추진을 위해 퓨처 인텔리전스 사업부를 신설했다. 사람 뇌를 모방한 '뉴로모픽 칩'을 개발, 생산·판매한다. 네패스는 이를 위해 미국 반도체 기술 업체 제너럴비전(GV)과 뉴로모픽 아키텍처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네패스는 GV의 아키텍처 설계를 받아와 AI를 구현하는 뉴로모픽 칩을 디자인하고 판매한다. 오는 3분기에 양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뉴로모픽 아키텍처는 수많은 신호 스위칭 체계를 마치 사람의 뇌 세포처럼 구성한 구조를 뜻한다. 신경세포(뉴런)를 모방해 만들고, 이를 여러 갈래로 연결(시냅스)하는 것이 기본 골자다. 병렬 처리에 최적화됐다. 순차 처리 방식의 기존 중앙처리장치(CPU)와 달리 전력을 적게 소모하면서도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네패스 뉴로모픽 칩을 완성품에 탑재하면 무궁무진한 활용 사례가 나올 수 있다. 야구 배트를 휘두르는 프로 타자의 모션을 학습하고, 이를 기반으로 초보자 또는 프로 지망생이 스윙 연습을 할 수 있는 식이다. 네패스는 내년부터 AI 뉴로모픽칩 사업에서 의미 있는 매출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병구 네패스 회장은 “네패스가 선보일 뉴로모픽칩은 모든 산업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AI 솔루션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네패스 장기 비전은 2030년 매출 5조원 달성, 직원 1만명 고용이다. 최첨단 반도체 패키지, 전자재료 등 기존 사업과 AI 등 신성장 사업을 적극 육성해서 이 같은 비전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다.
◇네패스 CEO 이병구 회장의 경영 철학은
네패스 최고경영자(CEO)인 이병구 회장은 1978년 11월 LG반도체에 입사,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1990년대 초반까지 LG반도체 생산기술센터장을 맡아 오다가 수입에 의존하는 전자 재료 등을 국산화하겠다는 기치를 내걸고 네패스를 창업했다.
그의 경영 철학은 '감사(Gratitude)'다. 이 회장은 “기업을 성장시키는 힘의 본질은 긍정 사고와 인간 관계”라면서 “임직원 모두가 감사하는 마음을 들게 하는 것이 네패스의 경영 철학”이라고 말했다.
네패스 임직원은 e메일을 쓸 때 '슈퍼스타!(Superstar!)'라는 인사말과 'I will serve you(당신을 섬기겠습니다)'라는 맺음말을 사용한다. 상대를 신뢰하고 존중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 회장의 감사 경영 철학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이 회장은 즐겁게 일하면서 자신을 계속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회사가 바로 네패스라고 강조했다.
![[첨단 기업, 좋은 일자리를 찾아서]<1>네패스](https://img.etnews.com/photonews/1706/967998_20170628101206_135_0003.jpg)
◇네패스 인사 담당자의 회사 소개
※규모를 갖춘 중견기업:네패스와 자회사, 관계사를 합친 그룹 전체 연매출은 3000억원, 전체 직원수는 약 2000명의 규모를 갖추고 있다.
※젊고 역동하는 회사:2000년 초반 100억원대 매출에서 약 3000억원대 매출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젊은 기업.
※사업 희소성:대기업이 주로 수행하는 디스플레이와 반도체용 전자 재료 사업, 반도체 후공정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신사업 도전: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팬아웃웨이퍼레벨패키지(Fo-WLP), 패널레벨패키지(PLP) 등 끊임없는 연구개발(R&D) 투자로 신시장 개척 및 도전을 하고 있다.
※세계화:한국 외에도 일본, 중국, 러시아, 미국에 생산 및 영업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보상:대졸신입 연봉은 3300만원(수당 별도)이며, 경영 실적에 따라 경영성과급(PS)을 지급한다.
※복리 후생 및 안착 시스템:기숙사·식비·통근버스를 지원하고, 멘토링 제도를 통해 직장 생활 안착에 도움을 준다.
※다양한 자기 계발 기회 제공:전화 외국어, 사외 직무 교육 등을 통한 다채로운 교육 시스템으로 개인 성장에 도움을 준다.
※밝은 긍정 사고의 회사:음악교실을 통해 밝게 하루를 시작하고, i훈련을 통해 조직원의 정체성을 확인하며, 특유의 '감사' 문화가 정착돼 있는 밝으면서 긍정 사고를 하는 회사.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