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5주년 특별기획]국회 상임위원장 인터뷰<4·끝>홍영표 환경노동위원장

[창간 35주년 특별기획]국회 상임위원장 인터뷰<4·끝>홍영표 환경노동위원장

'노동' '환경'은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의 핵심 키워드다. 최저임금, 근로시간 단축, 탈원전·탈석탄 등 정부의 관련 정책은 모두 논란의 대상이다.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노동, 환경 정책 설계에 직접 참여했다. 국회에선 해당 상임위 수장으로서 여야 의견 조율에 앞장섰다.

홍 위원장은 '충격' 최소화를 강조했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이나 근로시간 단축 등 정부 노동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자영업자, 중소기업 지원책을 제시해야 한다”면서 “지불능력이 충분한 기업이 회피하는 사례부터 엄정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제시한 포괄임금제 규제와 관련해선 “고용노동부가 곧 원칙적 금지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관리·감독 체계 또한 강화할 것”이라면서 “가이드라인을 넘어 법제화도 고려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도체·디스플레이업계 화학물질 영업비밀 사전심사제도 도입이 골자인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두고는 “국제 기준에 맞춰서 하자는 것인데 우리 기업만 특별한 차별을 받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산업계 주장과는 상반되는 것으로 향후 충분한 검토 작업이 요구된다.

홍 위원장은 “기업의 이윤추구가 생명, 안전 가치에 앞서는 시대는 지났다”면서 “영업기밀 유출로 인한 기업 피해를 막으면서 국민 안전을 보장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창간 35주년 특별기획]국회 상임위원장 인터뷰<4·끝>홍영표 환경노동위원장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포괄임금제 규제를 약속했다. 법제화로 가느냐, 노동부 가이드라인으로 가느냐에 관심이 크다.

▲우리나라 취업자의 1인당 연간 평균 노동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두 번째로 긴 2113시간이다. 뼈를 깎는 노동을 유도하는 관행이 바로 포괄임금제다. 근로기준법에는 근거가 없다. 업무 성격상 초과근로를 측정하기 어려운 일부 서비스 업종을 중심으로 1970년대 대법원에 의해 인정된 후 그 범위가 무분별하게 사용된다. 새로 취임한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포괄임금계약 원칙적 금지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겠다고 언급했다. 가이드라인을 넘어 법제화도 고려할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을 두고 기업은 물론이고 소상공인의 반발 목소리도 나오는데.

▲적정 소득을 보장해 왜곡된 분배구조를 개선하는 최소한의 정책수단이다. 다만 지불능력이 없는 자영업자, 중소기업 지원책을 반드시 함께 제시해야 한다. 지불능력이 충분한 기업이 회피하는 것에는 엄정한 법 집행이 이뤄져야 한다. 대기업이 2, 3차 하청기업을 위해 기여하고, 정부가 재정투입의 우선순위를 두면 충분히 저임금 양극화 구조를 해소할 수 있다.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국민 대다수의 처분가능 소득과 소비여력이 늘어난다.

-통상임금에 상여금을 포함시키면 대기업 노동자만 수혜를 받는다고 지적했는데.

▲2013년 대법원이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하도록 하는 판결을 내렸지만 대다수 중소기업이나 노동조합이 없는 기업에선 취업규칙 등을 변경해 판결을 무력화했다. 결국 노조 힘이 강한 고임금의 대기업 노동자만 임금 인상 혜택을 본다.

통상임금 문제의 근본 해결 방안은 장시간 근로의 해소이다. 통상임금 산입 범위가 비용 등에 있어서 크게 문제되는 사업장은 연장근로와 야근이 많고 임금체계가 복잡한 곳이다.

법정 근로시간을 지키고 초과근로를 줄이면 임금체계가 아무리 복잡해도 기준에 불과한 통상임금 산입 범위가 문제되지 않는다. 실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일자리를 나누는 개혁이 필요하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두고 재계에서 '부담'과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데.

▲과거 보수 정권에서 대기업 주도의 낙수효과를 기대했지만 서민 경제는 제자리걸음이었다. 비정상인 시장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대통령은 소득주도 성장을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두고 노동과 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정책과 비전을 제시했다. 대한민국은 저성장과 양극화에 직면했다. 우리나라 저임금 노동자의 비율도 25.2%로 OECD국가 중 가장 높다.

대기업 정규직의 임금을 100으로 볼 때 중소기업 비정규직의 임금은 37.4%에 불과하다. 이들의 임금격차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다만 저소득층 소득주도 성장정책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산업계 특히 소상공인, 중소기업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제도적 유예기간을 설정해 시장에 안정적인 시그널을 제시하고 재정 지원방안을 실행해야 한다.

-민주당이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계의 영업비밀 사전심사제도 도입을 골자로 산업안전보건법개정 작업을 추진 중이다. 국내 법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업비밀이어서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는 화학물질에 대해서는 구성성분과 함유량에 대해 비공개로 처리할 수 있다. 영업비밀에 대한 판단은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 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다. 시장의 공정경쟁을 위해 마련한 장치지만 이를 남용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오는 문제가 발생한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조사에 의하면 현재 국내에서는 화학물질을 안전하게 사용 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기재한 문서(MSDS)의 67%가 영업 비밀이라는 이유로 비공개다. 시장 내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고 노동자와 국민의 알권리를 막는 것이다.

국제 기준에 맞춰서 하자는 것인데 우리 기업만 특별한 차별을 받는 것은 아니다. 기업의 이윤추구가 생명, 안전 가치에 앞서는 시대는 지났다. 영업기밀 유출로 인한 기업 피해를 막으면서 국민 안전을 보장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

-미세먼지 관련해서 정부가 다각도로 정책을 추진했지만 경유세 인상 등 에너지세제 개편에는 적극적이지 않다.

▲우선 환경부가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경유세 인상 또한 미세먼지 측면에서는 여러 방법 중 하나에 불과하다. 정책 방점을 어디에 찍어야할지 고민해야 한다.

지난해 환경부 미세먼지 관리예산 4182억원 가운데 60% 이상이 친환경차 보급에 투입됐다. 이렇게 가면 미세먼지를 통제할 수 없다. 예산과 인력을 투입했음에도 국민은 '미세먼지가 줄었다'고 느끼지 못한다면 이미 정책은 실패한 것이다.

수송 분야에 치우진 환경부 정책에서 탈피해 발전 분야 등 다양한 발생요인을 점검해야 한다. 환경부가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수급계획 수립 등에 목소리를 내야한다. 자리만 채우는 형식적 업무협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미세먼지 48%가 해외 발생요인이다. 한국에 친환경자동차 100대를 보급하는 것보다 중국 베이징 시내에 나무 한 그루 심는 일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파격에 가까운 정책 전환도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추진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어떻게 보나.

▲정권 교체는 곧 패러다임의 교체이다. 이전 정부가 원전을 짓고, 세일즈하고, 수출했다면 문재인 정부는 그러한 속도를 제어하고 조절하겠다는 것이다.

원전은 효율만 놓고 보면 더 할 나위 없는 에너지원이다. 하지만 처리비용, 매몰비용, 위험성 등을 거시적으로 고려하면 결코 값싼 발전방식이 아니다. 열쇠는 '에너지 수급 정책'이다. 에너지 수급 정책이 투명하게 설계될 때 탈원전은 탄력 받고 성공적으로 진행된다. 유관부처의 긴장과 견제 속에 에너지 수급 계획이 잘 짜이면 탈원전에 대한 일부 우려도 씻을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선언했지만 국제 사회의 온실가스 감축 중요성은 여전하다. 우리나라 기후변화대응 상황을 평가해 달라.

▲워싱턴포스트는 허리케인 하비를 '기후변화 대응의 터닝포인트'라고 분석했다.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은 국제 공조다. 파리협약 등 국제 협약 이행은 기본이다. 한·중·일을 비롯한 동북아시아 차원의 기후변화 공통 대응이 요구된다.

이미 환경부가 하고 있는 3국 간 환경 정상회의, 고위급 환경관료 회의를 넘는 체계적인 기후변화 대응 공동조직을 갖춰야 한다. 정부는 인천 송도를 '녹색환경금융도시'로 건립한다는 복안을 가졌다. 인천이 한·중·일 삼국 기후대응의 상징이 되길 기대한다.

-'경제개발'과 '환경보호'라는 두 가치에 대한 철학이 있다면.

▲경제개발과 환경보호는 결코 상충된 가치가 아니다. 최근 세계 경제개발 방향은 '지속가능한 성장' '생태성장'이다. 경제개발과 그 과실이 환경보호와 재자연화로 흘러가야 한다. 반대로 환경보호와 생태가치를 지키는 행위가 우리 경제개발을 유도하고 선도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세계 자동차 업계 메가 트렌드는 친환경차다. 대기환경을 개선하고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세계적 관심이 친환경차 성장을 유도했다. 경제발전과 환경보호는 결코 대결적 가치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 사례다. 두 가치가 영향을 주고받으며 지속가능한 성장, 환경보호를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

◇홍영표 위원장은…

국회에선 홍 위원장이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 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인천 부평 자택과의 거리를 감안하면 짧은 거리가 아니지만 체력관리를 위해 기회가 되면 자전거 출퇴근을 택한다.

홍 위원장의 소탈 행보는 '노동'이란 단어와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다. 그는 한국GM의 전신인 대우자동차 생산직으로 입사해 노동자 대표로 활동했다. 국회에 입성해서도 민주당 전국노동위원장과 환노위 간사를 맡았다. 민주당 선대위에서 일자리위원회 본부장을 맡아 문재인 정부 '일자리 창출' 정책의 초안을 그렸다.

주변에서는 홍 위원장의 무기로 '친화력'과 '소통 능력'을 꼽는다. 홍 위원장은 당내에서 여야 당론이 극명하게 갈리는 노동정책을 끌고 나갈 적임자로 꼽힌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

사진=박지호 기자 jihopres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