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비 중심 전자기파(EMP) 방호에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시설 전체를 방호하는 것보다 비용을 최대 70% 절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방호 효율이 높고, 신축이 아닌 기존 건물에는 사실상 유일한 방호 대책이기 때문이다.
담스테크 등 전파 기술 전문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EMP 방호 관련 문의가 갑절 이상 증가했다. 일반 기업체 문의가 급증한 것도 눈에 띄지만 '시설'이 아닌 '장비' 방호 문의가 주를 이루는 게 가장 큰 변화다.
EMP는 고출력 전자기파로 지휘 통제 체계와 방공망 등 모든 전자기기를 무력화시킨다. 이를 막기 위해 합동참모본부 등은 시설(지휘 시설이나 전산실 등) 중심 EMP 방호를 추진했다. 건물을 신축, 콘트리트 안에 금속판을 넣어 건물 전체를 감싸는 방식이다.
시설 중심 EMP 방호는 비용과 설치 기간 등에서 낭비가 심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EMP 공격과 무관한 대상까지 방호에 포함하기 때문이다. 고비용은 EMP 방호 확산의 발목을 잡고 있다. 방호 면적이 넓을수록 유지보수가 어려워 차폐(전자기파 차단) 효율도 떨어진다.
장비 중심 EMP 방호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서버, 스토리지, 스위치를 비롯한 통신장비 등 EMP 공격 대상인 전자장비만 'EMP 방호 랙' 등으로 차폐하는 방식이다.

유지보수 효율을 높여 취약성을 줄이고, 시간과 비용을 절감해 EMP 확산을 유도할 수 있다. 방호 대상 규모가 클수록 비용 절감 효과는 커진다. EMP 전문가에 따르면 소형 시설 EMP 방호에는 100억원 안팎이 들지만 장비 중심 EMP 방호는 이 비용의 30%만 있으면 가능하다.
담스테크 관계자는 “고객사에 시설 중심으로 시공했을 때와 장비 중심 랙 형태로 대처했을 때를 컨설팅하고 있다”면서 “주로 시설이 아닌 장비를 방호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장비 중심 EMP는 기존 건물에 적절한 EMP 방호 현실 대책이다. 신축 건물은 설계 때부터 EMP 방호를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기존 건물은 벽 내부에다 금속판을 설치하는 게 불가능하고, 다른 전자 장비로 인해 평가(인증)도 어렵다. 대상 장비를 방호 랙으로 차폐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통신, 금융, 에너지 등 국내 핵심 시설은 북한 EMP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모든 건물을 새로 지을 수 없기 때문에 장비 대상 EMP 방호를 고려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EMP 전문가는 “북핵이 현실 위협으로 다가오면서 주요 군 시설과 지방자치단체 중심으로 EMP 방호 추진이 늘고 있다”면서 “그러나 여전히 EMP 방호를 건물을 새로 지을 때 시설 전체를 감싸는 방식으로만 생각하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EMP 방호를 다른 설비와 통합 설계·시공해야 한다는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