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태의 유니콘기업 이야기]<1>왜 유니콘 기업인가

[이병태의 유니콘기업 이야기]<1>왜 유니콘 기업인가

벤처캐피털 카우보이벤처스 창업자 에일린 리는 기업 가치 10억달러를 초과하는 스타트업을 '유니콘'이라 지칭했다. 상상의 동물처럼 찾아보기 어렵다는 의미다.

2014년 앞뒤로 세계에서 새로운 벤처 투자 열기가 지속됐다. 그 결과 220여개의 유니콘 기업이 생겼다. 이들의 기업 가치는 800조원에 육박한다. 우리나라 상장 기업 가운데 시가총액 1조원 기업이 150여개에 불과하다. 스타트업의 기업 가치가 1조원을 넘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불행하게도 유니콘 기업 가운데 한국 태생은 단 두 개에 불과하다.

우리가 혁신 유니콘 기업에 주목해야 할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 하락과 좋은 일자리 문제의 해결책이 필요하다. 새로운 혁신 기업의 중요성은 닷컴 열풍 결과를 보면 자명하다. 네이버, 넥센, 엔씨소프트, 카카오 등 새로운 대기업이 이 과정을 통해 탄생하면서 우리 기업 생태계를 바꿨다.

우리나라는 좋은 일자리 부족으로 인한 경제 불안 심리가 극에 달해 있다. 청년은 불안을 '헬조선' 같은 자조어로 표현한다.

이는 대졸 진학률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상승한 반면에 우리가 좋은 일자리라고 생각하는 대기업의 고용 비중은 지속 감소했다는데 근본 원인이 있다. 우리나라의 250명 이상의 대기업 고용 비중은 2014년 기준으로 12.8%에 불과하다. 이는 그리스와 더불어 예외에 해당한다.

질 좋은 고용을 담당하는 대기업 수가 지속 줄었기 때문이다, 현재 축소되고 있는 대기업 수 추세를 반전하기 전에는 고용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경제는 값싼 노동력에 자본이 결합된 초기 자본 집약 기업에서 성장한 소수의 대기업과 의존형 중소기업으로 이뤄졌다. 이들 중소기업은 독자 제품과 기술력으로 세계 시장을 장악한 히든 챔피언이라고 불리는 기술 기반 기업과 차별된다. 독일을 비롯해 유럽과 미국은 기술 집약 중견기업이 풍부해서 질 좋은 고용이 안정됐다. 독자의 혁신 성과 기술이 없는 중소기업은 영원히 대기업으로부터 '을'의 지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혁신 벤처에 주목하는 이유는 새로운 대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 때문이다. 최근 월드뱅크의 120여개국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는 기업 탄생 과정의 규모가 최종 규모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대기업은 탄생하는 것이지 성장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영세 기업이 중견기업, 대기업이 된다는 '성장 사다리 이론'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환상이다. 2008년에 창업된 대표 유니콘 우버는 기업 가치가 약 44조원에서 74조원으로 평가된다. 자본 시장을 통해 투입된 자본금은 무려 18조원이다. 거대한 자본금이 있기에 1만2000명의 인재를 활용, 막대한 영업 손실을 감내해 가며 세계에서 사업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

알리바바는 탄생 과정에서 1조3000억원, 세상의 SNS를 지배하고 있는 페이스북은 2조8000억원 가량 대규모 자본금에 의해 탄생했다.

한마디로 말해서 유니콘 기업은 사업 혁신성에 힘입어 글로벌 지배 가능성을 믿는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기업이다. 이러한 현상은 중소기업 보호 육성으로 경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 정치성 수사이자 미몽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

최근 우리나라의 벤처 투자도 급증하고 있다. 2016년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벤처캐피털 투자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4위로 급성장했다. 그런데 평균투자액은 미국의 11분의 1, 이스라엘의 7분에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적은 규모다.

이는 글로벌 지배를 목표로 탄생하기보다 외국의 벤처를 흉내 내 좁아터진 내수 시장을 겨냥한 모방형 기업이 다수라는 것을 의미한다. 혁신성이 결여된 스타트업은 경제 문제 해결책과 거리가 멀다.

미래를 만드는 혁신 기업 가운데에서 시장이 주목하고 있는 유니콘 기업의 혁신성과 창업가 정신을 자세히 소개하고자 한다. 이들이 만들어 가는 미래를 이해하고, 우리 경제 문제의 근원을 해결하는 진정한 혁신형 창업의 길을 모색한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