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태의 유니콘기업 이야기]<11>에어비앤비의 '현명한 창업'

유니콘 기업 4위는 에어비앤비다. 에어비앤비는 일반인이 소유한 숙박 공간을 연결해 주는 브로커 공유경제 기업이다. 기업 가치로 약 31조원에 이른다. 이 회사는 현재 191개국 6만5000여 도시의 약 400만 숙박 시설을 연결하고 있다.

에어비앤비의 업용 비즈니스 여행 서비스 '에어비앤비포비즈니스(Airbnb for Business)'.
에어비앤비의 업용 비즈니스 여행 서비스 '에어비앤비포비즈니스(Airbnb for Business)'.

로드아일랜드 디자인학교 동문인 브라이언 체스키와 조 게비아는 2007년 미국에서 부동산 가격이 가장 비싼 도시의 하나인 샌프란시스코에서 생활을 시작한다. 두 젊은이는 푼돈이라도 벌 속셈으로 민박집 주인이 되어 거실에다 에어 침대를 놓고 민박 손님을 받으며 사업을 시작했다.

2008년 8월 체스키의 과거 룸메이트를 최고기술경영자(CTO)로 영입했다. '에어베드앤드브렉퍼스트'라는 값싼 숙소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을 만나는 '장소'의 가치를 내건 민박으로 웹사이트를 만들어서 벤처를 시작했다. 그해 여름에 산업디자인 콘퍼런스가 개최되는 와중에 첫 손님을 맞는다. 큰 콘퍼런스가 열리면서 숙박 시설을 구하지 못한 방문자가 대거 생겼다.

이들 창업가는 자신의 장점을 살려 공화당 및 민주당 지지자를 겨냥한 한정판 시리얼의 포장 박스에 그 당시 인기 정치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얼굴을 그려 넣어 팔아서 3만달러 이상을 벌어 창업자금을 마련한다. 창업을 시작할 때 초기 자금을 부채가 아닌 상태로 시작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훌륭한 창업가는 최소한의 운영자금을 다양한 방법으로 벌어 가면서 자신의 꿈을 실현한다.

그들의 창업가 정신과 실험은 이후 'Y콤비네이터'라는 인큐베이션 운영자 폴 그레이엄의 눈에 들어 2만달러를 지원받고 경영 훈련을 받는다. 2만달러 투자금으로 뉴욕으로 가서 사용자를 만나 사이트를 홍보했다. 자신의 비즈니스 계획을 가다듬은 뒤 다시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왔다.

수익성이 확실한 사업 모형을 서부 투자자에게 자신 있게 제시했다. 2009년 4월이 되면서 사이트 운영 7개월 만에 사용자 1만명과 숙소 2500개가 등록됐다. 이후에는 숙소를 통해 돈을 벌려는 사람과 이용해 본 고객에 의해 크게 성장했다.

이 사례는 청년 창업 과정에서 스스로 몸소 경험하는 실험을 통해 사업 모형을 확인하고, 창업과 사업에 필요한 체계화 훈련과 자본 시장을 통한 자금 지원을 받는 준비된 창업 전형이다. 재무 위험이 적은 투자 자원을 확보해서 창업 실패가 인생 실패로 귀결되지 않는 현명한 창업임을 보여 준다.

숙소를 모르는 일반인에게 공유하는 것은 양측에 위험과 많은 불편이 있을 수 있다. 빌려주는 쪽은 가구나 숙소의 파손이나 도난의 위험, 빌리는 쪽은 안전과 주인의 서비스 품질을 예측할 수 없다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에어비앤비 또한 많은 도전을 받았지만 거래의 안전과 편리에 관한 숱한 노력과 상호 평가제도, 보험 등으로 위험을 제거하고 흡수하면서 발전했다.

공유경제 브로커들은 단순한 연결과 예약만을 돕는 게 아니다. 한 예로 한국의 숙소에 머무르는 외국인의 불편은 에어비앤비의 빅데이터 분석에 의해 의외로 작은 샤워 수건이라는 것을 밝혀내고 시정하기도 했다. 에어비앤비 첫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특수 팀이 숙소 주인을 코치하고 돕기도 한다.
개인의 집에 들어가서 가족처럼 아침을 함께하고, 지역 사람 삶의 현장 속으로 들어가는 여행은 우리가 아는 기업화된 체인망을 이용하는 것과 다른 가치다. 소비자에게 가성비 높은 서비스는 선풍을 일으키며 인기를 얻을 수밖에 없다. 에어비앤비 같은 숙소 공유경제 사업도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불법이다. 전 정부에서 개혁 사례로 크게 홍보됐지만 비현실 규제 때문에 아무도 정부의 시범 사업에 등록하지 않고 있다. 공무원의 탁상 행정이 만든 무늬만 개혁에 그쳤다.

[이병태의 유니콘기업 이야기]<11>에어비앤비의 '현명한 창업'

이병태 KAIST 교수 btlee@business.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