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드라이브]현대모비스 자율주행차 '엠빌리'....“창대한 미래를 위한 시작”


현대모비스가 자율주행 실험차를 자체 개발하면서 기술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그간 글로벌 상위 자동차 부품사지만, 자율주행 기술 측면에서는 경쟁업체에 뒤처지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해 충남 서산에 주행시험장을 개발하고 국내·외 자율주행 전문가를 영입하면서 자율주행에 대한 연구·개발(R&D)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공개한 자율주행 실험차 'M.BILLY(엠빌리)'는 현대모비스 자율주행 기술의 결정체다. 전방 카메라(1개), 레이더(5개), 라이다(1개), 초음파센서(12개), 서라운드 뷰 모니터링(SVM, 4개) 등 총 8개 종류 25개 센서가 탑재돼 360도 인식이 가능하다. 현재 엠빌리에는 독자 개발한 전방레이더가 장착돼 있으며 나머지 센서들은 개발 일정에 따라 올해 3분기 이후부터 순차적으로 탑재될 예정이다.

현대모비스 자율주행 실험차 'M.BILLY(엠빌리)'가 서산 주행시험장 내 첨단시험로를 달리고 있다. (제공=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 자율주행 실험차 'M.BILLY(엠빌리)'가 서산 주행시험장 내 첨단시험로를 달리고 있다. (제공=현대모비스)

지난 16일 충남 서산에 위치한 현대모비스 주행시험장 내 첨단시험로에서 엠빌리를 경험해봤다. 엠빌리는 아직까지 7000㎞ 밖에 주행하지 않아서 주행실험 데이터가 충분치 않았다. 때문에 미숙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발전 가능성이 보였다. 특히 긴급 상황에서 사고를 회피하는 부분에서는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엠빌리 자율주행을 실험하는 첨단시험로는 서산 시내를 본뜬 총 길이 5.3㎞의 가상도시(Fake-city)였다. 원형 교차로, 버스 승강장, 신호등, 자율주차 평가장 등 다양한 도로 환경이 구현돼있다. 현대모비스는 실제 도심 주행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해 상반기부터 지능형교통시스템(ITS) 환경을 구축해 매일 자율주행 시스템 평가를 하고 있다.

엠빌리 외관은 일반 K5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카메라와 레이더가 모두 차량에 숨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내는 여느 자율주행 실험차처럼 복잡한 기기들로 가득차 있었다. 앞좌석 뒷면에는 자율주행 시스템 작동 상황, 주행 상황, 주행 경로 등을 나타내는 모니터가 장착돼 있었다. 모니터에는 현대엠엔소프트가 구축한 첨단시험로 2D 고정밀 지도(HD맵)가 차량 운행 경로를 보여줬다. 차량 트렁크에는 자율주행차 '뇌'에 해당하는 컴퓨터가 설치돼 있었다.

자율주행하는 M.BILLY에서 연구원이 양손과 발을 자유롭게 한 채 전방을 주시하고 있다. (제공=현대모비스)
자율주행하는 M.BILLY에서 연구원이 양손과 발을 자유롭게 한 채 전방을 주시하고 있다. (제공=현대모비스)

엠빌리는 일정 구간에서 운전자 개입 없이 주행이 가능한 '레벨3'와 목적지만 설정하면 스스로 찾아가는 '레벨4'에 대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때문에 운전석에는 실험을 진행하는 사람이 반드시 탑승해야 한다. 탑승했던 실험차에는 뒷좌석에 자율주행 시스템을 관리하는 연구원도 탑승하고 있었다.

본격적인 자율주행 실험을 위해 차량을 출발했는데, 몇 차례 오작동이 발생했다. 약 50m 주행 후 우회전을 해서 교차로에 진입해야 하는데, 첫 번째 구간에서 직진을 해버린 것이다. 3차례나 같은 문제가 반복됐다. 연구원들은 긴급히 차량 점검에 들어갔다. 통신 간섭 또는 차량 내 자율주행 시스템을 관할하는 연결선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 번째 실험을 시작했고, 첫 번째 구간에서 무사히 우회전을 성공하면서 본격적인 실험이 진행됐다.

엠빌리는 사거리 교차로에서 신호 대기를 받기 위해 멈춰섰다. 신호가 떨어지자 핸들이 왼쪽으로 머뭇거림 없이 돌아갔다. 차량에 장착된 V2I(차량-인프라 통신)장치가 신호등에서 보내주는 신호 데이터를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현대차 '아이오닉 자율주행차처럼 카메라로 신호등을 구별하는 기술은 적용되지 않았다.

서산 주행시험장 내 첨단시험로 교차로에서 좌회전 중인 현대모비스 자율주행 실험차 'M.BILLY' (제공=현대모비스)
서산 주행시험장 내 첨단시험로 교차로에서 좌회전 중인 현대모비스 자율주행 실험차 'M.BILLY' (제공=현대모비스)

원형 회전 교차로도 막힘없이 통과한 엠빌리는 시속 40㎞로 직선 도로를 달렸다. 엠빌리는 최고 시속 110㎞까지 가속이 가능하다고 현대모비스는 설명했다. 또 주행 차로에 정차한 차량이 발견되자 옆으로 돌아 나가기도 했다. 이날 엠빌리가 가상의 도심로를 달린 거리는 약 2㎞. 실제 사람이 운전할 때처럼 속도를 많이 내지는 못했지만 차선 변경이나 신호등 인식, 회전 구간이 많은 도심 주행로를 안정적으로 주행했다.

이원오 현대모비스 책임연구원은 “엠빌리는 주행 경로를 제외한 어떤 시나리오도 저장돼 있지 않기 때문에, 실험 중 발생하는 돌발 상황도 즉각적인 대처가 가능하다”면서 “현재 엠빌리에는 독자 개발한 전방 레이더가 장착돼 있는데, 카메라와 라이더 등 다른 센서도 순차적으로 독자 개발해 실차 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는 현재 미국(1대)을 비롯해 국내(1대)와 독일(1대)에서 동시에 엠빌리를 테스트할 계획이다. 이달 중순부터 미국 미시건주에서 레벨3와 레벨4 자율주행시스템 개발을 위한 엠빌리 실차 평가를 시작했고, 국내는 다음달, 독일은 오는 6월부터 자율주행 면허를 취득할 예정이다. 면허 발급 일정에 따라 미국에서와 같은 방식으로 기능과 안전성 검증을 거친 후 일반 도로에서 테스트한다. 오는 2019년 4분기까지 실험 차량을 20대까지 늘릴 예정이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