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창업실전강의]<30> 창업 시 가장 든든한 자산은 경험이다

흔히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은 참신한 아이디어나 신기술에 주목하는 경향이 많다. 즉 이전에 누구도 생각지 못한 아이디어나 신기술이 있어야만 창업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창업 시 가장 든든한 자산은 정작 다른 곳에 있다. 그것은 오랜 시간에 걸쳐 나만이 축척한 경험 내지 노하우다.

특정 분야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면서 축척하게 된 경험은 커다란 경제적 효과를 가져다준다.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업무를 수행하다보면 관련 경험이 쌓이고, 이러한 경험은 업무를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즉, 경험은 물건을 가장 값싸게 만들 수 있는 원천일 수 있으며, 때로는 물건을 가장 견고하게, 때로는 물건을 가장 정교하게 만드는 원천일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기존에 활동하고 있는 기업만 보더라도 쉽게 확인가능하다. 숙련공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에서 여타 회사에 비해 더 저렴한 가격으로 물건을 공급할 수 있는 이유는 이들 숙련공이 불량률을 낮추면서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빠르게 생산하는 노하우를 축척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숙련공의 노하우를 투여해 만든 정교하거나 견고한 제품은 '제품'이 아닌 '작품'으로 지칭하며 격상시키기도 한다.

장시간에 걸친 경험에 근거한 경제적 효과는 자본 내지 기술에 근거하여 유발되는 경제적 효과보다 더욱 견고하다. 대규모 설비 투자로 획득한 효과는 신기술의 등장과 함께 일순간 소멸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대형 설비투자는 신규 진출 기업을 막는 진입장벽 역할을 수행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자신들의 퇴출을 막는 골칫덩이로 전락할 수 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획득 가능한 노하우와 경험에 근거한 경제적 효과는 한순간 대체하기가 어렵다. 오랜 시간이 걸려야 축척되는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제품과 서비스는 한순간에 흉내 내어질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시간이 주는 경험은 가장 막강한 진입장벽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오랜 경험만큼 오래된 제품이 커다란 경제적 성과를 가져다주는 경우도 많다. 일반적으로 회사가 기업 활동을 수행하기 위해 보유한 기계 내지 설비 장치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기능이 저하된다. 뿐만 아니라 이들 자산이 제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추가적인 비용이 유발된다. 이러한 추가적인 비용 유발은 회사의 수익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모든 제품이 그런 것은 아니다. 일례로 와인을 떠올려 보자. 와인은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이 상승하는 특이한 상품이다. 따라서 현재 재고로 남은 와인은 매년 시간이 경과될수록 오히려 그 가치가 상승한다. 재고로 남아 있는 와인은 제조 당시 원가로 평가될 수밖에 없으며, 이들 와인이 판매가 되었을 때만 숙성된 고가의 와인으로의 실제 가치 반영된다. 와인이 오크통에서 점점 숙성될수록 가치가 높아지는 것이다. 목재, 주류, 가구, 발효식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오래된 제품이 오히려 신제품 이상의 평가를 받는다.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유명 맛집을 종종 마주친다. 식사 시간도 아님에도 이들 식당 앞에 손님이 길게 줄을 늘어선 모습을 보면서 이들의 성과를 부러워한 적이 누구나 한두 번 쯤은 있을 것이다. 유명 맛집의 성과 역시 오랜 시행착오와 경험 속에서 맛의 비법을 찾아냈거나, 오랫동안 묵혀 놓은 장맛 때문일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aijen@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