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신년기획]카카오의 목표는 카풀 아닌 우버?...카풀 드라이버 운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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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김포에서 여의도 부근으로 출퇴근한다. 대중교통이 여의치 않다보니 불가피하게 자차 운행이다. 한강변을 타고 쭉 뻗은 올림픽대로는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 매달 기십만원씩 소요되는 기름값도 만만치 않다. 하다못해 기름값이라도 메꿨으면, 일주일에 한두번 편하게 남이 운전해주는 차를 탔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같다. 이런 와중에 카카오가 '카풀' 시범서비스를 개시했다. 카풀은 우리나라 4차 산업혁명의 상징적 산업이 됐다. 기자가 직접 체험하면서 카풀 논란의 돌파구를 찾아봤다.

지난해 10월 카카오는 T카풀 크루(드라이버) 모집을 시작했다. 기자는 '카카오T카풀의 엄격한 심사단계를 통과한' 2만351번째 공식 크루로 등록됐다. 프로필 사진과 차량 사진, 면허증, 자동차등록증 등 자료를 접수하고 2주 정도가 지난 시점에 승인이 떨어졌다.

공식 크루 등록 시 받는 카카오T카풀 웰컴박스
<공식 크루 등록 시 받는 카카오T카풀 웰컴박스>

그로부터 한달 후 크루 카드와 카카오 캐릭터 방향제, 각종 쿠폰 등을 동봉한 웰컴박스가 도착했다. 12월, 택시 업계 반발이 거센 가운데 시범서비스가 시작됐다. 큰 돈벌이보다는 어차피 가는 길, 빈 자리에 동승자를 태워보자는 단순한 생각에서 운전대를 잡았다.

◇퇴근길, 먼 길 돌아 첫 손님을 받다

카카오 카풀 크루용 앱에서 '카풀 요청 받기'를 누르면 목적지 설정 후 매칭이 시작된다. 매칭에 성공하면 탑승자가 있는 출발지로 신속하게 이동 후 도착지까지 운행한다. 운행을 시작하며 사전 설정한 나의 목적지와 경로, 방향이 일치하지 않는 요청이 대부분이다. 탑승자 동선이 우선이다.

본업이 있는 상황에서 출퇴근 시간을 유동적으로 하기 어렵다보니 매칭이 쉽지 않다. 드라이버가 미리 출퇴근 일정과 구간을 등록하고 매칭되는 형태를 예상했으나 실제 서비스 운영 방식은 '우버'나 카카오택시와 흡사하게 느껴진다.

카카오 공식 크루로 등록된 본지 기자가 카풀 호출을 기다리며 운행을 하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카카오 공식 크루로 등록된 본지 기자가 카풀 호출을 기다리며 운행을 하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마수걸이'는 수많은 매칭 실패 끝에 시범 서비스 개시 후 2주 만에 이뤄졌다. 아이러니하게도 12월 20일, 전국 택시 기사가 여의도에 모여 대규모 집회를 벌인 날이다.

출발지는 성동구 성수역 부근, 도착지는 동작구 상도동, 운행요금 1만1000포인트(P)라는 내용이 매칭 화면에 나타났다. 오후 7시경 일정을 마친 왕십리역에서 10분정도 떨어진 거리다. 고민할 겨를도 없이 바로 '수락' 버튼을 누르고 성수역으로 출발했다.

첫 손님으로 탑승한 20대 여성 승객 김미선(가명)씨 역시 카풀을 처음으로 이용한다고 했다. 드라이버 역시 카카오에 등록된 만큼 두려움보다는 호기심이 앞섰다는 설명이다.

김 씨는 “감기에 걸려 피곤한데 택시를 타자니 길이 막히는 시간에는 요금이 점점 늘어나서 부담이 크다”며 “카풀은 정해진 만큼만 내면 된다고 해서 한번 불러봤는데 생각보다 편하고 빨리 도착했다”고 평가했다.

상도동 도착지에 내려주고 집으로 퇴근하니 시계는 8시 50분을 가르켰다. 왕십리역에서 바로 내비게이션을 찍었던 것보다 30분 정도 더 걸렸다. 운행거리는 16킬로미터(km) 정도 추가됐다. 이날 적립된 운행요금은 수수료 20%를 제외하고 8800P. 감기 기운은 덤이다.

◇크리스마스 이브, 강남 클럽과 밤샘 수련의

12월 24일 밤 11시 합정역에서 카풀 운행에 다시 도전했다. 크리스마스 이브, 늦은 저녁 택시 잡기 어려운 시간이다. 출퇴근 카풀이 아닌 유상운송 수입이 목적인 상황을 가정했다. 택시 업계가 가장 반발하는 동시에 승객 입장에서는 승차거부 해결책으로 기대받는 서비스 형태다.

크리스마스 이브 늦은 저녁 합정역에서 카카오 카풀 드라이버 운행에 도전했다.
<크리스마스 이브 늦은 저녁 합정역에서 카카오 카풀 드라이버 운행에 도전했다.>

운행을 시작하자마자 콜이 쏟아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30여분이 지나도록 매칭에 성공하지 못했다. 초조한 마음으로 주행거리를 늘려가다 결국 골목에 차를 대고 카풀 요청을 기다렸다.

가까스로 연결된 두 번째 승객도 여성 손님이 탑승했다. 운행 동선은 망원동에서 신사동, 5500P다. 당초 1명 탑승으로 요청이 들어왔으나 출발지에는 2명이 기다렸다. 길을 좀 돌아서 중간에 내려달라는 요구다.

매칭에 성공하면 카카오내비를 통해 출발지까지 길을 안내 받을 수 있다.
<매칭에 성공하면 카카오내비를 통해 출발지까지 길을 안내 받을 수 있다.>

이 승객은 카카오택시를 부르기 위해 카카오T 앱을 열었다가 '카풀' 항목이 있는 것을 보고 시도해 봤다고 했다. 평소 카풀에 관심이 많은 회사 동료 직원의 추천에도 영향을 받았다. 앱으로 택시를 불렀을 때보다 차가 빨리 온 점과 안정적인 차량 주행에 만족감을 표했다.

운행을 마치고 합정으로 돌아오는 길, 신촌에서 이태원으로 가는 요청이 매칭됐다. 서둘러 출발지로 향했지만 길이 막히면서 20분이 넘도록 도로에 갇혔다. 예상 도착 시간과 양해문자를 보냈으나 결국 배차가 취소됐다. 대신 취소 수수료로 요금 일부(2400P)가 들어왔다.

승객이 운행을 취소하면 라이언이 눈물을 흘린다.
<승객이 운행을 취소하면 라이언이 눈물을 흘린다.>

장소를 바꿔보기 위해 여의도로 이동 중 세 번째 매칭이 이뤄졌다. 좁고 어두운 골목길을 따라 주택가 한 가운데 출발지에 도착했다. 승객은 보이지 않았다. 카풀 앱 내에서 도착 알림 메시지도 보내 봤으나 답장이 없다. 5분여가 지나자 매칭화면 좌측 상단에 '노쇼' 신고 버튼이 나타났다. 신고를 하려던 찰나 근처 빌라에서 앳된 여성 두명이 허겁지겁 내려왔다.

이번 목적지는 강남의 한 클럽이다. 두 승객은 뒷좌석에 앉아 '콜택시'를 불러 타는 느낌으로 카풀을 이용했다. 운행을 시작하자 드라이버는 아랑곳하지 않고 개인적인 대화를 큰 소리로 나누기 시작했다. 새벽 한시가 넘어가는 시점에서 클럽 앞은 불야성을 이뤘다. 길게 늘어선 클럽 대기 줄이 보이기 시작하자 두 승객은 인사도 없이 하차를 서둘렀다. 큰길, 골목할 것 없이 몰려든 차량과 대기 택시로 가득했다. 빠져나가는 데만 30분이 넘게 걸렸다.

마지막 승객은 강남 클럽에서 머지않은 곳 한 대학병원에서 대치동까지 가는 여정으로 카풀을 불렀다. 늦은 시간까지 업무를 마치고 나온 수련의(인턴)라고 했다. 그는 카카오카풀은 처음이지만 풀러스, 럭시 등 카풀 서비스는 물론이고 타다와 같은 택시 대체 운송 수단을 전부터 자주 활용한다고 말했다.

“매주 금요일이면 거의 밤을 새고 나오는데 1만원 정도 거리다 보니 강남에 아무리 택시가 많아도 절대로 잡히지 않아요. 그나마 카풀이라는 대체수단이 생기면서 겨우 출퇴근 걱정을 한시름 덜었죠.”

요금도 오히려 카풀 쪽이 더 저렴하다는 설명이다. 이날도 아침 7시면 다시 병원으로 나와야하는데 역시 카풀을 이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운행을 마치자 '1일 운행 횟수(2회)를 초과했다'는 알림이 떴다. 다음 카풀 요청은 하루가 지나야 받을 수 있다.

현재 카풀 하루 운행 횟수는 2회로 제한돼 있다.
<현재 카풀 하루 운행 횟수는 2회로 제한돼 있다.>

◇카풀보다는 라이드셰어링에 유사?

카카오카풀 드라이버로 운행하며 '카풀'을 한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사실상 우버, 디디추싱 등 라이드셰어링 서비스에 더 가깝다. 시범서비스이긴 하나 탑승자 동선에 초점을 맞춘 현 시스템 구조로는 일반적인 직장인 드라이버가 출퇴근 중 참여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현행 법규 문제로 명목상 '카풀'로 서비스를 선보이지만 차후 규제가 풀리면 바로 라이드셰어링 서비스로 확장하려는 카카오 복안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별도 시간을 들여 수입을 올릴만한 부업으로는 채산성이 낮다.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 11시부터 크리스마스 당일 새벽 2시까지 총 3건의 운행을 완료했다. 배차 후 취소는 6건, 총 운행요금 수입은 25500원을 기록했다. 여기서 수수료 20%를 제하고 나면 2만400원을 손에 쥘 수 있다. 카풀 운행 및 대기 중 주행거리는 대략 50km, 기름값 4000원(연비 17km/l, 리터당 1400원 기준)도 감안해야 한다. 최저임금에 한참 못 미친다.

고정적인 출퇴근 동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라면 부수입으로 실속 있으나 전담 부업으로는 매력적이지 않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