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시스템반도체, 마지막 기회다

[데스크라인]시스템반도체, 마지막 기회다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시스템반도체 비전과 전략'은 고사 상태에 빠져 있던 시스템반도체 업계에 단비와 같은 소식이었다. 정부는 △반도체 IP 개발 기업 △팹리스 △디자인하우스 △파운드리 △조립 및 검사에 이르는 밸류체인에 특화된 지원 체계를 구축해 2030년 파운드리 세계 1위, 팹리스 시장점유율 10% 달성을 목표로 내세웠다.

정부가 시스템반도체에 주목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메모리에 비해 취약한 시스템반도체 산업의 저변 확대를 위해 시스템IC2010, 시스템IC2015 사업이 추진됐다. 이를 통해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이미지센서 등 일부 품목에서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전문 인력 부족, 생태계 경쟁력 미흡 등 문제는 여전히 지속됐다. 우리나라가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선 62%라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하지만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는 3% 점유율에 불과한 배경이다. 또 시스템반도체 선진국인 미국의 80% 수준에 불과한 기술력과 업체의 영세성도 계속됐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 지 막막한 것도 사실이다.

이번 대책은 시스템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격변기에 맞춘 중장기 대책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전 사업이 3개년에서 길게는 5개년에 걸친 사업이었지만 연속성이 부족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를 기점으로 새로운 정보기술(IT) 플랫폼이 구축되는 시점에 맞춰 시스템반도체 경쟁력을 더 늦지 않게 확보해야 한다는 점에서 시의적절하다. 5G, 빅데이터, 바이오, 자율주행차, 로봇 등 신산업의 기반이 시스템반도체이기 때문이다.

남은 것은 실행이다. 무엇보다 기술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신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저전력·초경량·초고속 시스템반도체 개발 역량을 갖춰야 한다. 2~3년 내 상용화가 가능한 제품은 상용화 기술에 집중하고,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중장기 연구개발(R&D)이 필요한 분야는 원천 기술 개발을 통한 핵심 IP 개발이 필요하다. 선택과 집중 전략이다.

창업 생태계도 북돋워야 한다. 팹리스 기업이 출현할 수 있는 자금 지원, 투자, 판로 개척 3박자가 필요하다. 이번 대책에 포함된 수요 연계 R&D와 공공 수요 창출, 팹리스 전용 펀드 조성은 착실히 시행해야 한다. 설계자동화툴(EDA) 확보, 시제품 제작이 가능한 파운드리 지원도 필요하다. 반도체 계약학과를 신설하고, 시스템반도체 전공 트랙을 신설한 것도 시의적절하다. 모든 것은 결국은 사람 문제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사족이라면 발전 전략이 흔들림 없이 추진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자는 것이다. 시스템 IC 2010과 시스템 IC 2015가 사실상 실패로 귀결된 것은 중장기 계획을 흔들림 없이 끌고 나갈 컨트롤타워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업계도 절실함을 갖추고 뛰어야 한다. 진부한 소리지만 부존자원 하나 없는 우리나라가 이만큼 살게 된 것은 '기술만이 살 길'이라는 명제를 실천한 산업 1세대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전략을 통해 2만7000개에 달하는 신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그 일자리는 결국 우리 아들, 딸들의 자리가 될 것이다. 진정한 반도체 초강대국의 훌륭한 일자리를 후손에게 물려줄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

양종석 미래산업부 데스크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