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창업실전 강의]<70>스타트업이 재무지표에만 몰입하면 혁신성을 잃을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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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생명력은 무엇보다 미래가능성 내지 혁신성에 있다. 아직 미완이고 부족함이 많은 기업에게 투자를 하거나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지금'이 아니라 '미래'에 방점을 찍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많은 스타트업이 일정 시기가 지나면 초기와는 달리 미래지향성 내지 혁신성이 크게 퇴색될 때가 종종 있다.

가장 참신하고 혁신적인 기업으로 칭송받고 있는 3M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3M은 성과평가 시 최근 4년 이내에 개발된 제품 매출액만을 근거로 평가를 수행해 왔다. 이는 오래 전에 달성한 성공에 안주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이러한 목적 아래 모든 부분에서 '매출의 30%는 시작한지 4년 이내 사업으로부터'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3M의 여러 재무지표는 이전 같은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결국 2001년에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외부 CEO를 영입했다.

당시 3M에 부임한 CEO는 GE 출신의 제임스 맥너니였다. 그는 3M에 부임하자마자 가장 먼저 그동안 3M 혁신 상징이었던 30% 기준을 과감히 수정했다. 그는 3M의 많은 직원이 새로운 제품을 통해 매출 30%를 달성하자는 룰을 지키기 위해 진정한 혁신은 멀리하고 단순히 기존 제품 색상이나 크기 등을 변경하는 일에만 몰두하고 있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즉 3M은 '30% 룰'로 인해 진정한 혁신으로부터 멀어져 왔던 것이다.

3M 30% 룰의 문제점은 재무적인 측면에서도 확인됐다.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는 데만 혈안이 된 많은 부서가 무분별하고 비효율적인 비용 집행을 해왔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비용 대비 산출 효과가 좋을 것으로 기대되는 아이디어에 집중해 투자하기보다는 여러 아이디어를 무차별적으로 진행해 오고 있었던 것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3M의 여러 재무지표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사실 30% 룰은 나름 개선되고 진일보해진 인센티브제도 중 하나였다. 그럼에도 위에서 언급한 일련의 문제점이 확인됐던 것이다. 3M과 같은 세계적인 혁신 기업조차 인센티브 평가 기준 설정의 어려움에 직면해 왔던 것처럼 다른 일반적인 기업도 이러한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오늘날 일반적인 많은 기업이 성과평가 기준으로 활용하고 있는 근거로는 이윤, 매출, 산출물, 투여 시간 등 네 가지를 꼽을 수 있다. 먼저 이윤에 근거한 인센티브 제공은 근로자로 하여금 회사의 이윤 창출에 기여하도록 유도하기 위함이다. 일견 가장 합리적일 것 같은 이 같은 평가 기준 역시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이윤을 근거로 한 인센티브 제도가 가져올 수 있는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윤 창출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일을 지금 당장 비용이 유발될 수 있다는 이유로 주저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행태는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에 커다란 장애 요인이 될 것이다. 대표 사례로 회사의 미래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R&D 비용을 증가시키는 것은 지금 당장 이윤을 늘리는 데는 결코 유리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윤만을 기준으로 인센티브 평가 기준을 설정할 경우 단기적인 기업 경영에만 몰두하고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한 투자 내지 연구 등을 등한시 할 수 있다. 이상에서 열거한 3M의 사례가 주는 시사점을 많은 창업자가 되새기길 바란다.

박정호 KDI전문연구원 aijen@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