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규 한창산업 대표는 제주 토박이 기업인이다. 김 대표를 더 유명하게 하는 것은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에 2만평 넘게 조성한 매화공원인 '노리매공원'이다. 노리매공원은 관광지가 많은 제주에서도 보기 드문 곳이다.
공원 전체에 김 대표가 전국 방방곳곳을 다니며 모은 200여종의 매화나무가 심어져있다. 꽃나무뿐만 아니라 인공연못 한가운데 있는 정자는 해담 홍완표 대목장이 지었다. 제주 전통가옥과 전남 강진에서 경매로 사들여 옮겨놓은 100년이 훌쩍 한옥까지 공원에 자리잡고 있다. 경매로 사들인 비용보다 물 건너 옮기는 해체, 복원 비용이 더 들었을 정도다.
김 대표가 채석장과 레미콘·아스콘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사재를 털어 공원 조성에 투자했다. 정확히 세어본 적은 없지만 어림짐작 3000여그루의 매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문화적인 일로 돈 버는 것은 힘들다”고 말했다. 노리매공원은 소정의 입장료를 받고 있지만, 관리·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을 대기에는 부족하다.
공원 조성때부터 테마파크를 목표로 만든 곳이 아니었다. 김 대표의 매화에 대한 특별한 사랑으로 시작한 공간이다. 이름도 순 우리말 '놀이'와 매화의 '매'를 합성어로 그가 지었다.
김 대표는 직접 꽃나무를 골라 차와 배에 실어 제주로 날랐다. 그는 밭 전체를 사들여 트럭에 실었던 일화를 소개하며, 지금은 나무가 상하기 때문에 하지 않을 일이라고 말했다. 시행착오 끝에 토종매화부터 수양버들처럼 흐드러지는 수양매화까지 노리매공원은 꽃의 경연장이 됐다. 여름은 매화의 제철이 아니지만, 제철꽃 수국이 입구부터 돌담길을 장식하며 관광객을 맞는다.
지극한 매화 사랑때문에 가족의 눈치를 보는 일도 많았다.
김 대표는 “한창 때는 아내에게 영(0)을 두개씩 속이며 투자했다”면서 “처음에는 (보기 싫다고)오지 않던 아내도 이제는 예쁘다며 찾는다”고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제주 땅값이 오르면서 주변에선 부동산 수익을 언급하지만, 김 대표는 매화가 주는 기쁨이 자신에게 값을 매길 수 없는 가치라고 생각했다. 회사일이 지치고 힘들 때면 혼자 공원을 찾는다.
매화 꽃길을 따라보면 여유와 사색을 즐길 수 있다. 매화 이외에도 수선화, 목련, 작약을 비롯해 하귤나무, 녹차마루, 조팝나무 등 제주의 사계절과 자연을 느낄 수 있다.
사람이 너무 찾아 공원이 훼손될까봐 걱정했지만, 지난 2012년 지역민과 관광객에게 개방했다. 혼자서만 즐긴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젊을 때는 열정으로 일했지만, 지금 그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나눔이다. 공원을 재단법인 형태로 만들어 지속 가능한 나눔이 되길 바라는 것도 이런 소망 때문이다.
김 대표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 오기보다 제대로 매화를 즐길 수 있길 더 바랐다. 그는 “설중매라는 말이 있듯이 1월 가장 추울 때 와야 매화 향이 가장 좋고 아름답게 핀다”고 조언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